‘K리그1 득점왕’ 주민규(33, 울산)의 태극마크 희망은 과연 이뤄질까?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오는 1월 12일 카타르 도하에서 개막하는 ‘2023 AFC 아시안컵’에 출격해 무려 64년 만에 우승을 노린다. E조에 속한 한국은 바레인(1월 15일), 요르단(20일), 말레이시아(25일)과 차례로 조별예선을 치른다.
한국은 1956년 1회 대회와 1960년 2회 대회서 연속우승에 성공했다. 하지만 한국은 이후 63년 동안 준우승만 네 번 하며 우승과 인연이 없다. 유독 불운한 장면이 많아 ‘아시안컵의 저주’라는 말까지 나온다.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등 월드클래스 선수들이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2024년은 한국의 아시아 왕좌탈환 최적기다.
'황의조 사태' 날벼락...대체자는 'K리그 득점왕' 주민규?
결전을 불과 3주 남긴 시점에서 날벼락이 터졌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지난달 28일 윤리위원회를 열어 성관계 불법촬영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황의조에 대해 사실관계에 대한 수사기관의 결론이 나올 때까지 국가대표로 선발하지 않는다고 공식 발표했다.
황의조의 영상을 유포하고 그를 협박한 사람이 형수로 밝혀지는 등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황의조 사태가 3주 안에 해결돼 그가 국가대표로 복귀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다. 이에 따라 클린스만 감독은 황의조를 대체할 새 선수를 뽑아야 하는 상황이다.
대표팀은 오는 26일 국내서 먼저 소집훈련을 실시한다. 대한축구협회는 훈련에 나설 국내파 명단을 18일 발표한다. 지난 시즌 K리그1에서 17골로 득점왕을 차지한 주민규의 발탁여부가 최고 관심사다.
2023 시즌 주민규는 36경기서 17골을 터트리면서 울산의 2연패에 큰 공을 세웠다. 주민규는 티아고(대전)와 17골로 동률을 이뤘지만 출전시간이 적어 2년 만에 다시 득점왕에 올랐다.
2021년 22골로 득점왕에 오른 주민규는 2022시즌에도 17골을 터트렸지만 출전시간이 더 많아 조규성(17골)에게 득점왕을 양보했다. 지난 3시즌 간 K리그서 무려 56골을 터트린 주민규보다 더 많이 득점한 선수는 아무도 없다.
주민규 K리거라서 안 된다? 오현규와 조규성도 K리거였다!
하지만 K리그 득점왕에게 태극마크가 보장되지 않는다. 대표팀 선수선발은 감독의 고유권한이다. 전임 파울루 벤투부터 현재 클린스만까지 대표팀 감독들은 주민규를 국가대표팀에 불러 테스트조차 해보지 않고 있다. 주민규는 뛰어난 성적에도 유독 태극마크와 인연이 없다.
지금 유럽무대에서 뛰고 있는 오현규와 조규성도 불과 1년 전에는 K리거였다. 세계적인 공격수출신 클린스만은 스코틀랜드까지 직접 날아가 오현규 경기를 챙겨볼 정도로 열성을 보였다.
클린스만이 처음 관전한 K리그 경기도 주민규가 뛰는 울산이었다. 클린스만은 “대표팀 문은 언제든지 열려 있다”며 깜짝 선수발탁의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그것이 주민규라는 보장은 없다. 더구나 아시안컵 개막을 3주 남긴 시점에서 클린스만이 단 한 번도 실험하지 않은 선수를 데려가는 것은 모험에 가깝다.
아직 기회는 있다. 아시안컵 최종명단은 12월 말에 나온다. 만약 주민규가 황의조 대체자로 소집훈련에 뽑혀 테스트를 받는다면 일주일간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 최종명단에 포함될 가능성은 있다.
대표팀은 내년 1월 2일 아랍에미리트(UAE)로 출국해 중동 현지 적응에 돌입한다. 해외파들은 현지에서 합류한다. 한국은 1월 6일 현지에서 아시안컵을 앞두고 마지막 평가전을 실시한다. 주민규를 실전에서 테스트할 기회는 아직 있는 셈이다.
주민규는 “모든 선수가 국가대표를 꿈꾼다. 나도 동기부여를 갖지만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며 태극마크에 대한 마지막 희망을 놓지 않았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