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크리스티안 에릭센(31,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될 수 있을까. 루턴 타운 주장 톰 로키어(29)가 또 경기 중에 심장 문제로 쓰러진 뒤 회복 중이다.
로키어는 17일(한국시간) 영국 본머스 바이탈리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본머스와 2023-2024 프리미어리그 17라운드 맞대결에 선발 출전했다.
양 팀이 1-1로 팽팽히 맞서고 있던 후반 13분. 로키어가 쓰러지면서 경기가 돌연 멈췄다. 그는 별다른 충돌 없이 갑자기 중앙선 부근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주심이 이를 빠르게 확인한 뒤 휘슬을 불었고, 의료진이 달려왔다.
로키어는 산소호흡기를 달고 들것에 실려 경기장을 떠났고, 경기는 약 30분 뒤 완전히 중단됐다. 루턴 팬들은 로키어 응원가를 부르며 응원을 보냈고, 본머스 팬들도 박수로 격려했다. 롭 에드워즈 루턴 감독은 눈시울을 붉힌 채 경기장을 돌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걱정해 준 관중들에 대한 감사 인사였다.
다행히 로키어는 금세 의식을 되찾았다. 루턴 구단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우리의 주장은 경기장 위에서 심장마비를 겪었지만, 들것에 실렸을 때부터 신체 반응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경기장 안에서 추가 치료를 받은 뒤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는 안정을 찾았고, 현재 가족들과 함께 있으며 추가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라고 전했다.
문제는 로키어가 경기장 위에서 심장 문제로 쓰러진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란 것. 그는 지난 5월에도 코번트리와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플레이오프 결승전에서 부정맥으로 의식을 잃었다.
당시에도 선발로 나섰던 로키어는 경기 시작 8분 만에 바닥에 쓰러져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는 금방 깨어나긴 했지만,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침대에서 동료들의 극적인 승부차기 승리를 지켜봤다. 의료진은 로키어가 심장 부정맥의 일종인 심방세동을 겪었다고 진단했다.
로키어는 약 한 달 뒤 자신이 땅에 부딪힌 기억이 없다면서도 "복귀하자마자 괜찮아졌다. 나는 실제로 위험을 느끼지 못했고, 보는 것만큼 나쁘지도 않았다"라며 "수술을 받았는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 모든 걸 끝냈다. 이제는 계속 나아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로키어는 약 7개월 뒤 다시 한번 쓰러졌고, 이번에도 심장이 문제였다. '디 애슬레틱'은 "로키어는 앞으로 며칠 동안 추가 검사를 받을 예정"이라며 "진정한 안도감은 그가 완전한 건강 진단서를 받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라고 전했다.
앞으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지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자칫하면 생명에도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
디 애슬레틱은 "심장 문제는 스포츠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 영국 스포츠 의학 저널의 연구에 따르면 운동선수는 일반인에 비해 불규칙한 심장 박동을 경험할 가능성이 두 배 이상 높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사례들을 고려하면 축구 선수가 경기 도중 쓰러지는 모습은 항상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심장 문제로 사망한 사례까지 있다. 지난 2003년 카메룬 국가대표 마르크비비앙 푀가 경기 도중 심정지로 사망했고, 2017년엔 뉴캐슬 출신 셰이크 티오테가 훈련 도중 급사했다. 볼튼에서 뛰었던 파트리스 무암바와 수원 삼성,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했던 신영록도 경기 중 심정지를 일으킨 뒤 은퇴하는 아픔을 겪었다.
물론 심장 문제를 딛고 피치 위에 복귀한 선수도 있다. 바로 에릭센이다. 덴마크 국가대표 미드필더인 그는 지난 유럽축구연맹 유로 2020에서 핀란드와 맞대결을 펼치던 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다행히 그는 심장 제세동기를 달고 돌아오며 큰 감동을 줬고, 지금도 맨유에서 뛰고 있다.
다만 로키어는 벌써 두 번이나 심장 문제를 겪은 만큼, 에릭센처럼 기적 같은 복귀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디 애슬레틱은 "지난 5월에 일어난 일과 연관성은 차치하고, 이번 심정지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결론을 내리기엔 이르다"라면서도 "이제 자연스럽게 로키어의 커리어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는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훌륭한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이는 부차적인 일이다. 로키어의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 추가될 의료 진단이 지침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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