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에는 슈퍼루키가 뛸 자리가 없다.
수원 KT는 15일 수원소닉붐아레나에서 개최된 ‘2023-24시즌 정관장 프로농구 3라운드’에서 고양 소노를 82-64로 이겼다. 13승 7패의 3위 KT는 2위 LG(15승 5패)를 2경기 차이로 추격했다. 8위 소노(8승 12패)는 4연패에 빠졌다.
KT는 돌아온 에이스 허훈이 코뼈골절로 4주 진단을 받았다. 그럼에도 선수층이 깊다. 허훈(2017 1순위)을 포함해 문성곤(2015 1순위), 한희원(2015 2순위), 하윤기(2021 2순위), 이두원(2022 2순위) 등 드래프트 최상위지명자가 즐비하다. 여기에 2023년 드래프트 전체 1순위 국가대표 문정현까지 가세했다.
프로 초년생 옆에 배울 수 있는 뛰어난 선배가 많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다만 한창 커야 할 대형신인이 쟁쟁한 선배들에게 가려 성장할 출전시간을 많이 받지 못한다는 것은 불행이다. 프로 저연차 시즌은 선수로서 ‘클래스’가 결정되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신인 때부터 주전으로 뛴 하윤기는 3년차에 이미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KT에는 포워드가 많아 문정현이 뛸 자리가 없다. 대형 FA로 영입한 문성곤은 보수 7억 8천만 원을 받는다. 수비의 핵심인 문성곤은 이적과 동시에 KT 주장의 중책까지 맡았다. 소노전에서 문성곤은 29분 4초를 뛰면서 현역선수 한 경기 최다인 8스틸을 기록했다.
문성곤이 쉬는 시간이 온전히 문정현에게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송영진 감독은 패리스 배스의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그에게 골밑수비 부담을 최대한 덜어주고 있다. 배스가 뛸 때 하윤기와 이두원의 토종 더블포스트까지 가동했다. 여기에 문성곤까지 붙박이로 뛰니까 문정현에게는 자리가 없다.
그나마 문정현은 1쿼터 종료 41초를 남기고 마이클 에릭과 콤비를 이뤄서 코트를 처음 밟았다. 하지만 41초만 뛰고 다시 교체됐다. 2쿼터 시작에는 또 배스, 하윤기, 문성곤, 한희원, 정성우가 나왔다. 이날 문정현은 3분 45초를 뛰면서 4점, 1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그나마 2분 24초는 4쿼터 가비지 타임에 뛴 것이다. 4점도 모두 이때 나왔다. KT가 문정현을 전력으로 제대로 쓰지는 않은 셈이다.
경기 후 송영진 감독은 문정현의 잦은 교체에 대해 “상대 매치업에 따라 바꿨다”고 설명했다. 소노가 데이비스, 함준후, 전성현, 안정욱, 한호빈의 스몰라인업을 쓰면서 문정현으로 수비가 안된다고 본 것이다.
문정현의 드래프트 동기인 박무빈(2순위 현대모비스)과 유기상(3순위 LG)은 소속팀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핵심전력으로 자라고 있다. 1순위 문정현이 상대적으로 덜 빛나고 있어 조바심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1라운드 문정현은 경기당 17분 31초를 뛰었다. 2라운드 13분 28초로 줄어든 출전시간이 3라운드는 3분 51초에 불과하다. 문성곤의 부상복귀가 문정현의 기용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끼쳤다.
유기상은 경기당 22분 32초를 뛰면서 7.8점을 기록 중이다. 장기인 3점슛은 42.5%다. 부상으로 데뷔가 늦은 박무빈은 3경기서 11점, 3리바운드, 3.7어시스트로 역시 돋보인다. 그는 서명진 시즌아웃으로 경기당 25분 32초를 소화하고 있다.
송영진 감독은 “문정현이 문성곤 복귀 후 출전시간이 줄었다. 1라운드에서는 역할을 해줬다. 약점인 슈팅은 김영환 코치와 슛 훈련을 많이 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