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축구 최고의 스타' 지소연(32, 수원FC 위민)이 큰 상을 받은 자리에서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지소연은 14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 파크텔에서 개최된 ‘2023 WK리그 시상식’에서 올해의 미드필더상과 도움상(6개)까지 수상하며 2관왕에 올랐다. 지소연의 활약으로 수원FC는 WK리그 챔피언결정전에 올랐지만 현대제철에게 우승을 내줬다.
큰 상을 받은 자리지만 지소연은 밝게 웃을 수 없었다. 수원이 WK리그에서 준우승에 그쳤고, 여자축구대표팀이 2023년 한해 농사를 망쳤기 때문이다. 에이스이자 리더인 지소연의 책임감이 더 무겁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대표팀은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2023에서 1무2패로 탈락했다. 콜롬비아(0-2패)와 모로코(0-1패)에 연패를 당한 한국은 독일(1-1무)과 비겼다. 한국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8강서 북한에게 1-4로 대패를 당했다.
설상가상 한국은 내년 파리 올림픽 본선진출권이 달린 아시아 2차예선에서도 탈락했다. 한국은 2022년만 해도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중국에 2-3 석패를 당했다. 미래가 밝은 줄 알았던 한국은 2024년 메이저대회 출전이 하나도 없다.
단상에 선 지소연은 “올해 굉장히 마음이 무겁다. 여자축구가 큰 대회를 많이 치렀는데,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표팀이 강해지려면 결국 WK리그가 강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소연은 2014년 첼시 위민스에 입단해 여자축구의 해외진출 길을 연 ‘해머니’로 통한다. 이후 지소연은 첼시를 대표하는 월드클래스로 성장했다. ‘지메시’라는 별명을 얻은 지소연이 있기에 한국여자축구의 위상도 크게 올라갔다. 이금민(29, 브라이튼), 조소현(35, 토트넘) 등 많은 동료들도 지소연을 따라 영국무대에 진출했다.
하지만 WK리그의 성장세는 더딘 것이 현실이다. 지소연 같은 스타선수도 연봉상한제에 묶여 5천만 원을 넘길 수 없어 성장에 한계가 자명하다. 최고스타인 지소연 역시 갈수록 여자축구 저변이 얕아지는데 열악한 대우를 받는 여자축구를 누가 시작하겠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남자축구에 비해 여자축구의 대우가 열악한 것은 전세계가 마찬가지다. 세계최고 기량을 갖춘 미국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조차 남자선수들과 똑같은 대우를 요구하다 묵살당하기도 했다. 미국조차도 여자프로리그를 운영하는데 큰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기 없는 여자축구는 흥행이 되지 않아 경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여자축구대표팀의 부진과 함께 여자축구계 전체에 새로운 각성과 자극이 필요하다는 소리가 나온다. 최고스타인 지소연이 현역일 때조차 혁신을 하지 못한다면 여자축구는 더 암흑기로 빠질 수밖에 없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