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심을 폭행한 파루크 코카(59) 앙카라귀쥐 전 회장이 다시는 축구장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됐다.
영국 '스카이 스포츠'는 15일(이하 한국시간) "앙카라귀쥐 회장이었던 코카는 경기 후 할릴 우무트 멜레르 심판에게 주먹을 날려 체포됐고, 회장식에서 사임했다. 튀르키예 축구연맹(TFF)은 그에게 영구 추방 징계를 내렸다"라고 보도했다.
앙카라귀쥐 구단도 책임을 피하지 못했다. TFF 이사회 판결에 따르면 앙카라귀쥐는 200만 리라(약 9000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하며 홈 5경기를 무관중 경기로 치러야 한다.
사건은 지난 12일 발생했다. 당시 앙카라귀쥐와 리제스포르는 튀르키예 앙카라 에리아만 스타디움에서 쉬페르리그 15라운드 경기를 치렀다.
치열했던 승부는 무승부로 끝났다. 앙카라귀쥐가 전반 14분 올림피우 모루찬의 선제골로 앞서 나갔지만, 후반 5분 알리 소웨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면서 수적 열세에 처했다. 결국 앙카라귀쥐는 후반 추가시간 7분 아돌프 가이치에게 극장 동점골을 내주며 1-1로 비기고 말았다.
퇴장 판정 때부터 항의하던 앙카라귀쥐 팬들은 여기저기서 불만을 토해냈다. 그러던 중 코카 전 회장이 갑자기 경기장 안으로 뛰어들더니 주먹으로 주심을 맡았던 멜레르 심판 얼굴을 가격했다. 왼쪽 눈 부근을 맞은 멜레르 심판은 그대로 쓰러졌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앙카라귀쥐 팬들도 코카 회장을 따라 경기장에 난입했고, 넘어져 있는 멜레르 심판을 발로 가격했다. 사태를 진정시키려는 구단 관계자와 선수들, 경호 인력 등과 흥분한 팬들이 한데 뒤엉키면서 경기장은 혼란에 빠졌다.
멜레르 심판은 경찰의 도움을 받은 끝에 라커룸으로 피신했다. 사진을 보면 왼쪽 눈 아래가 퉁퉁 부었고, 검은 멍까지 들었다. 그는 눈 주위 출혈과 약한 골절으로 입원했지만, 다행히 지금은 퇴원한 상태다.
TFF는 공식 성명을 통해 "이 비인간적이고 비열한 공격은 튀르키예 축구의 모든 관계자들에게 행한 것"이라며 "주와 협조해 비인간적인 공격의 책임자들과 선동자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모든 형사 조치가 시작됐다. 책임이 있는 구단과 구단 회장, 구단 매니저 등 모든 범죄자들은 가장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규탄했다.
대통령까지 직접 나섰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오늘 발생한 멜레르 심판에 대한 공격을 규탄한다. 그의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라며 "스포츠는 평화와 형제애를 의미한다. 스포츠는 폭력과 양립할 수 없다. 우리는 튀르키예 스포츠에서 폭력이 일어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멜레르 심판의 병실을 찾아 직접 위로를 건네기도 했다.
코카 전 회장은 앙카라귀쥐 회장직을 내려놨다. 그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어떤 것도 내가 저지른 폭력을 정당화하거나 설명할 수 없다. 튀르키예 심판계와 스포츠계, 튀르키에 전체에 사과한다"라며 사임을 발표했다.
법적 책임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그는 멜레르 심판을 폭행한 다른 두 명과 함께 검찰 조사 후 정식으로 체포됐다. 여기에 TFF의 징계로 다시는 축구계에서 활동할 수 없게 됐다.
다만 멜레르 심판이 충격에서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터키쉬 미닛' 등 튀르키예 언론에 따르면 그는 친구들에게 자신의 심판 생활은 끝났다며 그만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카 전 회장에게 "죽여버리겠다"라며 협박까지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도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그는 스카이 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이미 충분하다. 이제는 멈춰야 한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사진들을 보고 충격받았다"라며 "이런 일은 용납할 수 없다. 심판이 없으면 축구도 없다"라고 단호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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