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 과르디올라(52) 맨체스터 시티 감독이 또 다른 '코리안 가이(Korean Guy)' 황인범(27, 즈베즈다)에게 혼쭐날 뻔했다.
FK 츠르베나 즈베즈다는 14일 오전 2시 45분(한국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의 스타디온 라이코 미티치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G조 최종전에서 맨체스터 시티에 2-3으로 패배했다.
경기는 맨시티가 지배했다. 69%의 높은 점유율을 기록한 맨시티는 전반 19분 만에 미카 해밀턴의 선제골로 앞서 나갔다. 전반전을 한 골 차로 앞선 채 마친 맨시티는 후반 17분 오스카 보브의 추가골로 격차를 벌렸다.
이 상황에서 황인범이 빛났다. 후반 31분 오스만 부카리에게 공을 전달한 뒤 박스 안으로 침투한 황인범은 다시 공을 건네받았고 곧장 왼발 슈팅을 날렸다. 맨시티의 수문장 스테판 오르테가는 전혀 반응하지 못했고 황인범의 슈팅은 득점으로 연결됐다.
그러나 즈베즈다는 오히려 후반 40분 페널티 킥을 내주면서 칼빈 필립스에게 실점, 10다시 황인범의 발끝이 빛났다. 후반 추가시간 맞이한 코너킥 상황에서 정확한 킥을 올렸고 알렉산다르 카티가 헤더로 득점을 만들었다. 황인범은 득점 직후 홈관중을 향해 호응을 유도하는 등 리더십도 선보였다.
경기는 즈베즈다의 2-3 패배로 마무리됐다.
경기 종료 후 평점 전문 사이트 '폿몹'은 이 경기 선발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한 황인범에게 양 팀 최고점인 평점 8.8을 매겼다.
황인범은 1골 1도움 이외에도 패스 성공률 80%(28/35), 기회 창출 5회, 공격 지역 패스 10회, 가로채기 1회, 볼 리커버리 10회, 태클 성공 2회를 기록하는 등 공수 양면에서 맹활약했다.
이미 조 1위를 확정 지었지만, 전승으로 조별리그를 통과하길 바랐던 과르디올라 감독에겐 아찔했을 황인범의 활약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한국 국적 황씨 선수는 낯설지 않다. 프리미어리그에서 함께 경쟁하는 울버햄튼 원더러스 소속 황희찬에게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황희찬과 맨시티는 지난 9월 30일 리그 맞대결에서 마주쳤다. 이 경기서 황희찬은 후반 21분 결승 골을 기록하며 팀에 승리를 안겼다.
경기 종료 직후 영국 다수 매체는 앞다퉈 황희찬의 이름과 함께 '더 코리안 가이(the Korean guy)'라는 말을 보도했다. 이유는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의 발언이었다.
경기 전 과르디올라 감독은 사전 기자회견에서 "맨시티는 울버햄튼을 상대로 항상 어려움을 겪었다"라고 언급한 뒤, "울버햄튼은 뛰어난 선수들을 갖췄다"라며 3명의 선수를 지목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페드로 네투와 마테우스 쿠냐는 정확하게 이름을 언급했지만, 황희찬은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듯 "그 한국인(the Korean guy)"이라고 호칭했다.
이 경기에서 황희찬은 과르디올라가 언급한 세 선수 중 유일하게 득점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득점이 결승 골로 이어지며 과르디올라의 체면을 구겼다. 반대로 황희찬은 'The Korean Guy'라는 별명을 얻으며 단숨에 울버햄튼 최고의 보석으로 올라섰다.
이번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경기에서 또 다른 '황'을 만난 과르디올라 감독은 황인범의 맹활약 속에 쉽지 않은 승리를 거뒀다.
경기 종료 후 UEFA 챔피언스리그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과르디올라 감독의 인터뷰를 전했다. 과르디올라는 "신체 접촉이 많았던, 육체적으로 힘든 경기였다. 그러나 우린 우리의 성취에 만족한다"라며 승리 소감을 전했다.
그는 "사람들은 종종 이 경기에선 승리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완전히 반대"라며 "모든 승리는 중요하다"라고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 지은 뒤에도 승리를 절실히 원했다고 말했다.
과르디올라는 이어 "즈베즈다는 전방에서 빠른 속도를 이용해 일대일 상황을 많이 만들었고 매우 공격적으로 나섰기 때문에 힘든 경기였다. 열정적인 홈관중들도 한 몫 했다"라며 쉽지 않은 경기였다고 전했다.
한편 즈베즈다는 조별리그 6경기에서 1무 5패(승점 1점)를 기록하며 조 최하위로 탈락의 쓴맛을 봤다. 맨시티는 6경기 전승을 거두면서 승점 18점, 조 1위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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