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1, 토트넘 홋스퍼)이 1골 2도움으로 펄펄 날고도 프리미어리그(PL) 이 주의 팀에서 탈락했다.
PL은 12일(이하 한국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앨런 시어러가 뽑은 '16라운드 공식 이 주의 팀'을 발표했다. 시어러는 "도미닉 솔랑키(본머스)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수비진에 끔찍한 시간을 선사했다"라며 솔랑키를 중심으로 3-4-3 포메이션을 꾸렸다.
베스트 11에는 히샬리송(토트넘)-솔랑키-드와이트 맥닐(에버튼), 존 맥긴(아스톤 빌라)-팔리냐(풀럼)-로드리(맨체스터 시티)-마커스 태버니어(본머스), 데스티니 우도기(토트넘)-마르코스 세네시(본머스)-디에구 카를로스(빌라), 제임스 트래포드(번리)가 이름을 올렸다. 감독으로는 안도니 이라올라 본머스 감독이 선정됐다.
맨유 원정에서 대승을 거둔 본머스 선수가 3명으로 가장 많았다. 본머스는 지난 10일 올드 트래포드에서 맨유를 3-0으로 무너뜨렸다. 경기 시작 5분 만에 솔랑키의 선제골로 앞서 나갔고, 강력한 전방 압박으로 맨유를 괴롭혔다. 솔랑키의 골대 불운과 앙투안 세메뇨의 오프사이드 골 취소가 아니었다면 전반에만 3골이 나올 수도 있었다.
본머스는 후반에도 두 골을 추가했다. 후반 22분 필립 빌링이 추가골을 뽑아냈고, 5분 뒤 세네시가 3번째 골을 기록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꿈의 극장' 올드 트래포드는 충격에 빠졌고, 관중석에선 야유가 터져 나왔다.
이로써 본머스는 역사상 처음으로 올드 트래포드에서 승리를 거두며, 올 시즌 PL 팀 중 유일하게 올드 트래포드 승리가 없는 팀이란 기록을 끝냈다. 맨유가 PL 홈 경기에서 11위 이하 팀을 상대로 3골 차 이상으로 패한 것 역시 최초다.
6경기 만에 승리를 거둔 토트넘 선수도 둘이 포함됐다. 토트넘은 11일 홈에서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4-1로 대파했다. 지긋지긋했던 5경기 무승(1무 4패)을 끊어내는 귀중한 승점 3점이었다.
편안한 승리였다. 토트넘은 전반에만 2골을 터트리며 일찌감치 앞서 나갔다. 전반 25분 손흥민의 멋진 드리블과 정확한 패스에 이어 데스티니 우도기가 선제골을 터트렸다. 전반 38분엔 히샬리송이 손흥민의 땅볼 크로스를 밀어 넣으며 2-0을 만들었다.
후반에도 토트넘이 몰아쳤다. 후반 15분 히샬리송이 박스 안으로 뛰어들며 페드로 포로의 얼리 크로스를 받아 멀티골을 뽑아냈다. 후반 40분엔 손흥민이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직접 마무리하며 팀의 4번째 골을 터트렸다.
시어러는 토트넘 이적 후 처음으로 리그 멀티골을 터트린 히샬리송과 데뷔골을 기록한 우도기를 이 주의 팀에 넣었다. 그는 "히샬리송은 뉴캐슬이 감당하기엔 너무 뜨거웠다. 그는 두 골을 넣으면서 중앙 공격수로 복귀한 이유를 보여줬다", "뉴캐슬은 우도기의 움직임에 대처할 수 없었다. 그는 넣을 자격이 있는 골을 넣었다"라고 한줄평을 남겼다.
다만 뉴캐슬전 MOTM(Man of the match) 손흥민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뉴캐슬전에서 1골 2도움을 터트리며 경기를 지배했다. 최전방 원톱 대신 오랜만에 왼쪽 윙포워드로 출전해 뉴캐슬 측면을 사정없이 휘저었다. 하지만 손흥민은 맥닐과 솔랑키, 히샬리송에게 밀려 이 주의 팀에서 제외됐다.
손흥민은 뉴캐슬 수비수이자 옛 동료 키어런 트리피어를 무너뜨리며 전반에만 도움을 2개 기록했다. 그는 전반 25분 멋진 드리블에 이은 완벽한 패스로 우도기의 선제골을 도왔고, 전반 38분에도 정확한 땅볼 크로스로 히샬리송의 추가골을 만들었다.
직접 골 맛까지 봤다. 손흥민은 히샬리송이 교체된 뒤 최전방으로 자리를 옮겼고, 후반 40분 골키퍼에게 걸려 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직접 키커로 나선 그는 날카로운 슈팅으로 골망을 가르며 4-0을 만들었다. 리그 10골을 달성한 손흥민은 8시즌 연속 PL 두 자릿수 득점이라는 대기록도 작성했다.
MOTM도 당연히 손흥민의 차지였다. PL 홈페이지는 손흥민이 72.2%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2위 히샬리송(9%)을 크게 따돌렸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90분 동안 1골, 2도움, 키패스 4회, 빅 찬스 생성 2회, 드리블 성공 3회를 기록했다.
뜻깊은 기록도 세웠다. 손흥민은 16경기 만에 리그 10골 고지를 밟으며 '8시즌 연속 PL 두 자릿수 득점'을 달성했다.
이는 PL 역사상 7번째 대기록이다. 지금까지 8시즌 연속 10골 이상 기록한 선수는 웨인 루니(11시즌), 프랭크 램파드(10시즌), 세르히오 아게로, 해리 케인(이상 9시즌), 티에리 앙리, 사디오 마네(이상 8시즌)뿐이었다.
평점도 1위였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은 손흥민에게 양 팀을 통틀어 가장 높은 점수인 9.5점을 부여, 이 경기 최고 선수로 뽑았다. 영국 '풋볼 런던'과 '이브닝 스탠다드'도 나란히 평점 9점을 줬다. 풋볼 런던은 "진정한 주장이며 그의 활약은 팀에 영감을 불어 넣었다", 이브닝 스탠다드는 "치명적인 측면 플레이로 토트넘의 전반전 두 골을 만들었다"라고 박수를 보냈다.
앤지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경기 후 "손흥민이 경기 초반에 굉장히 중요했다. 그는 그렇게 해냈고, 다른 선수들에게 떠먹여줬다. 그것이 바로 요즘 리더들에게 바라는 모습"이라며 "선수들은 오늘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공격 지역에서 더욱 밝았다. 손흥민이 뛰어났다. 그리고 그게 다른 선수들에게는 좋은 먹이가 됐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PL 공식 이 주의 팀에선 손흥민의 이름이 빠졌다. 시어러는 히샬리송-솔랑키-맥닐 3명으로 최전방을 구성했다. 1골 2도움을 터트린 손흥민과 달리 솔랑키는 1골, 맥닐은 공격 포인트 0개에 그쳤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시어러는 "솔랑키는 쇼를 진행했고, 맨유 포백에 끔찍한 시간을 선사했다. 골도 잘 넣었고, 가까운 골대 쪽으로 좋은 움직임을 가져갔다"라고 칭찬했다. 그는 맥닐에 대해선 "비록 직접 득점하지는 못했지만, 위험한 지역에서 끊임없이 위협을 가했다. 션 다이치 에버튼 감독은 다시 그의 최고를 끌어냈다"라고 설명했다.
만약 손흥민이 16라운드 이 주의 팀에 포함됐다면 올 시즌 4번째 이 주의 팀 선정이었다. 그는 지난 4라운드 번리전(5-2) 대승 당시 해트트릭을 터트리며 시즌 처음으로 이 주의 팀에 뽑혔고, 6라운드 아스날과 북런던 더비(2-2)에서도 멀티골을 기록하며 한 자리를 차지했다.
그리고 손흥민은 9라운드 풀럼전(2-0)에선 1골 1도움을 올리며 3-4-3 포메이션 왼쪽 미드필더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이번 뉴캐슬전에서는 공격 포인트 3개를 추가하고도 아쉽게 탈락하고 말았다.
축구팬들 역시 손흥민의 이 주의 팀 제외에 충격받은 모양새다. 팬들은 소셜 미디어 게시글에 "손흥민은 어딨는가?", "2도움과 1골. 손흥민이 들어가야 한다", "손흥민이 없다니", "나라면 히샬리송 대신 손흥민을 넣었다", "손흥민이 없다니 용납할 수 없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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