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대단하다고밖에 할 수 없을 듯싶다. 은퇴했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나이인데도 오히려 엄청난 기록을 세우니 말이다. 단순히 세월의 흐름에 편승해 쌓은 금자탑이라고 치부하고 폄훼하기엔, 적당치 않은 대기록이다. ‘축구 열정’만큼은 그 누구에게나 뒤떨어지기를 싫어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8, 알나스르)라고밖에 할 수 없나 보다.
호날두가 또 하나의 신경지에 들어섰다. 1,200경기 출장이라는 굉장한 이정표를 세웠다. 물론, 축구 역사상 최초다. 비록 필드 플레이어라는 한정된 조건을 달고 있긴 해도 말이다.
우리 나이로, 호날두는 불혹(不惑·마흔 살)을 눈앞에 두고 있다. 만으로 39세에도 두 달을 채 남겨 두지 않았다. 축구 선수로선 할아버지라 해도 지나치지 않은 나이다. 그 나이에 수문장을 빼곤 아무도 밟지 못했던 지경을 처음으로 열었다니, 그에게 대한 호불호를 떠나 일단은 갈채를 보내야 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21년여에 걸쳐 차곡차곡 쌓아 온 기록이다. 매년 60경기 가깝게 그라운드를 밟은 셈이다. 얼마나 건강관리를 잘했는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렇다 할 부상 없이, 시즌 내내 그라운드를 누볐는지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21년에 걸쳐 쌓은 금자탑… GK 포함해도 곧 최다 출장 기록 등정은 시간문제
호날두를 대변하는 가장 큰 자산은 뭐니 뭐니 해도 가공할 ‘득점력’이다. 득점에 관한 각종 기록을 양산하며 세계 축구계에서 맹위를 떨쳤다. A매치 역대 최다골(128)을 비롯해 득점 분야에서, 무너뜨리기 힘든 아성을 굳게 쌓아 왔다. 오죽했으면, 리오넬 메시(36, 인터 마이애미 CF)와 더불어 ‘신계의 사나이’로 불릴까?
그런 호날두가 이번엔 출장 경기 수에서 범접하기 힘든 ‘기록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필드 플레이어 최초로, 1,200경기 출장 영역에 발걸음을 내디뎠다. 지난 8일(이하 현지 시각) 사우디아라비아 프로페셔널리그 2023-2024시즌 16라운드 알리야드전이었다.
기념비적 경기에서, 호날두는 대기록을 자축하는 눈부신 몸놀림(1득점 1도움)을 뽐냈다. 선제골을 터뜨리며 대승(4-1)의 디딤돌을 놓았고, 어시스트도 한 개를 보태 낙승의 반석을 더욱 공고히 했다.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 2002-2003시즌에, 호날두는 스포르팅 CP에 보금자리를 만들고 1부 프로 세계로 뛰어들었다. 이후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2003~2009년)→ 스페인 라리가 레알 마드리드(2009-2018년)→ 이탈리아 세리에 A 유벤투스(2018~2021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2021~2022년)를 거쳐 지금은 알나스르(2023년~)에 둥지를 틀고 있다.
호날두는 클럽 소속으로 거의 ‘1,000경기 출장 고지’에 다다랐다(996경기). 이 가운데, 레알 마드리드에서 가장 많은 438경기를 소화했다. 두 번 몸담았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346경기)가 그 다음을 이었고, 유벤투스(134경기)→ 알나스르(46경기)→ 스포르팅 CP(31경기) 순이었다(표 참조).
포르투갈 국가대표팀 출장 경기 수에서도, 호날두는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물경 205경기에 모습을 나타냈다. 역대 A매치 최다 출장 기록이기도 하다. 2003년에 국가대표로 발탁된 뒤 지금 진행 중인 2024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까지 줄곧 발자국을 아로새겨 왔다.
호날두가 새롭게 지평을 연 필드 플레이어 1,200경기 출장 고지를 추격자와 대비하면, 대기록의 찬란함을 실감한다. 그들 가운데 ‘1,100고지 출장 고지’에 올라선 필드 플레이어조차도 아직 없다. 2위인 호베르투 카를루스(브라질)의 기록(1,090)은 한참 못 미친다. 그 차가 110경기에 이른다. 더구나 카를루스는 이미 은퇴했다.
외연을 GK까지 넓히면, 축구 역사상 호날두에 앞서 1,200경기 출장 고지를 밟은 이는 3명에 불과하다. 물론, 모두 수문장이다. 호제리우 세니(브라질·1,225경기), 피터 실턴(잉글랜드·1,217경기), 파비우(브라질·1,200)가 그들이다.
이 3명 가운데, 세니와 실턴은 이미 그라운드 저편으로 사라졌다. 호날두가 빠르면 2023-2024시즌에 이들을 추월할 게 확실시된다. 경쟁자는 오직 파비우뿐이다. 아직 현역인 파비우(플루민넨시)는 호날두에 하루 앞서 1,200경기 출장 고지를 등정했다. 캄페오나투 브라질레이루 세리이 A 2023시즌 최종 그레미우전에서에서였다.
호날두는 올해 안에 파비우를 넘어서리라 보인다. 브라질 프로 1부리그가 지난 7일 38라운드를 끝으로 대장정의 막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호날두는 오는 22일 알이티파크와 치르는 홈경기에서, 파비우를 4위로 끌어내리고 그 자리에 들어갈 티켓을 사실상 예약했다.
앞으로 최다 경기 출장 기록은 당분간 호날두와 파비우의 2파전으로 펼쳐지리라 보인다. 파비우는 GK라는 이점이 있긴 하다. 하지만 나이(43)가 기록 도전의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 여전히 왕성한 플레이를 펼치는 호날두가 포지션상 불리함을 깨고 대기록의 정점에 올라설지 궁금해진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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