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우야, 성질 좀 죽여라."
잔류 드라마를 쓴 수원FC 이광혁(28)이 이승우(25)에게 올 시즌 마지막 한마디를 남겼다.
수원FC는 9일 오후 2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2023 승강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부산 아이파크를 5-2로 제압했다.
이로써 최후의 승자는 수원FC가 됐다. 수원FC는 지난 1차전 1-2 역전패를 딛고 승부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전반 15분 만에 최준에게 실점하며 끌려갔지만, 후반 막판 김현과 이영재의 연속골로 합계 점수 3-3 균형을 맞춘 뒤 연장에서만 3골을 몰아치며 부산을 무너뜨렸다.
반대로 부산은 이번에도 다 잡았던 승리를 놓치며 4년 만의 1부 복귀가 좌절됐다. K리그2 최종전이 오버랩되는 순간이었다. 부산은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도 후반 추가시간 통한의 동점골을 내주면서 우승에 실패했다. 그리고 마지막 기회였던 승강 PO에서조차 뒷심 부족으로 미끄러지고 말았다.
후반 교체 투입된 이광혁이 맹활약을 펼쳤다. 그는 경기장에 들어가자마자 위협적인 드리블로 부산 측면을 흔들며 수원FC 공격에 힘을 불어넣었다.
해결사 역할까지 했다. 이광혁은 연장 전반 5분 우측에서 공을 잡은 뒤 박스 안까지 직접 돌파해 들어갔다. 그리고는 환상적인 왼발 감아차기로 골망을 갈랐다. 수원FC가 이번 승강 PO 승부에서 처음으로 리드를 잡는 순간이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이광혁은 "축구하면서 승강 PO라는 무대도 이렇게 강등권에서 싸운 것도 처음이었다.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어떻게 보면 축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였다. 내가 한동안 골도 없고 아쉬운 모습도 보여드렸는데,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너무 좋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위기의 수원FC를 구한 건 결국 '막강 화력'이었다. 수원FC는 두 차례 골대 불운과 오프사이드 골 취소를 이겨내고 5골을 몰아치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교체 투입된 이광혁과 정재용, 로페즈가 득점포를 가동했다.
이광혁은 "개인적으로는 '진짜 잘 안 풀리는 경기긴 하구나'라고 생각했다. 축구는 정말 모르는 것 같다. 이런 경기를 할 거라고는 예상도 못 했다. 연장전을 갈 수도 있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골이 많이 터질 줄도 몰랐다. 골대를 두 번이나 때리고도 5골이나 나올 줄 몰랐다. 알면 알수록 힘든 게 축구인 것 같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에이스' 이승우 없이 만들어 낸 승리였기에 더욱 뜻깊었다. 이승우는 지난 1차전에서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면서 이날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관중석에서 초조하게 경기를 지켜보던 그는 종료 휘슬이 울리자 경기장으로 뛰쳐나와 동료들과 기쁨을 만끽했다.
주장 이영재는 "조심스럽지만, 우리는 승우가 있어서 강한 팀이 아니라고 얘기하고 싶다. 승우라는 존재가 있어서 위협적인 팀인 건 맞지만, 승우가 없어도 할 수 있고 이길 수 있는 팀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었다"라면서도 "승우가 뛰진 못했지만, 밖에서 보낸 간절한 응원이 통한 것 같다. 승우도 좋은 경험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광혁 역시 "사실 승우가 1차전 이후 많이 힘들어했다. 꼭 해달라고, 할 수 있다고 얘기하더라. 그 말을 해줘서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며 "결국 이겨서 승우가 짐을 놓지 않았나 싶다. 정말 힘들었을 텐데 많이 즐겼으면 좋겠다. 승우 때문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여기까지 끌고 와줘서 정말 고맙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따끔한 한마디도 잊지 않았다. 이광혁은 모두 잘 끝났으니 이승우에게 해줄 말이 있냐는 물음에 "성질 좀 죽여라. 내가 1차전 때 신경전을 한 번 했다. 1-0으로 이기고 있었고, 시간도 좀 끌 겸해서 살짝 신경전을 걸었다. 그 정도 선에서만 해야 한다. 너무 잡고 그러지는 마라"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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