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FC 주장 이영재가 '캐슬파크의 기적'을 썼다. 그리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수원FC는 9일 오후 2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2023 승강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부산 아이파크를 5-2로 제압했다.
이로써 최후의 승자는 수원FC가 됐다. 수원FC는 지난 1차전 1-2 역전패를 딛고 승부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전반 15분 만에 최준에게 실점하며 끌려갔지만, 후반 막판 김현과 이영재의 연속골로 합계 점수 3-3 균형을 맞춘 뒤 연장에서만 3골을 몰아치며 부산을 무너뜨렸다.
반대로 부산은 이번에도 다 잡았던 승리를 놓치며 4년 만의 1부 복귀가 좌절됐다. K리그2 최종전이 오버랩되는 순간이었다. 부산은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도 후반 추가시간 통한의 동점골을 내주면서 우승에 실패했다. 그리고 마지막 기회였던 승강 PO에서조차 뒷심 부족으로 미끄러지고 말았다.
수원FC의 잔류엔 주장 이영재의 역할이 컸다. 그는 패색이 짙던 후반 41분 멋진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가르며 이날 경기를 2-1로 뒤집는 역전골을 만들었다. 이영재의 극장골이 아니었다면 연장 승부도, 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도 나올 수 없었다.
수훈 선수로 뽑힌 이영재는 "1차전 부산에서 지고 오는 바람에 처음부터 힘든 경기를 예상했다. 또 경기 초반에 실점하면서 경기가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그냥 이긴다는 믿음이 너무 강했고, 선수들이 하고자 하는 의지와 이기려는 마음이 주장인 내 눈에 많이 보였다. 그래서 무조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절실함이나 모든 결과가 우리 쪽으로 와서 너무 행복한 하루"라며 웃었다.
■ 다음은 이영재와 일문일답.
- 경기가 끝난 뒤 주저앉아서 환호했다. 만감이 교차했을 것 같은데.
상무에서 제대를 하고 나서 수원FC로 복귀했다. 팬분들의 기대가 컸는데 바로 부상을 당했고, 복귀 후에도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지 못했다. 또 주장을 맡게 되면서 책임감이 컸다. 결과가 우리 뜻대로 나오지 않고, 계속 패하는 모습 때문에 주장으로서 너무나 힘든 시즌이었다. 그런 순간들이 스쳐 지나가면서 감정이 북받쳤다. 사실 뛰어가고 싶었지만, 그럴 힘도 없어서 주저앉았다. 그 순간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내 골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갈 수 있었고, 정말 필요했던 골이었다. 내가 해내서 너무나 행복했다. 그래서 눈물이 났다.
- 작년에도 김천 소속으로 승강 PO를 겪었다. 그때는 강등을 맛본 만큼 각오가 남달랐을 텐데.
선수로서 2년 연속 승강 PO를 치른다는 게 정말 좋지 않은 일이다. 진짜 올해는 내가 떠나지 않을 팀 수원FC에서 작년 같은 실수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간절함이 오늘 경기에서 다 나옴으로써 잔류라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 리그 최종전에서도 동점골을 넣으면서 수원FC를 구했다. 이번 잔류에 본인 지분이 몇% 정도 된다고 생각하는지.
100% 중에 30%인 것 같다. 물론 내 골 덕분에 승강 PO에 갔지만, 동료들 없이 나 혼자서는 이런 결과를 만들 수 없었다. 식상한 말이지만 축구는 팀 스포츠고, 나 혼자서 할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다. 우리 동료들과 코칭스태프들, 감독님, 또 뒤에서 고생해 주시는 구단 직원분들이 없다면 오늘의 결과를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 주장으로서 경기 전에 어떤 점을 강조했는지.
사실 1차전 패배 후 너무 힘들었다. 좋은 경기를 했는데 패배하면서 마음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다. 어제 선수들에게 딱 한마디 했다. 주장으로서 '내일이 설렌다. 우리 홈에서 우리 힘으로 잔류하는 그림이 그려진다'라고 전달했다. 나뿐만 아니라 팀원 모두가 그런 믿음과 자신감을 갖고 잔류할 수 있도록 똘똘 뭉치자고 얘기한 게 오늘 경기장에서 나온 것 같다.
- 수원에 있는 두 팀 중 한 팀(수원 삼성)은 다음 시즌 2부에, 한 팀(수원FC)은 1부에 남게 됐다.
수원 더비를 하면서 좋은 기억들이 많았다. 군대 가기 전에도 수원 더비에서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줬고, 슈퍼매치처럼 화려한 더비는 아니지만 수원 더비라는 역사를 계속 가져가고 싶었다. 1부에서 계속 같이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수원 삼성이 떨어졌다. 하지만 이것도 K리그 발전과 흥행에 있어서 하나의 요소가 되지 않을까 싶다. 또 수원 삼성이 바로 올라와 준다면 우리와 함께 다시 1부에서 뛸 수 있는 날이 빨리 다가올 것이다.
- 김도균 감독이 경기가 끝난 뒤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위로는 딱히 안 해드렸다. 그냥 감독님이 항상 표현을 잘 안 하신다. 힘든 것도 내색하지 않는다. 이런 승강 PO를 하면서도 언제나 농담으로 선수들을 편하게 해주려 노력하셨다. 그런데 오늘 끝나고 눈물 흘리시는 모습을 보니까 감독님께서 정말 힘들었고, 어깨가 무거우셨다는 사실을 느꼈다. 오늘 회식에 간다면 감독님과 술 한잔하면서 개인적으로 감사하다고, 너무 고생 많으셨다고, 내년에는 더 좋은 시즌 보내자고 말씀드리고 싶다.
- 1차전에서 퇴장당한 이승우는 위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끝나고 무슨 말을 나눴는지.
그냥 승우한테 장난으로 '너 때문에 이렇게 힘들게 2차전을 치렀다'고 했다. 이런 말을 하기엔 조심스럽지만, 우리는 이승우가 있어서 강한 팀이 아니라고 얘기하고 싶다. 승우라는 존재가 있어서 위협적인 팀인 건 맞지만, 승우 없이도 할 수 있고 이길 수 있는 팀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었다. 승우가 비록 퇴장당하면서 2차전엔 뛰지 못했지만, 밖에서 보낸 간절한 응원이 통한 것 같다. 승우도 좋은 경험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승우 없이도 원하는 결과를 얻으면서 더 강한 수원FC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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