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도 아무도 믿지 않았다!"
오현규(22, 셀틱)가 선제골을 넣고도 억울했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셀틱은 7일(이하 한국시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셀틱 파크에서 열린 2023-2024 스코틀랜드 프리미어십 16라운드에서 하이버니언을 4-1로 대파했다. 이로써 셀틱은 개막 16경기 무패 행진(13승 3무)을 달리며 단독 선두 자리를 굳혔다.
오현규는 오랜만에 선발 출전했다. 그는 지난달 로스카운티전 이후로는 5경기 모두 벤치에서 시작했지만, 이번 경기에선 일본 국가대표 공격수 후루하시 대신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브렌던 로저스 감독의 결단이었다. 후루하시는 지난 시즌 앤지 포스테코글루 감독 밑에서 득점왕까지 차지했지만, 갈수록 침묵하는 날이 늘어났다. 이날 경기 전까지 최근 8경기 1골에 불과했다.
반면 오현규는 시즌 초반 허벅지 부상을 털고 일어선 뒤 점차 영향력을 키워나갔다. 그는 리그 11라운드 세인트 미렌전, 가족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시즌 마수걸이 골을 터트렸다. 기세를 올린 오현규는 13라운드 에버딘전에서 멀티골을 기록하며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고, 다시 한번 선발 기회를 잡았다.
오현규는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전반 5분 만에 행운의 선제골을 터트리며 셀틱에 리드를 안겼다. 루이스 팔마가 올린 코너킥에 카메론 카터빅커스가 발을 갖다 댔다. 슈팅은 골문 앞에 있던 오현규에게 맞고 굴절되며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오현규는 결국 멀티골까지 뽑아냈다. 후반 10분 칼럼 맥그리거가 왼쪽에서 전진 패스를 찔러넣었고, 오현규가 수비와 몸싸움을 이겨내고 박스 안에서 공을 잡았다. 수비를 떨쳐낸 그는 정확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키퍼를 뚫어내며 다시 한번 하이버니언 골망을 흔들었다.
셀틱 소셜 미디어는 "OHHHHHHHHHHHHHHHH!"라며 "오현규는 힘으로 이겨내며 맥그리거의 전진 패스를 받아냈다. 그리고 홈구장을 질주하며 멀티골을 터트렸다!"라고 감탄했다. 공식 MOTM(Man of the match)도 당연히 오현규의 몫이었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라이브'는 오현규에게 평점 8점을 줬다. 마이키 존스턴, 루이스 팔마와 함께 경기 최고 평점이다. 매체는 "어쩌면 후루하시까지 놀라게 만든 밤이었다. 불과 4분 만에 홈에서 선제골을 터트렸다. 그는 멀티골을 터트리기 전에 뛰어난 힘과 움직임을 보여줬다. 아주 훌륭한 출전이었다"라고 박수를 보냈다.
제대로 눈도장을 찍은 오현규는 스코틀랜드 '더 스코티시 선'과 인터뷰에서 멀티골 소감과 앞으로 포부를 밝혔다. 매체는 8일 "셀틱의 히트맨 오현규는 오는 1월 한국의 아시안컵 선수단 일원이 되기 위해 필사적이다. 그는 적절한 시기에 폼을 되찾고 있다. 이제 그는 로저스 감독의 계획에 포함돼 아시안컵 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오현규는 "12월에 가능한 한 많은 경기를 뛰고 싶고, 최대한 많은 골을 넣고 싶다. 팀에 기여하고 아시안컵에도 나서고 싶다. 선발로 뛸 수 있는 기회를 얻어 매우 기뻤고, 멀티골을 넣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는 그저 너무 게으르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 하려고 했다. 공격적으로 뛰는 게 중요했다. 나름 잘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을 때 기회를 잡는 게 중요하다. 선발 기회가 그렇게 많진 않지만, 올 때마다 마지막 경기인 것처럼 뛴다"라고 강조했다.
오현규는 "감독님이 요구하는 바를 하고 싶다. 최선을 다하면 목표도 따라오기 마련이다. 이런 기회들을 움켜쥐고 싶다. 매번 훈련할 때마다 경쟁처럼 느껴지지만, 감독님과 코칭스태프분들 모두 많은 조언을 해주신다"라고 덧붙였다.
경쟁자이자 동료인 후루하시 이야기도 나왔다. 최근 현지에서는 후루하시-오현규 투톱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로저스 감독 역시 안 될 이유가 없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오현규는 "후루하시가 이 클럽에 얼마나 많이 기여했는지 알고 있다. 그와 함께 뛰는 건 영광이다. 그가 하는 모든 것을 존중한다. 그에게 배울 수 있다"라고 후루하시를 칭찬했다.
영어 실력도 열심히 쌓고 있다. 오현규는 구단과 인터뷰도 모두 영어로 진행 중이다. 그는 "난 다른 동료들을 존경하고, 그들 모두 훈련이 얼마나 힘든지 말한다. 나도 지금 그걸 경험하고 있다. 내가 신체적, 정신적으로 많이 발전하는데 도움이 된다"라며 "영어 실력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모두와 대화할 순 있지만, 계속 공부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끝으로 오현규는 선제골 장면의 비화도 공개했다. 그는 "아주 중요한 터치였다! 내가 공을 건드렸다는 걸 아무도 깨닫지 못했던 것 같다. 동료들도 아무도 믿지 않았다! 심지어 장내 아나운서도 카터빅커스의 골이라고 했다. '아냐, 아냐 아니야!'라고 했다"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후루하시 선발-오현규 벤치'로 굳어졌던 경쟁 판도에 균열을 내고 있는 오현규. 대한민국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대표팀은 최근 황의조가 불법촬영 혐의로 대표팀에서 제외되면서 최전방 구성에 문제가 생겼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11월 A매치에서 중앙 수비수를 3명만 뽑으면서까지 조규성, 황의조, 오현규 공격수 3인방을 발탁했다. 그러나 그중 한 명이 사라지게 된 것. 수사 속도를 생각하면 황의조는 1월 아시안컵 전까지 혐의를 벗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예상치 못한 깜짝 발탁이 없는 한 선택지는 조규성과 오현규밖에 없는 상황. 여기서 소속팀 경쟁에서 밀려 있던 오현규까지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굳이 새로운 얼굴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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