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1 득점왕이 태극마크를 달지 못하는 현실이다. 과연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주민규(33, 울산)에게 기회를 줄까? 아니면 이번에도 희망고문 일까?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내년 1월 12일 카타르 도하에서 개막하는 ‘AFC 아시안컵 2023’에 출전한다. 한국은 요르단, 바레인, 말레이시아와 함께 E조에 속해 우승을 노린다.
한국은 1956년 1회 대회와 1960년 2회 대회서 연속우승에 성공했다. 하지만 한국은 이후 63년 동안 준우승만 네 번 하며 우승과 인연이 없다. 유독 불운한 장면이 많아 ‘아시안컵의 저주’라는 말까지 나온다. 손흥민이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2024년은 아시아 왕좌탈환의 최적기다.
클린스만, 황의조 대체자로 과연 '득점왕' 주민규 고려할까?
결전을 불과 한달여 남긴 현재 날벼락이 터졌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지난달 28일 윤리위원회를 열어 "불법촬영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황의조에 대해 사실관계에 대한 수사기관의 결론이 나올 때까지 국가대표로 선발하지 않는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황의조의 아시안컵 출전은 사실상 불발될 것으로 보인다.
클린스만이 황의조의 빈자리에 대체공격수를 선발할지 초미의 관심사다. 특히 올 시즌 K리그1에서 17골로 득점왕을 차지한 주민규의 발탁여부가 화제다. 2023 시즌 주민규는 36경기서 17골을 터트리면서 울산의 2연패에 큰 공을 세웠다. 주민규는 티아고(대전)와 17골로 동률을 이뤘지만 출전시간이 적어 2년 만에 다시 득점왕에 올랐다.
최근 K리그에서 주민규만큼 독보적인 활약을 펼친 토종 공격수는 없었다. 2021년 22골로 득점왕에 오른 주민규는 2022시즌에도 17골을 터트렸다. 최다골이었지만 출전시간이 더 많아 조규성(17골)에게 득점왕을 양보했다. 지난 3시즌 간 K리그서 무려 56골을 터트린 주민규다. 그보다 많이 득점한 선수는 아무도 없다.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 그렇다면 득점왕 주민규는?
하지만 이 모든 기록이 K리그라서 의미가 없는 것일까? 아니면 주민규가 전술적으로 맞지 않는 것일까? 전임 파울루 벤투부터 현재 클린스만까지 대표팀 감독들은 주민규를 국가대표팀에 불러 테스트조차 해보지 않고 있다. 뛰어난 기량에도 유독 태극마크와 인연이 없는 주민규다.
아이러니한 것은 지금 유럽에서 뛰고 있는 오현규와 조규성도 불과 1년 전에는 K리거였다는 점이다. 클린스만은 스코틀랜드까지 직접 날아가 오현규 경기를 챙겨볼 정도로 열성을 보였다. 클린스만은 “오현규가 말도 통하지 않는 리그에서 뛰며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K리그에 대해 클린스만은 “내가 K리그팀 감독이었다면 한국에 상주하며 K리그를 볼 것이다. 하지만 한국대표팀 대부분의 선수가 현재 유럽에 있다. 내가 해외에 머무는 이유다. 물론 문은 언제든지 열려 있다. 차두리 코치가 K리그를 자주 본다”며 상대적으로 중요성을 덜 인식하고 있다.
말만 문이 열려 있다고 했을 뿐 실질적으로 클린스만이 대표팀에 새로 발굴한 K리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선수가 이미 벤투 시절부터 대표팀을 경험했던 선수들이다. 그나마 새로 뽑힌 K리거들도 자기 포지션에 기용하지 않는 등 실험의 의미가 퇴색됐다. 몇몇 선수는 소속팀에서 컨디션이 떨어졌는데 대표팀에 붙박이로 뽑혀 의구심을 자아냈다. 클린스만이 제대로 K리그를 체크하는지 의심스럽다.
클린스만은 “기존 멤버들의 완성도와 조직력이 중요하다”며 아시안컵에 대한 구상을 이미 마친 상황이다. 황의조 이탈의 돌발상황이 생겼지만 갑자기 새로운 선수를 뽑을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 아쉽지만 주민규가 깜짝 승선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조규성과 오현규의 맹활약...'손톱' 카드도 가능
최근 조규성과 오현규의 소속팀 맹활약도 주민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 조규성은 5일 비보르와의 홈경기서 페널티킥 골을 포함해 2골을 넣고 팀의 5-1 완승을 이끌었다. 조규성은 덴마크 수페르리가 17라운드 베스트11에 도 이름을 올렸다.
오현규도 컨디션이 좋다. 오현규는 7일 치른 스코틀랜드 프리미어십 16라운드 하이버니언전에 선발로 출전해 멀티골을 넣었다. 13라운드에서도 멀티골을 넣었던 오현규는 리그 5호골로 득점 순위 7위로 올라섰다. 부동의 공격수 후루하시 쿄고의 부상공백을 틈타 오현규는 주전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사실 원톱공격수는 두 명이면 충분하다.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벤투 감독이 황의조와 조규성 두 명만 데려갔다. 당시 황의조의 부진을 틈타 조규성이 가나전 멀티골을 폭발시켜 주전경쟁에서 이겼다. 아시안컵 주전공격수 경쟁은 조규성 대 오현규로 좁혀진 모양새다.
토트넘에서 9번을 보는 손흥민이 원톱으로 뛰는 전술도 운용이 가능하다. 아시안컵 전까지 평가전도 없는 상황에서 클린스만이 파악도 되지 않은 주민규를 새로 뽑아 테스트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다.
주민규는 “모든 선수가 국가대표를 꿈꾼다. 나도 동기부여를 갖지만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며 태극마크에 대한 미련을 보였다. 황의조의 이탈이 주민규에게 희망고문이 되고 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