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트레블을 달성하면 은퇴할 것이라고 선언했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맨체스터 시티(맨시티)가 고배를 들었다.
맨시티는 7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 빌라 파크에서 열린 2023-2024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15라운드에서 아스톤 빌라와 원정경기에서 0-1로 패했다.
경기는 1점 차 승부였다. 하지만 내용은 맨시티가 빌라에 처참하게 압도 당했다. 맨시티가 단 2개의 슈팅을 날린 데 반해 빌라는 무려 22개의 슈팅으로 퍼부었다. 후반 29분 빌라 공격수 레온 베일리가 올린 득점이 이날 결승골로 기록됐다.
맨시티는 케빈 더 브라위너가 일찌감치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중원 핵심이었던 로드리마저 나오지 못한 공백이 컸다. 토트넘전서 받은 옐로 카드에 따른 경고 누적으로 이날 경기에 나서지 못해 볼 배급이 원활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통계 업체 '옵타'에 따르면 이날 맨시티가 기록한 2개의 슈팅은 과르디올라 감독이 유럽 5대 리그서 치른 535경기 중 가장 적은 슈팅 숫자다. 22개의 슈팅 허용 역시 최다다. 과르디올라 감독 체제에서 역대 최악의 경기력이 나온 것이다. 득점 선두 엘링 홀란이 기록한 2개의 슈팅은 득점과 연결되지 못했다.
맨시티는 지난 시즌 트레블(프리미어리그, FA컵, UEFA 챔피언스리그)을 달성한 팀이다. 프리미어리그를 넘어 세계 최고 클럽의 지위를 가진 디펜딩 챔피언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에겐 두 번째 경험이다. 지난 2008-2009시즌에도 바르셀로나를 이끌고 첫 트레블에 성공했다.
이번 시즌에도 유력한 우승 후보다. 과르디올라 감독 스스로도 전날 공식 기자회견에서 "오늘 내 느낌을 묻는다면 우리가 이번 시즌에도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할 것 같다. 우리가 리버풀과 토트넘을 상대로 보여준 수준의 경기를 한다면 우리는 다시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이날 경기 후 "빌라는 오늘 경기장에서 최고의 팀이었다"면서 "그들은 환상적인 경기를 펼쳤다. 우리는 우리 프로세스를 만들고 어떤 순간에는 더 공격적으로 보이려 애썼다. 더 나은 팀이 승리했다"고 상대 승리를 인정했다.
상대 빌라의 우나이 에메리 감독은 과르디올라 감독을 상대로 첫 승을 거뒀다. 빌라는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15경기 중 10승을 거뒀다. 이는 마지막 우승을 차지했던 1980-1981시즌 이후 현 단계서 가장 많은 승리다.
특히 빌라는 상대 진영인 파이널 서드에서 13차례나 볼 소유권을 따내 이것 역시 과르디올라 감독의 맨시티를 상대로 가장 많은 수치를 올렸다. 빌라는 리그 홈 14연승으로 1903년과 1931년 세웠던 클럽 기록과 같아졌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이날 경기 전 놀라운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트레블이 어렵다는 것을 안다"면서도 "만약 우리가 이번 시즌 트레블을 달성한다면 나는 은퇴할 것이다. 그건 진심"이라고 강조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 말을 실현한다면 '트레블 해트트릭'을 완성하는 셈이다. 2번의 트레블도 과르디올라 감독이 유일하다. 다시 과르디올라 감독이 트레블을 달성한다면 은퇴한다해도 전무후무할 기록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트레블의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리그 우승 가능성이 힘들어졌다. 이 패배로 맨시티는 4경기 연속 무승(3무 1패)을 기록, 승점 30(9승 3무 3패)을 유지했으나 리그 순위는 4위까지 내려앉았다. 반면 빌라가 승점 32(10승 2무 3패)까지 쌓아 3위로 올라섰다.
리그 선두인 아스날은 승점 36(11승 3무 1패)으로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그 뒤를 리버풀(승점 34)이 추격하는 중. 토트넘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상 승점 27)도 따라 붙고 있다.
아스날이 계속 승승장구하고 있는 가운데 맨시티가 주춤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자 전문가들도 맨시티보다는 아스날이나 리버풀의 우승 가능성에 힘을 싣는 분위기가 점점 커지고 있다.
맨시티가 리그 우승이 힘들어지면 자연스럽게 트레블 달성도 불가능하게 된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은퇴도 당연히 힘들어질 전망이다. 일부 팬들은 "펩이 은퇴할 생각이 없는 것"이라고 농담을 하고 있기도 하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