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던 로저스(50) 셀틱 감독이 오현규(22)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후루하시 교고(28)와 경쟁 구도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신호탄이다.
셀틱은 7일 스코틀랜드 글레스고의 셀틱 파크에서 열린 2023-2024 스코틀랜드 프리미어십 16라운드에서 하이버니언을 4-1로 대파했다. 이로써 셀틱은 개막 16경기 무패 행진(13승 3무)을 달리며 단독 선두 자리를 굳혔다.
이날 로저스 감독은 오랜만에 오현규를 선발 명단에 올렸다 그는 지난달 로스카운티전 이후로는 5경기 모두 벤치에서 시작했지만, 이번 경기에선 일본 국가대표 공격수 후루하시 대신 선발 출격했다.
후루하시의 최근 경기력을 고려한 로저스 감독의 결단이었다. 후루하시는 지난 시즌 앤지 포스테코글루 감독 밑에서 득점왕까지 차지했지만, 갈수록 침묵하는 날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공식전 8경기에서 단 1골에 불과했다.
반면 오현규는 허벅지 부상을 털고 일어선 뒤 점차 영향력을 키워나갔다. 그는 지난 11라운드 세인트 미렌전 가족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시즌 마수걸이 골을 터트렸다. 기세를 올린 오현규는 13라운드 에버딘전에서 멀티골을 기록하며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고, 실력으로 선발 기회를 잡았다.
로저스 감독의 선택은 정답이었다. 오현규는 전반 5분 만에 행운의 선제골을 터트리며 셀틱에 리드를 안겼다. 루이스 팔마가 올린 코너킥에 카메론 카터빅커스가 발을 갖다 댔다. 슈팅은 골문 앞에 있던 오현규에게 맞고 굴절되며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시즌 4호 골을 터트린 오현규는 이후로도 꾸준히 슈팅 기회를 엿보며 멀티골을 노렸다. 전반 14분 팔마가 올린 크로스를 머리에 맞췄지만, 골대 위로 넘어갔다. 전반 20분엔 알리스테어 존스톤의 크로스를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오현규는 결국 멀티골을 뽑아냈다. 후반 10분 칼럼 맥그리거가 왼쪽에서 전진 패스를 찔러넣었고, 오현규가 수비와 몸싸움을 이겨내고 박스 안에서 공을 잡았다. 수비를 떨쳐낸 그는 정확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키퍼를 뚫어내며 다시 한번 하이버니언 골망을 흔들었다.
셀틱 소셜 미디어는 "OHHHHHHHHHHHHHHHH!"라며 "오현규는 힘으로 이겨내며 맥그리거의 전진 패스를 받아냈다. 그리고 홈구장을 질주하며 멀티골을 터트렸다!"라고 감탄했다.
오현규는 시즌 4호 골, 5호 골을 끝으로 임무를 마쳤다. 그는 후반 18분 후루하시와 교체돼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셀틱은 후반 27분 크리스티안 도이지에게 한 골 내주며 추격을 허용했지만, 더 이상 실점 없이 경기를 마무리하며 승점 3점을 거머쥐었다.
경기 후 로저스 감독은 "선수들 태도가 정말 훌륭했다. 정말 좋은 승리였다"라며 "새로운 선수들을 믿기 때문에 선발 명단에 변화를 줬다. 특히 오현규가 전방에서 뛰어나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현규는 팀에 좋은 본보기가 됐고, 그의 활약에 정말 기쁘다. 그는 확실히 그런 자신감을 갖고 경기 중이다. 맥그리거가 앞으로 보낸 패스가 뛰어났다. 오현규는 뒤로 돌아 침투했고, 힘을 보여줬으며 안으로 들어와서 정말 잘 마무리했다. 그는 훈련도 정말 잘하고 있고, 경기에서도 아주 효과적이었다"라고 극찬했다.
또한 로저스 감독은 "오현규의 경기력은 뛰어났다. 그는 골을 잘 넣었고, 공격적으로 압박했다. 양말이 벗겨지도록 열심히 뛰어다녔다"라고 덧붙였다.
셀틱 선배 피터 그랜트 역시 "마이키 존스턴이 좋은 경기를 펼쳤다. 그리고 오현규도 분명히 그랬다. 둘은 경기에 큰 영향을 미쳤다"라며 오현규의 활약에 박수를 보냈다.
오현규는 자신에게 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움켜쥐었다. 이제는 '후루하시 선발-오현규 벤치'로 굳어졌던 최전방 경쟁에도 균열이 갈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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