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국가대표’ 렌즈 아반도(25, 정관장)는 필리핀 농구팬들에게 마치 아이돌 같은 존재였다.
안양 정관장은 6일 안양체육관에서 개최된 ‘2023-24시즌 동아시아슈퍼리그(EASL) A조 예선’에서 필리핀 PBA의 TNT 트로팡 기가를 105-97로 제압했다. 정관장은 2승으로 치바 제츠(3승)에 이어 조 2위를 지켰다. TNT는 승리 없이 4패를 기록했다.
필리핀 국가대표출신 아반도에게 필리핀 프로팀과 대결은 의미가 컸다. 마침 TNT의 촛 레예스 총감독이 필리핀 국가대표 감독직까지 겸직하고 있다. 아반도가 필리핀 국가대표에 계속 뽑히기 위해서라도 이날 활약이 중요했다.
한국에 거주하는 필리핀 팬들도 대거 경기장을 찾았다. 정관장 구단과 EASL에서 필리핀 대사관과 함께 홍보를 한 결과였다. 아반도의 영향으로 정관장 유니폼을 입고 온 필리핀 팬들도 많이 보였다.
전반전 4점에 그쳤던 아반도는 후반전 심기일전하며 총 13점을 기록했다. 4쿼터 막판 대릴 먼로가 흥분해서 필리핀 벤치와 충돌했을 때 아반도가 말리는 역할도 맡았다. 그야말로 한국홍보대사였다.
경기 후가 더 대박이었다. 아반도와 사진을 찍기 위해 많은 필리핀 팬들이 코트에 몰렸다. 농구열기가 엄청난 필리핀에 비해 한국은 상대적으로 팬들이 선수들과 사진 찍기 좋은 환경이었다. 아반도는 친절하게 팬서비스를 다해줬다.
필리핀 팬들의 열기에 대해 아반도는 “마치 안양이 필리핀인 줄 알았다. 수요일 오후 경기라 팬들이 많이 못 오실 줄 알았는데 직장을 마치자마자 바로 농구장에 오신 팬들이 많아 감사했다”며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평소 KBL 경기는 필리핀에서 정식 중계방송이 없어 보기 힘들다. 하지만 EASL 경기는 필리핀 전역에 생중계됐다. 아반도가 가족들에게 자기 활약상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다.
아반도는 “맞다. 필리핀에 중계가 되기에 더 힘을 냈다. 평소 필리핀에서 KBL 경기를 보기 힘들다. 그래서 우리 가족들도 인터넷을 뒤지곤 한다. KBL 경기도 유튜브에서 편하게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KBL의 글로벌화를 촉구했다.
필리핀 팬들의 열기는 상상이상이었다. 경기 후 TNT 선수들의 귀가모습을 보기 위해 버스 주변에 모인 팬들도 있었다. 비록 경기에 패했지만 팬들에게 끝까지 서비스를 해주는 필리핀 프로선수들의 자세도 인상적이었다.
필리핀 농구팬들에게 ‘국가대표’ 아반도는 자부심 그 자체였다. 한국에도 필리핀 팬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 KBL도 아반도 등 필리핀 선수들을 활용해 필리핀 농구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마케팅이나 홍보활동이 꼭 필요할 것이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