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끝 감각을 머리 끝까지 끌어 올린 황희찬(27, 울버햄튼)이 구단의 간판스타로 거듭나고 있다.
울버햄튼 원더러스는 6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울버햄튼의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프리미어리그 15라운드에서 번리와 맞붙어 1-0으로 승리했다.
이 경기 선발로 출전한 황희찬은 팽팽하던 경기에서 승부사로 활약했다. 전반 42분 파블로 사라비아가 번리 수비의 패스 실수를 끊어낸 뒤 중앙으로 패스했고, 마테우스 쿠냐가 다시 오른쪽으로 공을 내줬다.
황희찬의 리그 8호 골이자 시즌 9호 골이었다. 그는 올 시즌 리그에서만 8골 2도움, 리그컵에서 1골을 기록 중이다. 벌써 프리미어리그 두 자릿수 공격 포인트를 달성했다.
동시에 또 한 번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득점포를 가동하며 홈에서 강한 면모를 이어갔다. 황희찬은 올 시즌 넣은 9골 중 6골을 홈에서 터뜨렸다.
지난 10월엔 1972-1973시즌 존 리차즈 이후 처음으로 울버햄튼 소속 홈 6경기 연속 득점 기록도 세웠다. 그는 지난 시즌 마지막 홈 경기였던 에버튼전을 시작으로 홈에서 열린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 뉴캐슬 유나이티드, 리버풀, 맨체스터 시티, 아스톤 빌라, 뉴캐슬전까지 쭉 골망을 흔들었다.
황희찬은 프리미어리그 득점 순위표에서도 4위로 올라섰다. 8골을 달성한 그는 올리 왓킨스(빌라), 재로드 보웬(웨스트햄)과 함께 공동 4위에 이름을 올렸다. 3위 손흥민(9골)과 격차는 단 한 골이다.
프리미어리그는 경기 종료 후 결승 골의 주인공 황희찬이 MOM(Man of the match)으로 선정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는 팬 투표에서 무려 83.5%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 2위에 오른 울버햄튼 수문장 벤틀리(6.4%)를 약 80% 차이로 크게 따돌렸다.
동료들은 물론 팬들의 마음까지 훔친 황희찬이다.
지난달 29일 영국 '버밍엄 메일'은 울버햄튼 원더러스의 간판 공격수로 발돋움한 황희찬의 인터뷰를 전했다. 황희찬은 전 동료였던 엘링 홀란을 따라잡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황희찬과 홀란은 FC 레드불 잘츠부르크 시절 한 팀에서 활약하며 공격에서 조합을 맞췄다. 이에 버밍엄 메일은 "이번 시즌 골문 앞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온 황희찬은 옛 동료 홀란을 따라잡고자 한다"라며 두 선수 사이를 조명하기도 했다.
황희찬은 "프리미어리거가 되는 것은 나의 꿈이었다. 대한민국에도 프리미어리그 출신의 좋은 선수들이 많다. 난 아직도 내가 이 리그에서 뛰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난 책임감을 가지고 있으며 내가 매일 최선을 다하는 이유"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모든 득점은 팀워크의 결과물이다. 우린 훈련에서도 최선을 다한다. (게리 오닐) 감독님도 놀랍다. 우린 서로를 매우 잘 이해하고 있으며 모든 공격수, 미드필더, 수비수들은 상대의 압박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 우리가 감독님의 전술을 따르는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홀란은 현시점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이다. 지난 시즌 리그 35에서 36골을 기록하며 이적 첫 시즌 만에 득점왕에 올랐고 현재까지 공식전 74경기를 치러 71골을 넣었다. 목표를 크게 잡는 것은 좋지만, 홀란을 따라잡기란 어려워 보였다.
황희찬은 차근차근 나아갔다. 마치 맨시티의 간판이 홀란인 것처럼 울버햄튼의 홈에서 확실한 결정력으로 구단의 승점을 책임지는 핵심 공격수가 된 황희찬은 이제 울버햄튼의 '간판스타'로 발돋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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