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패 수렁에서 토트넘을 끄집어낸 앤지 포스테코글루 감독(58)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14라운드 이주의 감독으로 선정됐다.
EPL 사무국은 15일(한국시간) 공식 소셜 미디어 계정을 통해 이주의 선수(베스트11)와 감독을 발표했다.
지난 4일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와 ‘지옥’의 원정 경기서 3-3 무승부를 기록해 승점 1점을 획득하고, 3연패를 끊어낸 포스테코글루가 이주의 감독 영광을 안았다. 토트넘은 8승 3무 3패, 승점 27로 5위다. 맨시티(승점 30)는 3위이며 선두는 아스날(승점 33).
사무국은 "토트넘은 맨시티전 전반전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눈부신 변화가 경기의 흐름을 바꿔 놓았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캡틴’ 손흥민의 활약 덕분에 승점을 획득할 수 있었다.
맨시티를 상대로 손흥민은 토트넘의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1골 1도움을 기록, 1자책골 불운도 따랐다.
그는 지난 10월28일 크리스탈 팰리스전 이후 4경기 만에 골맛을 봤다. 득점왕 경쟁도 이어갔다. 리그 9호골로 엘링 홀란(맨시티, 13골), 모하메드 살라(리버풀, 10골)에 이어 득점 랭킹 3위를 차지했다.
EPL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손흥민은 EPL 한 경기에서 골과 도움, 자책골을 모두 기록한 5번째 선수가 됐다.
이날 손흥민은 선제골을 터트렸다. 전반 6분 코너킥 수비 이후 쿨루셉스키가 전방으로 길게 패스했다. 빈 공간으로 뛰어들던 손흥민이 도쿠와 몸싸움을 이겨낸 뒤 폭풍 질주했다. 박스 오른쪽으로 파고든 그는 날카로운 슈팅으로 에데르송 골키퍼를 뚫어냈다.
그러나 선제골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곧바로 손흥민의 자책골이 나왔다. 전반 9분 알바레스가 우측에서 감아올린 프리킥이 손흥민 허벅지에 맞고 굴절되며 토트넘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경기는 1-1, 원점으로 돌아갔다.
맨시티가 승부를 뒤집었다. 전반 31분 도쿠가 수비 뒤로 절묘하게 빠져나간 알바레스에게 공을 건넸다. 알바레스는 욕심 내지 않고 골문 앞 포든에게 패스했고, 포든은 침착하게 골망을 가르며 역전골을 뽑아냈다.
조금씩 살아나던 토트넘이 동점을 만들었다. 후반 24분 손흥민이 원터치로 공을 내준 뒤 침투하며 수비를 끌어당겼다. 로 셀소가 그 공간을 놓치지 않고 정확한 왼발 감아 차기로 골문 구석을 꿰뚫었다. 로 셀소의 두 경기 연속골이자 손흥민의 리그 2호 도움이었다.
토트넘이 실수로 무너졌다. 후반 36분 비수마가 후방에서 무리한 드리블을 시도하다가 공을 뺏기며 역습을 허용했다. 오른쪽으로 파고든 홀란이 뒤로 공을 내줬고, 그릴리시가 빈 골문에 밀어 넣으며 3-2를 만들었다.
하지만 경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후반 45분 손흥민이 왼쪽으로 공을 내줬고, 존슨이 골문 안으로 왼발 크로스를 올렸다. 이를 쿨루셉스키가 뛰어들며 머리에 맞췄고, 공은 크로스바를 때리고 골망을 흔들었다.
축구 통계 매체 '소파 스코어'에 따르면 손흥민은 90분 동안 1골, 1도움, 1자책골, 슈팅 1회, 기회 창출 2회, 드리블 성공률 100%(2/2), 볼 경합 승률 100%(4/4) 등을 기록했다.
1골 1도움 1자책골. 천당과 지옥을 오간 손흥민은 경기 후 올 시즌 5번째 프리미어리그 공식 MOM(Man of the match)에 선정됐다. 그는 팬 투표에서 40.8%에 달하는 압도적 득표율을 기록했다. 2위는 33.3%를 받은 홀란이었다.
경기 후 앤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경기 후 “재미있는 경기였다. 그들(맨시티)을 이기고 싶었지만, 얼마나 환상적인 팀인지 느꼈다”라며 그런 팀을 상대로 승점을 가져왔다며 기뻐했다.
이어 지난 3연패를 돌아보면서는 “선수들이 익숙하지 않은 포지션에서 플레이해야 했다. 나도 타협하고 싶지 않았지만... 힘든 시기였다. 하지만 과정을 충실하게 헤쳐나가면 어떤 어려움을 겪더라도 강해질 것이다. 오늘 경기는 선수들에게 자신에 대한 믿음을 더 심어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려 맨시티 원정에서 위기 탈출을 알리는 승점을 가져온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주의 감독으로 선정되면서 좋은 일이 겹쳤다. 하지만 ‘맹활약’ 손흥민은 이주의 선수 명단에 들지 못했다.
한편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지난 10월 EPL 새역사를 쓴 바 있다. 데뷔 후 9경기에서 승점 23을 기록한 최초의 감독이 됐다.
종전 EPL 데뷔 9경기 최다 승점 기록은 22점으로 거스 히딩크 전 첼시 감독, 마이크 워커 전 노리치 시티 감독이 가지고 있었다.
토트넘은 지난 7월부터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정식적으로 동행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최초 호주 출신 감독과 4년 계약을 맺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2021년부터 셀틱 지휘봉을 잡은 뒤 승승장구했다. 이를 바탕으로 토트넘으로 넘어올 수 있었다.
그는 셀틱 부임하자마자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스코티시 리그컵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시즌엔 리그, 스코티시 리그컵, 스코틀랜드축구협회(FA)컵 우승을 모두 차지하며 ‘국내 3관왕’ 쾌거를 달성했다. 2시즌 연속 흔들림 없는 지도력, 그리고 결과까지 낸 것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대표팀 감독' 경력도 있다. 역시나 성적도 좋았다. 2015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호주 대표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당시 결승전에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끌던 한국을 꺾고 정상에 올랐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지난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오현규를 셀틱으로 데려온 스승이기도 하다. 오현규에 이어 손흥민을 지도하고 있다.
‘빅클럽’ 경험이 없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 토트넘을 맡길 때 팬들의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개막 후 그런 우려가 사라졌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토트넘의 상승세를 이끈 공으로 EPL 사무국으로부터 ‘9월 이달의 감독상’까지 받았다. 여기에 2002년 한일월드컵 때 한국을 4강에 올려놓은 ‘명장’ 히딩크 감독까지 넘었다.
하지만 당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자만을 경계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스카이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신기록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토트넘의 새 시즌 출발에 만족하고, 구단 구성원들에게 고맙다”라고 자세를 낮췄다.
이후 토트넘에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전력 이탈하고 그 여파로 맨시티와 맞대결 전까지 3연패에 빠져있었지만 모두가 우려하는 깊은 슬럼프엔 빠지지 않았다. 맨시티전 무승부로 반등을 알렸다. /jinju217@osen.co.kr
[사진] 앤지 포스테코글루 / 손흥민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