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패스 안 해?' 손흥민도 화났다...2001년생 윙어, 전반 끝나고 '칼교체'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3.12.04 09: 24

얼마나 답답했으면 그랬을까. '캡틴' 손흥민(31, 토트넘 홋스퍼)이 2001년생 후배의 실수에 크게 화를 내며 호통쳤다.
토트넘 홋스퍼는 4일 오전 1시 30분(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프리미어리그 14라운드 경기에서 맨체스터 시티와 3-3으로 비겼다.
이로써 토트넘은 3연패를 끊어내며 8승 3무 3패, 승점 27점으로 5위가 됐다. 3경기 연속 무승부를 거둔 맨시티는 9승 3무 2패, 승점 30점으로 3위로 내려앉았다. 선두 아스날(승점 33)과 격차는 3점으로 벌어졌다.

토트넘은 2004년 이후 처음으로 리그 4연패에 빠질 뻔했던 위기를 벗어났다. 토트넘은 지난 2004년 11월 데이비드 플리트 감독 시절 이후 단 한 번도 리그 4연패를 기록한 적 없다. 이번엔 첼시와 울버햄튼, 아스톤 빌라에 차례로 패한 뒤 맨시티한테도 무릎 꿇을 위기였지만, 후반 45분 데얀 쿨루셉스키의 극적인 동점골로 기사회생했다.
손흥민은 평소 인성이 좋고, 모두에게 친절하기로 유명하다. 그는 팬들과 나이 차이 많이 나는 후배들은 물론이고 적 팀 선수들까에게도 먼저 다가가 말을 건네는 '나이스 가이'다. 최근엔 한 축구 매체가 선정한 '축구계에서 가장 호감인 선수 베스트 11'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토트넘 신입생' 제임스 매디슨도 손흥민은 언제나 잘 웃는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손흥민을 웃게 하는 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알겠지만, 그는 타고난 나이스 가이"라며 "아침에 볼 때마다 꼭 안아주고 싶은 사람이다. 난 운이 좋게도 그렇게 할 수 있다. 많은 토트넘 팬들이 그를 끌어안고 싶어 한다는 걸 안다"라고 밝혔다.
또한 매디슨은 "레스터에 있을 때 손흥민을 전혀 몰랐다. 하지만 그때도 그는 경기가 끝나면 내게 다가와 악수를 건넸고, 날 안아주며 칭찬했다. 그럴 필요는 없지만, 그렇게 하는 모습을 본다. 그는 사람들에게 시간을 쏟는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스마일맨' 손흥민도 분노를 참지 못했다. 4연패 위기에서 동료의 아쉬운 판단으로 결정적인 기회를 놓쳤기 때문.
양 팀이 1-1로 팽팽히 맞서고 있던 전반 27분 문제의 장면이 나왔다.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브리안 힐이 맨시티 진영에서 로드리의 패스 실수를 끊어냈다. 중앙으로 뛰어드는 손흥민에게 패스했다면 바로 골키퍼와 맞닥뜨리는 결정적 기회가 될 수 있는 상황.
힐도 손흥민 쪽을 힐끔 봤지만, 곧바로 패스하지 않고 직접 공을 몰고 올라갔다. 그리고 뒤늦게 손흥민에게 패스했다. 공은 당연히 커버를 들어온 맨시티 수비진에 차단당했다. 그렇게 절호의 기회가 날아났다.
그러자 손흥민은 힐을 바라보고, 오른팔을 크게 휘두르며 이례적으로 화를 냈다. 왜 자신에게 일찍 패스하지 않았냐며 답답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머리를 감싸 쥐었던 힐은 양팔을 들어 올리며 항변했다.
기회를 놓친 토트넘은 머지않아 실점하며 역전을 허용했다. 4분 뒤 맨시티의 전방 압박에 당하며 필 포든에게 실점한 것. 게다가 힐은 맨시티 수비수 카일 워커에게 번번이 막히며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후방에서 패스 실수를 저지르며 위기를 자초하곤 했다.
결국 힐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됐다. 앤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45분 만에 그를 벤치로 불러들이고 중앙 미드필더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를 투입했다. 힐의 전반전 경기력이 그만큼 최악이었다는 이야기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선택은 적중했다. 호이비에르가 지오바니 로 셀소를 대신해 중앙 미드필더를 맡았고, 로 셀소는 한 칸 전진해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됐다. 그 자리에 있던 쿨루셉스키가 우측면으로 옮겨갔다.
역할을 바꾼 두 선수가 나란히 득점포를 가동했다. 로 셀소는 후반 24분 손흥민이 원터치로 내준 공을 멋진 왼발 감아차기로 연결해 2-2 동점을 만들었고, 쿨루셉스키는 후반 45분 브레넌 존슨의 크로스를 머리로 마무리하며 3-3을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최악은 피한 토트넘. 적지에서 극적으로 승점 1점을 따낸 손흥민과 토트넘 선수들은 밝은 표정으로 원정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손흥민은 경기 후 "맨시티는 거대한 팀이고, 세계 최정상급 팀이다. 그게 우리가 축구를 사랑하는 이유다. 정말 미친 기분이었다. 우리는 절대로 믿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 팀이 정말 자랑스럽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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