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22, 파리 생제르맹)이 수적 열세에 빠진 팀에 산소를 불어 넣었다.
PSG는 3일(한국시간) 오후 9시 프랑스 르아브르 스타드 오세안에서 열리는 2023-2024 프랑스 리그 1 14라운드에서 르아브르 AC를 2-0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PSG는 10승 3무 1패, 승점 33점으로 리그 선두 자리를 굳건히 했다. 2위 OGC 니스(승점 29)와 격차는 4점으로 벌어졌다. 무려 80분을 10명으로 뛰면서 얻어냈기에 더욱 귀중한 승점 3점이다.
이날 PSG 선수들은 특별한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바로 등에 '이강인', '음바페', '솔레르' 등 한글로 이름이 적힌 '한글 유니폼'. PSG는 "르아브르 원정 경기에서 한글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선수들이) 착용하고 경기를 펼칠 예정이다. 구단 역사상 처음"이라고 알렸다.
이강인 효과다. PSG에 따르면 이강인이 합류한 뒤 홈 구장 파르크 데 프랭스를 찾는 한국 팬들이 20%나 증가했다. 게다가 한국 시장은 (이강인을 영입했던) 지난 7월 이후 전자상거래 측면에서 PSG의 두 번째 큰 시장이 됐다. 실제로 이강인의 유니폼 판매량은 음바페까지 뛰어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글 유니폼의 날. 이강인도 선발 출전해 풀타임 활약을 펼쳤다. 4-3-3 포메이션에서 왼쪽 미드필더로 나선 그는 우측 미드필더 비티냐와 자리를 바꾸며 좌우 가리지 않고 경기장을 누볐다.
쉬운 승리는 아니었다. PSG는 전반 10분 수문장 잔루이지 돈나룸마가 다이렉트 레드카드를 받으며 수적 열세에 처했다. 그는 중앙 수비수 무키엘레와 서로 공을 미루다가 뒤늦게 킥을 시도했지만, 상대 공격수를 가격하고 말았다.
하지만 PSG는 수적 열세에 굴하지 않았다. 오히려 전반 23분 킬리안 음바페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고, 후반 44분 비티냐의 굴절 추가골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교체 투입된 후보 골키퍼 아르나우 테나스도 선방 7개를 기록하며 PSG 승리를 지켜냈다.
이강인 특유의 탈압박 능력은 한 명이 부족한 PSG에 큰 힘이 됐다. 그는 한 번 공을 잡으면 혼자서도 쉽게 뺏기지 않고 잘 지켜내며 동료들에게 시간을 벌어줬다. 전반 30분 특유의 부드러운 양발 드리블로 상대 압박을 벗겨내며 감탄을 자아냈고, 전반 43분엔 수비 두 명 사이에서도 바디페인팅과 왼발 드리블로 좁은 공간을 빠져나오면서 반칙을 얻어냈다.
선제골 장면에서 기점 역할도 했다. 이강인은 전반 23분 중앙선 부근에서 공을 따낸 뒤 박스 근처까지 전진했고, 침착하게 우측으로 공을 내줬다. 이후 우스만 뎀벨레의 크로스를 받은 음바페가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득점을 터트렸다.
다만 오프사이드에 막혀 공격 포인트를 올리진 못했다. 이강인은 전반 32분 최전방에 있는 음바페에게 패스했고, 곧바로 음바페의 강력한 오른발 슈팅이 골망을 갈랐다. 하지만 주심이 오프사이드를 선언하면서 이강인의 리그 2호 도움은 취소됐다.
프랑스 '풋 메르카토'는 이강인에게 좋은 평가를 내렸다. 매체는 "음바페의 선제골 장면에서 이강인의 돌파가 공격이 이어지도록 만들었다. 그는 공을 잘 지켜내면서 팀이 특정 단계에서 숨을 쉴 수 있도록 도왔다. 이번 시즌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그를 자주 믿었을 때처럼, 그는 자신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고 팀을 위해 자신을 바쳤다"라고 칭찬했다.
평점은 6점으로 음바페와 같았다. 무실점을 이끈 수문장 테나스와 다닐루 페레이라가 평점 8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추가골을 넣은 비티냐가 7점을 기록했다.
이날 이강인은 90분 동안 볼 터치 43회, 패스 성공률 89%(25/28), 크로스 시도 2회, 슈팅 1회, 드리블 성공률 75%(3/4), 피파울 3회, 지상 경합 승리 6회(6/14), 가로채기 2회 등을 기록했다.
한편 이강인과 PSG 동료들은 경기가 끝난 뒤 한글로 '파비안'이라고 적힌 유니폼을 들고 부상당한 파비안 루이스를 위로했다. 파비안은 전반 초반 어깨를 다쳐 마누엘 우가르테와 교체됐다. 그는 빠르게 병원으로 이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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