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셨어요, 정영이 우는 걸, 그 녀석이 먼저 우는 바람에 저도 더 울컥했지더라고요.”(‘이노닉스’ 나희주)
“작년 많은 사람들이 (박)정영이를 의심했었다. 그런 상황에서 ‘로키’ 박정영을 PNC 2022국대로 선발했고, 대회가 끝나고 정영이는 우리 팀으로 이적 했다. 이번 우승으로 자신을 증명한 정영이를 보면 정말 대견하고 고맙다. ‘자신이 없어서 한국팀이 PGC에서 우승을 못한다’고 말한게 정말 참이 됐다. 진짜 자신이 해냈다. 고맙다 정영아.”(‘쏘닉’ 신명관 감독)
‘필요할 때 늘 해주는 선수’는 그의 수식어였다. 다나와 e스포츠 맏형 ‘이노닉스’ 나희주와 ‘쏘닉’ 신명관 감독은 자주 입버릇 처럼 ‘로키’가 해내줘야 한다고 강조하고는 했다. 팀의 기대감과 달리 화려한 우승 이력이 무색하게 지난 2022년부터 그는 항상 증명을 요구 받았고,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다나와는 지난 3일 오후 (이하 한국시간)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 앳 센트럴 플라자 랏프라우 방콕 컨벤션 센터홀에서 열린 ‘2023 펍지 글로벌 챔피언십(이하 PGC)’ 그랜드 파이널 3일차 경기서 치킨을 포함 37점을 올리면서 137점으로 영예의 1위에 올랐다.
우승이 확정된 후 다나와 선수들 중 유독 눈에 띄는 선수 중 한 명이 ‘로키’ 박정영이었다. 인고의 시간 끝에 그는 결국 자신을 증명했다. 2023 PGC 우승컵을 들어올린 이후 ‘로키’ 박정영은 뜨거운 눈물을 흘리면서 그간의 마음 고생을 스스로 위안했다. 4년만에 한국 지역에 PGC 우승컵을 선사한 다나와 동료들도 그를 얼싸안으면서 그를 위로하면서 다나와는 더욱 더 한마음이 됐다.
경기 후 미디어인터뷰에 나선 ‘로키’ 박정영은 “프로생활 하면서 제일 기쁜 날이다. 사실 어안이 벙벙하기도 하다. 말도 잘 안나오지만 여러분들과 함께 즐기고 싶다. 응원에 감사드린다”며 기자회견을 지켜보는 팬 들을 향해 감사 인사로 우승 소감을 대신했다.
우승 이후 눈물을 터뜨렸던 순간의 감정을 묻자 그는 “우승을 많이 해봤지만, 눈물을 흘린 적은 손에 꼽는다. 여기까지 오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다. 좌절도 많이 해봤고, 힘든 시기도 있었다. 그런 걸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눈물이 났던 것 같다. 행복해서 흘린 눈물이었다”며 다시 한 번 눈시울을 붉혔다.
덧붙여 박정영은 “이번 우승을 통해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생기기도 했고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은 무엇보다 팀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도 선수 생활을 하면서 가장 큰 마인드는 팀을 중심으로 해 나갈 거다. 스스로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해서 정말 기쁘다. 지금 자신감이 하늘을 찌른다”며 특유의 재치스러움으로 현장에서 인터뷰를 지켜보던 팬 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로키’ 박정영의 재치스러움은 우승 인터뷰의 마지막 인사를 전할 때까지 계속됐다. 진지함 속에서도 익살스러움으로 모두를 즐겁게 하면서 무게감 있는 메시지로 배틀그라운드를 넘어 e스포츠 전체에 ‘로키’ 박정영이라는 이름 석자의 존재감을 알렸다.
“내년에 대해 사실 딱히 계획은 없다. 선수 생활을 더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 여러 가지 해보고 싶은 것이 많다. 군 입대 문제도 있기 때문에.. 일단 팀과 연봉 협상을 치열하게 해봐야 할 것 같다. 노후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웃음). 진부한 말인데 항상 팬 분들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항상 응원해 주셔서 고맙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악플로 팬이라는 말은 이해할 수도 없다. 건전한 이스포츠 문화를 만들면 좋겠다. 우승했을 때는 응원만 해주시면 좋겠다. (웃음)”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