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참 빠르다. 5천만 대한민국 국민들을 울렸던 주장 손흥민(31, 토트넘)의 감동투혼이 벌써 1년 지났다.
파울로 벤투 전 감독이 이끌었던 축구대표팀은 지난해 12월 3일 카타르 알 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개최된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H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후반 46분 추가시간 손흥민의 어시스트에 이은 황희찬의 결승골이 터져 난적 포르투갈을 2-1로 이겼다. 1승1무1패의 한국은 극적으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1% 가능성을 뚫었던 기적 같은 월드컵 16강행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명승부였다. 한국은 우루과이와 0-0으로 비긴 뒤 가나에게 2-3으로 무릎을 꿇었다. 조규성의 멀티골이 터졌음에도 복병 가나에게 잡혔다. 한국이 월드컵 16강에 가기 위해서는 무조건 포르투갈을 잡고, 우루과이가 가나를 이겨줘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결코 쉽지 않은 드라마였다. 한국은 전반 5분 만에 오르타에게 선제골을 실점하며 포르투갈에 0-1로 끌려갔다. 하지만 전반 27분 김영권의 동점골이 터지면서 실낱 같은 희망을 이어갔다. 정규시간 90분이 지나도록 1-1이었다. 한국의 탈락이 유력해졌다.
이때 기적이 연출됐다. 후반 46분 추가시간 손흥민이 공을 잡아 60미터 폭풍 드리블 질주를 했다. 월드컵을 앞두고 안면골절상을 당했던 손흥민은 대회 내내 마스크를 쓰고 경기에 임했다. 하지만 포르투갈전에서 손흥민을 마스크를 벗는 투혼을 발휘했다.
손흥민이 내준 패스가 포르투갈 선수 다리 사이를 통과해 황희찬에게 전달됐다. 황희찬이 침착하게 밀어 넣어 결승골을 뽑았다. 황희찬은 상의를 탈의하고 환호했다. 유명한 ‘젖꼭지 세리머니’였다. 16강 진출을 직감한 손흥민도 눈물을 흘렸다. 조규성이 “형 아직 안 끝났어요”라며 가나전을 핸드폰으로 보자고 했다.
한국이 2-1로 이겼지만 자력으로 16강 진출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한국 경기가 먼저 끝났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모여 핸드폰으로 가나 대 우루과이전을 지켜봤다. 우루과이가 가나를 2-0으로 잡으면서 한국의 16강행이 확정됐다.
선수들은 그제야 모두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손흥민도 눈물로 얼굴이 범벅이 됐다. 조규성은 팬들이 준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라고 써진 태극기를 들고 환호했다. 황희찬은 태극기를 들고 그라운드를 한바퀴 돌았다. 모두가 기억하는 카타르의 잊지 못할 감동의 밤이었다.
기자석의 기자들도 미쳤던 '기적의 16강'
기자도 카타르 현장에서 한국의 16강 진출소식을 현장발 기사로 고국에 전했다. 당시 카타르에 있던 한국취재진 약 120명은 한국의 탈락이 확정되면 바로 다음 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만약 한국이 16강에 갈 경우 숙소와 비행기를 연장하는 등 복잡한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황희찬이 골을 넣은 순간 기자가 아닌 한국국민의 신분으로 돌아갔다. 취재석에서도 서로 끌어안고 난리가 났다. 기쁨과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기자들도 많았다. 하지만 워낙 경기종료가 임박한 시간에 결승골이 터져서 마냥 기뻐할 시간이 없었다. 1분 동안 환호했던 기자들도 겨우 마음을 진정하고 급하게 기사를 마감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3일(이하 한국시간) 공식 SNS에 한국의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 1주년을 기념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울먹이는 손흥민, 태극기를 휘두르며 환호하는 황희찬, 수문장 김승규와 얼싸안고 포효하는 정우영 사진이 포함됐다.
1년 만에 감격의 순간을 기억한 축구팬들은 “알 라이얀의 기적”, “1%의 가능성만 있어도 도전해야 하는 이유!”, “국뽕이 차오른다!”, “손날두의 어시스트는 아직도 감동”, “고마워 호날두”, “벌써 일년” 등의 댓글을 남겼다.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했던 한국은 16강에서 브라질과 격돌했다. 전반에만 네 골을 허용한 한국은 브라질에게 1-4로 완패를 당했다. 네이마르는 김승규를 농락하는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 후반전 한국은 백승호의 대포알 중거리포로 영패를 면했다.
1년이 지났지만 카타르 월드컵 16강의 감동은 국민들의 뇌리에 깊이 남아있다. 이제 한국대표팀은 오는 1월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월드컵 16강의 감동재현에 나선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