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축구계에서, 엘링 홀란(23, 맨체스터 시티)은 당금 으뜸의 골잡이로 손꼽힌다. 가공할 느낌마저 자아내는 빼어난 득점력을 바탕으로, 하루가 새롭게 숱한 골 기록을 쏟아 낸다. ‘홀란 열풍’은 세계 축구계를 경악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최대 화두임이 틀림없다.
몇 가지 기록만 보더라도 금세 입증되는 사실이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단일 시즌(2022-2023) 역대 최다 득점(36골),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역대 최연소(21세) 득점왕(10골·2020-2021시즌), UCL 최단 시간·최연소 40골 고지 등정(2023년 11월 28일·이하 현지시간·라이프치히전) 등은 그 대표적 기록들이다.
2023-2024시즌에도 홀란이 일으킨 열풍은 뜨겁기만 하다. 기세는 수그러들기는커녕 갈수록 거세진다. EPL과 UCL 모두 득점 레이스를 맨 앞에서 이끌고 있다. EPL 13경기에서 14골(이하 1일 현재)을, UCL 5경기에서 5골을 각각 터뜨리며 선두를 내달린다. 2022-2023시즌 EPL(36골)과 UCL 득점왕(12골)을 석권했던 영광을 재현하려는 꿈을 점점 현실화해 가고 있다.
그 홀란이 꺾였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맹위를 떨치는 해리 케인(30, 바이에른 뮌헨)에 부딪히며 홀란 열풍이 잦아들었다. 도대체 어떤 득점 기록에서, 케인이 홀란을 잠재웠다는 말인가. 선뜻 믿기 힘든 그 부문은 2023년 세계 톱 디비전 득점 기록이다. 적어도 올해 세계 주요 각국 리그만으로 국한한 골 사냥에선, 케인이 홀란을 제치고 최고 골잡이로 우뚝 섰다.
선두 질주 케인, 2023년 전 세계 최고 골잡이 타이틀 예약
2일, 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IFFHS)는 세계 최고 내셔널 톱 디비전 득점 순위를 발표했다. 이번에 공개된 통계 자료에서, 케인이 홀란을 따돌리고 맨 윗자리에 앉았다. “골 기록에 관해선, 나에게 물어보라” 말하는 양 득의양양하던 홀란을 뒤로하고 케인이 주도하는 판도는 다소 뜻밖이라 할 만했다.
케인은 여유 있게 선두에 올랐다. 모두 35골을 터뜨리며 올 최고 골잡이 영예를 눈앞에 뒀다. 2023-2024시즌을 앞두고 EPL에서 분데스리가로 둥지를 옮긴 케인은 거의 평형을 이루는 골 사냥을 펼쳤다. EPL 토트넘 홋스퍼에서 17골을,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에서 18골을 각기 뽑아냈다(표 참조).
케인은 분데스리가 2023-2024시즌을 자신의 천하로 수놓고 있다. 12경기에서 18골, 경기당 평균 1골이 넘는(1.5골) 득점력을 뽐내며 선두를 질주하는 기세는 놀라움을 안기기에 충분하다. 초반 상당한 ‘골 바람’을 일으키며 선두에 나섰던 세루 기라시(슈투트가르트·15골)도 케인의 파괴력에 한풀 주춤해진 상태다.
케인은 추격자군(群)을 비교적 멀찍이 따돌려 2023년 최고 골잡이 타이틀을 사실상 예약했다고 볼 수 있다.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올 리그 득점 레이스에서, 30골로 2위에 오른 킬리안 음바페(24, 파리 생제르맹)엔 다섯 걸음 차 우위를, 29골로 나란히 3위에 자리한 홀란을 비롯한 4명엔 여섯 걸음 차 우세를 각각 보였다.
케인과 홀란의 각축 속에서, 음바페는 별달리 밀리지 않는 기세를 떨쳤다. 파리 생제르맹을 대변하는 골잡이다운 득점력을 나타냈다.
한때 ‘골 천하’를 농락하는 듯한 골 솜씨를 펼쳤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8, 알나스르)는 명맥을 이어 가며 체면치레했다. 지난해 말 사우디아라비아 프로페셔널리그로 활동 무대를 옮긴 호날두는 29골을 잡아냈다. 비록 호랑이가 거의 없이 여우들이 판치는 리그일망정, 득점 선두(15골)를 달리며 녹슬지 않은 득점력으로 관록을 과시하고 있다.
산티아고 히메네스(22, 페예노르트), 마우로 이카르디(30, 갈라타사라이)도 홀란, 호날두와 함께 3위군을 이뤘다. 2022-2023시즌, 히메네스(16골)는 네덜란드 에레디비시에서, 이카르디(11골)는 튀르키예 쉬페르리그에서 각기 득점 선두에 올라 있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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