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파이널 첫 날부터 쟁쟁한 강호들과 견주어 조금의 부족함도 없었다. 기대치가 낮았던 만큼 더 신선하고 한편으로는 짜릿했다. ‘언더독’으로 불리는 베로니카 세븐(V7)은 향후 자신들의 거취가 정해진 바가 없는 현 시점에서 팀 동료들과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이번 2023 펍지 글로벌 챔피언십(이하 PGC) 그랜드파이널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겠다는 굳은 의지를 피력했다.
V7은 지난 1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 앳 센트럴 플라자 랏프라우 방콕 컨벤션 센터홀에서 열린 ‘2023 펍지 글로벌 챔피언십(이하 PGC)’ 그랜드 파이널 1일차 경기에서 매치3 치킨과 함께 전반부를 27점을 기록, 선두로 뛰어올랐고 후반부에서도 22점을 획득하면서 도합 49점으로 1일차를 1위로 정리했다. 다나와는 11위(30점), 젠지는 15위(21점)로 1일차를 끝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나선 V7 선수단은 내노라하는 선배들과 경쟁 뿐만 아니라 세계 강호들과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승부에서 최후의 승자가 되겠다는 당찬 포부를 전했다.
팀의 오더를 맡고 있는 ‘규민’ 심규민은 “1일차를 1위로 마쳤지만, 크게 현실감은 없다. 이걸로 인해 남은 경기에 부담을 더 느낀다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준비한대로 남은 경기 잘 치르겠다”며 야무진 모습을 보였다.
‘플리케’ 김성민 코치 역시 담담하게 1위라는 현 순위 보다는 V7 선수단의 경기력에 포커스를 맞추면서 평정심을 유지했다. 김 코치는 “점수도 점수인데, 선수들의 경기력이 좋았다는 점이 만족스럽다”고 1일차를 1위로 마친 소감을 전했다.
김 코치는 덧붙여 “가장 중요한 건 게임 내에서의 정보를 활용해 운영하는 걸 중요시했다. 잘 했다고 생각하는 점은 게임 내에서 주변의 구도나 상황을 이용해서 상대 팀들의 전력을 갉아먹는 것인데, 실제로도 좋은 움직임을 통해 주변의 힘을 많이 줄여준 것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치킨을 먹은 태이고에서 티라톤 파이브 등의 상대 팀들을 글라즈 선수가 뒤를 치자고 했는데 그게 주효했던 것 같다”며 선수단의 경기력에 큰 만족감을 표했다.
홀로 남은 가운데도 고군분투하며 팀을 1일차 1위로 끌어올린 ‘글라즈’ 윤성빈은 “마지막 매치 때 초반에 페트리코 로드랑 동선이 겹쳐서 토시 선수를 잃고 세 명이서 경기를 풀어가야 했다. 비상호출이 2개 있었는데 그때 자기장 양상이 우리 팀에게 힘들어서 시가지 들어가 순위 방어를 해서 4, 5점이라도 먹자 생각했다. 그런데 운 좋게 자기장도 따라주고, 시가지 내로도 힘이 이미 빠진 팀들이 들어왔다. 운이 좋았다”며 자신의 활약을 겸손하게 말했다.
1일차 선두로 집중견제가 예상되는 2일차에 대해 팀에서 오더를 맡고 있는 심규민은 “에란겔, 미라마 둘 다 랜드마크가 페트리코 로드와 루미노시티 게이밍과 겹치는데 그런 중에도 호성적 내서 좋다. 맵으로 보면 에란겔, 미라마는 우리가 근 1, 2년간 굉장히 준비 잘 해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비켄디가 중요하다고 본다. 그 1개 매치로 우승의 향방이 갈릴 것 같다. 나머지는 우리가 1등 하고 있어도 페트리코 로드와 루미노시티 게이밍 상대로는 랜드마크전을 피할 생각 없다. 그래서 비켄디가 젤 중요할 것 같다”고 답하면서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그랜드파이널에 나서는 한국 팀은 모두 세 팀. 다나와 e스포츠와 젠지, V7이다. 1일차 경기서는 한국 팀끼리 교전하는 모습이 자주 나오면서 경쟁이 치열했다. 이에 대해 심규민은 “개인적으로 나도 한국 팀 만나기 싫다. 다 좋아하는 형들이고, 선배다. 그런데 게임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생긴다. 그걸 딱히 게임 안에서 컨트롤 할 수 없기에 상대가 한국 팀이든 해외 팀이든 최선을 다해 우리 플레이하는 것이 최선이다. 한국 팀끼리 자주 마주치는 건 우리 한국 팀들끼리 지형 이해도 등 생각하는 점이 일맥상통하는 부분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한국 팀들이 다 같이 호성적으로 내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만났을 때 봐 드리지는 않을 거다”며 씩씩하게 선배들과 경쟁의 부담감을 이겨냈다는 포부를 전했다.
우승권팀의 예상 점수를 묻자 김성민 코치는 “작년 대회 때 우승한 나투스 빈체레가 약 170점 정도 였다. 그 아래에 있던 17게이밍과 트위스티드 마인즈도 그 정도 였는데, 올해는 그 정도는 못 가고 140점대 후반에서 160점대 초반이 우승권일 것 같다”는 의견을 전했다.
마지막 V7 선수단은 들뜬 모습 없이 남은 이틀 간의 대회에 대한 각오를 피력했다.
‘헤븐’ 김태성은 “1일차를 1등 했다고 특별히 신나지는 않는다. 더 나은, 더 좋은 모습으로 남은 2, 3일차 좋게 마무리하겠다. 믿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고, 심규민은 “이번 그랜드 파이널이 우리 팀 다섯 명이서 하는 마지막 대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우승하면 정말 행복하겠지만, 그보다는 다섯이서 재밌게 경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성적이 나오면 좋겠지만 그에 연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좋은 모습 보여 드리겠다. 팬 분들도 좋게 봐주시면 좋겠다”고 팬들의 지지를 당부했다.
‘글라즈’ 윤성빈은 “긴 말 안 하겠다. 열심해 해서 보여드리겠다”는 패기있는 각오를 전했다. ‘토시’ 성윤모는 지난 1년이 제일 재미있는 한 해였던 것 같다. 현재 1등이긴 한데 점수는 아직 비등비등 하니까 열심히 해서 확실하게 1등으로 자리매김하고 3일차에 최종 우승하겠다. 응원 감사하다”는 각오로 인터뷰를 정리했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