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강등' 염기훈 수원 대행 "내가 너무 부족...그래도 절대 후회는 없다"[수원톡톡]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3.12.02 16: 51

염기훈 수원 삼성 감독대행이 비통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수원 삼성은 2일 오후 2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38라운드 파이널 B 최종전에서 강원 FC와 0-0으로 비겼다. 같은 시각 수원종합운동장에서는 수원FC가 제주 유나이티드와 1-1로 비겼다.
이로써 최하위는 수원의 몫이 됐다. 수원은 8승 9무 21패, 승점 33점으로 수원FC와 승점 동률을 이뤘다. 하지만 다득점에서 35골대44골로 밀리면서 12위를 벗어나지 못하며 다이렉트 강등이라는 잔인한 현실을 받아들게 됐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2일 오후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2023' 수원 삼성와 강원FC 경기가 열렸다. 경기 시작에 앞서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2023.12.02 / ksl0919@osen.co.kr

수원 구단 역사상 첫 강등이다. 수원은 1995년 창단 이후 줄곧 1부리그를 지켜왔다. K리그 우승 4회, FA컵 최다 우승(5회, 전북과 동률)에 빛나는 전통의 명가다. 하지만 이번 시즌엔 감독을 두 번이나 교체하고도 꼴찌로 추락하며 2024년은 K리그2에서 맞이하게 됐다.
경기 후 염기훈 감독대행은 "팬분들한테 너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선수들도 운동장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결과가 나왔다. 선수단에게도 미안하고, 팬분들에게도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죄송하다"라며 고개를 떨궜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2일 오후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2023' 수원 삼성와 강원FC 경기가 열렸다. 수원 염기훈 감독대행이 생각에 잠겨 있다. 2023.12.02 / ksl0919@osen.co.kr
■ 다음은 염기훈 감독대행과 일문일답.
- 강원 측에선 수원이 생각보다 소극적으로 나왔다고 평가했다.
경기를 하다 보면 언제나 생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한다. 어떻게 보면 우리의 부족함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은 그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 내가 너무 부족해서 그런 상황이 나왔다. 결과가 이렇게 나온 건 내 잘못이 크다. 내 부족함이 가장 크지 않았나 싶다.
- 강등으로 이어진 가장 큰 이유를 하나 뽑자면.
이런 상황에서 한두 가지를 뽑기엔 너무 적다. 분명 많은 문제점이 있었을 것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 한두 가지만 뽑기엔 너무 힘들지 않나 싶다. 어떻게 보면 경기는 선수들이 뛰는 거다. 그 안에서 선수들에게 너무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많이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팀의 너무 많은 변화들이 선수들에게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 선수로서 처음 수원에 왔을 때와 지금 팀을 비교하자면.
내가 처음 수원에 왔을 때는 지금과 스쿼드가 많이 달랐다. 이름 있는 선수도 많았고, 구단 예산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비교도 안 될 만큼 열악해진 것도 사실이다. 현재 선수들도 정말 열심히 해줬지만, 어떻게 보면 ‘더 좋은 선수들이 함께 있었더라면’이란 생각도 든다. 하지만 분명히 우리 선수들도 최선을 다했다.
- 현재도 예산 자체는 중위권 이상이다. 효율 문제가 크지 않나.
그것도 맞는 이야기다. 과거보다는 열악하다고 말했지만, 적재적소에 쓰지 못한 부분도 분명 있을 것이다. 선수 영입이든 뭐든간에 그런 부분도 없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정말 오늘은 질문 하나하나가 답변하기 너무 힘들다. 내가 사랑하는 팀이 이렇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힘들다. 하지만 우리 수원은 다시 올라갈 것이라고 믿는다. 선수들이 더 힘내주길 바란다.
2일 오후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2023' 수원 삼성과 강원FC의 경기가 열렸다. 후반 수원 염기훈 감독 대행이 지시를 내리고 있다. 2023.12.02 / ksl0919@osen.co.kr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중간에 팀을 맡게 됐는데 후회는 없는지.
내가 감독대행 제안을 받았을 때부터 절대 후회는 없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고마웠다. 내가 이 자리를 받은 이유도 분명했다. 나부터 뭐라도 하고 싶었다. 이런 상황까지 왔지만, 팀을 위해 내 자신이 뭐라도 하고 싶었다. 그동안 선수들이 해준 모습은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너무나 힘든 상황이지만, 분명히 다시 일어나서 K리그1에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선수들이 조금 더 힘내주길 바란다.
- 염기훈 개인으로서 향후 계획은.
나는 언제나 지도자를 하고 싶은 생각이 가장 컸다. 어디서 다시 시작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지도자의 꿈을 안고 나아갈 것이다. 내 미래는 구단과 다시 이야기해 나가야 할 것 같다. 어떻게 되든 난 지도자의 삶을 살 것이다.
- 삼성이 후원하는 4대 스포츠 팀이 모두 부진하는 이유가 뭘까.
일단은 투자가 아닐까 싶다. 기존 선수들과 새로운 선수들의 조화도 중요하지만, 우선 좋은 투자가 있어야 팀이 더 단단해진다. 또 새로운 선수들과 경쟁하면서 경쟁력을 갖게 된다. 내가 처음 왔을 때 수원과 지금 수원은 많이 다른 것도 사실이다. 가장 첫 번째는 투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 힘든 상황에서 선수 생활을 마치게 됐다.
작년에 은퇴를 하려다가 플레잉코치를 하게 됐다. 항상 내 선택에 후회는 없다. 후회가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많은 분들이 안 좋은 선택이라고 말리기도 했지만, 후회하지 않도록 언제나 최선을 다했다. 비록 이렇게 안 좋은 상황에서 은퇴하게 됐지만, 앞으로 언제나 수원을 사랑하고 응원할 것이다.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은 도우면서 수원이 더 좋은 상황으로 갈 수 있도록 응원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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