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마지막 경기가 절반 지났다.
수원 삼성과 강원FC는 2일 오후 2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파이널 B 최종전에서 0-0으로 전반을 마무리했다. 패배는 곧 다이렉트 강등이 될 수 있는 만큼, 다소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12위 수원(승점 32, 35득점)은 무조건 승점을 따내야 한다. '자력 탈꼴찌'의 수는 단 하나다. 홈 관중들 앞에서 10위 강원을 꺾고 승점 3점을 추가하는 것. 수원이 강원을 잡아낸다면, 강원과 11위 수원FC(승점 32, 43득점) 중 한 팀이 최하위로 처지게 된다.
만약 강원과 비길 시엔 제주가 수원FC를 잡아주길 기도해야 한다. 수원FC가 패하면 수원FC가 12위, 수원FC가 무승부나 승리를 거두면 수원이 12위가 된다. 하지만 수원이 강원에 패한다면 그대로 구단 역사상 첫 2부 추락이 확정된다.
반면 강원은 비기기만 해도 다이렉트 강등을 피할 수 있다. 수원과 달리 자력으로 12위를 피할 수 있는 데다가 안정적인 수비력이 있기에 급할 것 없는 입장이다. 다만 패할 시엔 수원FC가 비기기만 하더라도 다득점에서 밀려 사실상 12위로 떨어지게 된다.
홈팀 수원은 4-4-2 포메이션으로 시작했다. 안병준-웨릭 포포, 아코스티-고승범-한석종-바사니, 김태환-김주원-한호강-손호준, 양형모가 선발로 나섰다. 약 반 년 만에 출전하는 한석종의 이름이 눈에 띄었다. 염기훈 감독대행은 "컨디션이 좋았고, 의지가 강했다. 오랜만에 뛰지만 카즈키와 이종성의 빈 자리를 충분히 메꿔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잘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벤치에선 뮬리치, 김주찬, 정승원, 김보경, 박대원, 고명석, 안찬기가 출격을 기다렸다. 카즈키는 지난 수원FC전 퇴장 징계로, 이종성은 경고 누적 징계로 이날 출전하지 못했다.
원정팀 강원은 4-2-3-1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이정협, 김대원-이승원-유인수, 서민우-알리바예프, 윤석영-김영빈-강투지-황문기, 이광연이 선발 명단을 꾸렸다. 윤정환 감독은 경고 누적으로 벤치에 앉지 못했다. 정경호 수석코치가 빈 자리를 대신했다.
교체 명단엔 가브리엘, 갈레고, 한국영, 윤일록, 김진호, 조현태, 유상훈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 한 달 간 허리 부상으로 빠졌던 주장 한국영이 벤치에서 대기한다. 경기 전 정경호 수석코치는 "정말 성실하고 선수들이 잘 따르는 선수다. 오늘도 벤치에 있지만, 중요한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믿는다"라며 그에게 기대를 걸었다.
전반은 강원이 주도했다. 전체적으로 수원이 선수비 후역습에 집중하고, 강원이 공을 쥔 채 기회를 엿보는 그림이었다.
다만 양 팀 모두 결실을 얻진 못했다. 강원의 슈팅은 대부분 날카로움이 부족하면서 골키퍼 양형모를 넘어서지 못했다. 전반 14분 김대원의 헤더는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고, 1분 뒤 이정협이 살짝 건드린 슈팅도 양형모에게 잡혔다. 전반 19분에도 황문기가 올려준 크로스를 김대원이 머리에 맞췄으나 이 역시 힘이 약했다.
골대 불운도 있었다. 전반 34분 우측에서 공을 잡은 황문기가 반대편으로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다. 뛰어들던 유인수가 왼발 슈팅을 시도했고, 빗맞자 다시 오른발을 갖다 댔다. 하지만 공은 크로스바를 때리고 말았다.
수원은 웨릭 포포와 바사니, 아코스티 등 외국인 선수들을 앞세워 간간이 반격했지만, 이 역시 여의치 않았다. 결국 전반엔 한 골도 나오지 않았다.
팬들의 응원 열기도 뜨겁다. 이날 '빅버드'에는 30000명에 달하는 관중이 운집한 것으로 예상된다. 수원 관계자에 따르면 수원 팬들은 온라인으로만 2만 장 이상 티켓을 예매했다. 실제로 빅버드 N석은 2층까지 꽉찬 모습이었다.
여기에 강원 팬들 역시 1만 석이 넘는 원정석 1층을 가득 메웠다. 수원 관계자는 "현장 예매까지 고려하면 3000명 정도 되는 팬들이 입장하지 않았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경기장 근처에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경찰 1개 중대까지 배치됐다. 80명~90명 정도 되는 경찰들이 곳곳에 배치돼 안전 사고에 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기가 이대로 끝난다면, 두 팀 모두 다이렉트 강등을 피하게 된다. 같은 시각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수원FC가 제주 유나이티드에 0-1로 끌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대로라면 수원FC가 12위로 내려앉게 된다.
/fineko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