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호 강원FC 수석코치가 '비겨도 된다'라는 마음가짐을 경계했다.
2일 오후 2시 하나원큐 K리그1 2023 38라운드 파이널 B 최종전 3경기가 나란히 시작된다. 수원 삼성과 강원FC는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맞붙는다. 12위 수원(승점 32, 35득점)과 10위 강원(승점 33, 30득점)의 벼랑 끝 맞대결이다. 패배는 곧바로 꼴찌 추락, 즉 '다이렉트 강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K리그1 최하위인 12위는 K리그2(2부 리그)로 그대로 강등된다. 11위와 10위는 나란히 승강 플레이오프(PO)로 향한다. 11위 팀은 K리그2 2위인 부산 아이파크, 10위 팀은 경남FC와 김포FC 중 승자와 만나 홈 앤드 어웨이로 운명을 정한다.
현재 꼴찌 가능성이 있는 K리그1 팀은 총 3팀이다. 수원과 강원, 그리고 11위 수원FC(승점 32, 43득점)다. 수원FC는 수원종합운동장에서 9위 제주와 만난다.
강원은 지지만 않아도 다이렉트 강등을 피할 수 있다. 수원과 달리 자력으로 12위를 피할 수 있는 데다가 안정적인 수비력이 있기에 급할 것 없는 입장이다. 다만 패할 시엔 수원FC가 비기기만 하더라도 다득점에서 밀려 사실상 12위로 떨어지게 된다.
최근 분위기는 좋다. 강원은 대전과 수원FC를 연달아 잡아내며 연승을 달리고 있다. 30골로 리그 최저 득점인 공격력은 아쉽지만, 수비만은 최소 실점 5위(41실점)에 달할 정도로 단단하다. 최근엔 이정협과 김대원, 가브리엘 등 주축 공격수들의 컨디션도 살아나고 있다.
경기 전 정경호 수석코치는 "알다시피 오늘 수원 원정이고, 시즌 마지막 경기다. 모두가 중요성을 알고 있다. 윤정환 감독님께서 팀에 오신 뒤로 초반엔 과도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팀을 단단히 잘 만들어 놓으셨다. 선수들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강원만의 색깔을 가지면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오늘도 단단하게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강원은 윤정환 감독이 경고 누적으로 이날 경기 벤치에 앉지 못한다. 경고 누적때문. 대신 정경호 수석코치가 경기를 지휘한다. 그는 "감독님과 소통을 많이 했다. 같이 일하면서 서로 스타일을 많이 알게 됐다. 서로 믿음이 생겼다. 감독님이 뭘 원하시는지, 어떤 타이밍에 어떤 선택을 하는지 많이 봐왔다. 큰 변수에 대해서만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가 했던 구조는 그대로 이어가면서 변수에만 잘 대처하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강원은 비기기만 해도 12위 걱정은 없는 상황. 그러나 정경호 수석코치는 "나도 코치로서는 많은 경험을 갖고 있는 지도자다. 사실 비기기만 해도 된다는 생각을 하면 위험하게 흘러가더라. 지금 우리 팀은 그렇지 않다. 비기는 데는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비겨도 올라간다가 아니라 최근 좋았던 모습, 운동장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정경호 수석코치가 경계하는 변수엔 무엇이 있을까. 그는 "내 경험상 이런 경기에서 변수는 선발 선수들의 부상 교체, 경고누적 퇴장, 슈퍼매치에서처럼 흥분된 경기가 나오면 이상한 쪽으로 흘러갈 수 있다. 냉정해야 한다. 선수들과 많이 소통했다. 그런 변수가 없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정경호 수석코치는 "수원이 염기훈 감독대행 부임 이후 안정을 많이 찾았다. 점유율을 많이 내주고 조직적인 수비와 역습으로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우리가 공을 소유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90분 내내 그럴 순 없지만, 상황에 따른 플랜이 있다. 김보경, 정승원이 벤치에 있는 걸 보니 마지막엔 무조건 공격적으로 나올 준비가 돼 있는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어쨌건 우리도 감독님과 물러서지 않겠다고 얘기했다. 많이 내려가진 않을 것 같다. 자연스럽게 내리는 상황은 어쩔 수 없지만, 선수들이 버텨야겠다는 생각으로 내려서다 보면 실수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런 부분만 선수들이 잘 인지하면 90분 내내 계획대로 경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중요한 경기에서 팀을 지휘하게 된 상황. 부담은 없을까. 정경호 수석코치는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선수들이 오히려 운동장에서 잘할 수 있는 분위기, 자신감 있는 분위기를 형성했다. 그래서 나도 부담보다는 기대가 크다. 오늘 경기는 부담을 이겨내는 용기가 중요하다. 결국 자신감이다. 선수들과도 잘 소통했다"라고 답했다.
주장 한국영이 벤치에서 출격을 기다린다. 그는 지난 10월 28일 제주전 이후 출전 기록이 없다. 정경호 수석코치는 "(한국영이) 최근 허리 부상으로 뛰지 못했다. 주장이자 강원 레전드임에도 불구하고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마음에 급해지고 부담을 많이 느꼈다. 개인 면담을 통해서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라고 했다. 경기를 얼마나 뛰든 너가 중심적인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했다. 정말 성실하고 선수들이 잘 따르는 선수다. 오늘도 벤치에 있지만, 중요한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기대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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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