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5명만 남는다고 해도 앞으로 전진할 것이다."
앤지 포스테코글루(58) 토트넘 홋스퍼 감독의 철학이 진정한 시험대에 오른다.
토트넘 홋스퍼는 오는 4일 오전 1시 30분(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3-2024시즌 프리미어리그 14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맨체스터 시티와 맞붙는다.
현재 토트넘은 8승 2무 3패, 승점 26점으로 5위에 올라 있다. 맨시티는 9승 2무 2패, 승점 29로 2위를 달리고 있다. 이번 경기는 양 팀의 올 시즌 첫 번째 맞대결이다.
토트넘으로서는 4위권 진입을 위해 승점 3점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만약 패한다면 무섭게 쫓아오고 있는 6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승점 24점)에 역전을 허용할 수도 있다.
10경기 무패 후 악몽의 3연패...이젠 19년 만의 리그 4연패 위기
무엇보다 하루빨리 연패에서 탈출해야 한다. 토트넘은 리그 10라운드까지 8승 2무를 거두며 승승장구했다. 맨시티와 리버풀, 아스날을 모두 제치고 깜짝 선두에 오르기까지 했다. 새로 부임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이식한 '공격 축구'가 빛을 발했다.
하지만 그 다음엔 3연패가 기다리고 있었다. 토트넘은 첼시에 1-4로 패한 뒤 무너지기 시작했다. 울버햄튼 원정에서도 1-2로 역전패했고, 홈에서 열린 아스톤 빌라전에서도 선제골을 넣고도 1-2로 무릎 꿇었다. 3경기 모두 역전패라 더욱 충격이 컸다.
선수들의 부상 공백이 뼈아프다. 첼시전에서 쓰러진 제임스 매디슨과 미키 반 더 벤은 올해 안에 복귀가 어렵다. 마노르 솔로몬, 히샬리송도 비슷한 상황이며 이반 페리시치는 십자인대 파열로 아예 시즌 아웃이다. 여기에 로드리고 벤탄쿠르도 빌라전에서 발목 인대를 다쳐 2개월 넘게 회복이 필요하고, 파페 사르도 햄스트링 문제로 신음 중이다.
여기에 핵심 센터백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여전히 경기에 나설 수 없다. 그는 지난 첼시전에서 다이렉트 레드카드를 받으면서 3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기 때문.
올 시즌 최대 위기에 빠진 토트넘. 게다가 다음 상대는 '3시즌 연속 PL 챔피언' 맨시티다. 맨시티는 이번 시즌에도 '득점왕' 엘링 홀란을 앞세워 13경기 33골을 터트리며 PL 최다 득점을 기록 중이다. 홀란도 14골을 몰아치며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다.
주전 센터백 두 명이 모두 뛸 수 없는 토트넘으로선 그야말로 비상 상황. 홀란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한다면 4연패를 피하기 어렵다. 물론 맨시티 상대로 강했던 손흥민이 있긴 하지만, 토트넘의 최근 공격력을 고려하면 다득점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만약 토트넘이 맨시티에 패하며 4연패에 빠진다면 이는 2004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토트넘은 지난 2004년 11월 데이비드 플리트 감독 시절 이후로는 단 한 번도 리그 4연패를 기록한 적 없다.
토트넘, 맨시티 상대로도 '닥공'?...디 애슬레틱 "포스테코글루 감독 철학의 가장 큰 시험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접근법도 관심을 모은다. 그는 지난 첼시전에서 두 명이나 퇴장당한 뒤에도 수비 라인을 중앙선 부근까지 높이 올리고 골키퍼 굴리엘모 비카리오에게 뒷공간 커버를 부탁했다.
그러자 공격수 손흥민을 제외한 나머지 7명 모두가 중앙선에 붙어있는 극단적인 대형이 탄생했다. 사실상 0-7-1 포메이션이었다. 다만 결과는 1-4 대패였다. 토트넘은 광활한 뒷공간을 노출하며 니콜라 잭슨에게 해트트릭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고개 숙이지 않았다. 그는 경기 후 "이게 우리 축구다. 내가 여기 있는 한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만약 5명만 남는다고 해도 나아갈 것"이라며 앞으로도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물론 비판 여론도 적지 않다. 토트넘 출신 제이미 오하라는 "포스테코글루, 당신은 지금 스코틀랜드 리그에 있지 않다. 스코틀랜드에선 셀틱이 최고의 팀이고, 나머지는 개(dog)다"라며 "만약 당신이 계속해서 바보 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겅호(무모하게 용감한)' 축구를 계속한다면, 그렇게 이기려고 노력한다면 승점 1점도 나쁜 결과가 아니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제 다음 상대는 '디펜딩 챔피언' 맨시티. 3시즌 연속 프리미어리그 제패, 지난 시즌 트레블을 달성한 최강팀이다. 부상자가 즐비한 현재 토트넘 선수단으로서는 맞서 싸우기 어려운 상대.
보통의 감독이라면 당연히 수비에 집중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죽어도 공격 축구를 외쳐 왔기에 많은 관심이 모인다. 1일 '디 애슬레틱'도 "토트넘의 맨시티 원정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원칙에 대한 가장 큰 시험대"라며 "그는 3연패 동안 팀 상황을 고려해 '전술적 접근법을 바꿔야 하는가', '중원 체제를 바꿔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라고 전했다.
매체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공격 축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결장자 명단이 줄어들 때까지 위험 부담이 크고, 빠르고, 강하게 압박하고, 태평한 전술을 멈춰야 할까? 특히 맨시티 원정에서는? 그러나 그가 어떤 원칙을 희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왜나면 그는 어디에서든 그렇게 하지 않음으로써 많은 성공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맨시티를 상대로 낮게 내려앉아 수비 블록을 형성한다면 0-0을 위해 수비한다면, 분명히 그의 지도를 즐기고 있는 선수단에게 끔찍한 메시지를 줄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경기 방식을 바꾸는 건 존경심을 잃을 위험이 있다"라며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셀틱 시절에도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공격 원칙을 바꾸지 않았다. 맨시티전에서도 그렇게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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