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밑 독일'이라는 낯선 말이 곧 현실이 될까. 일본 축구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지난달 30일(이하 한국시간) 남자 축구대표팀 세계 랭킹을 발표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0월보다 한 계단 올라선 23위에 자리했다. 4개월 연속 순위가 올랐다.
아시아 국가 중에선 3위다. 일본이 17위로 아시아 정상에 올랐고, 21위 이란이 그 뒤를 이었다. 3위가 한국, 4위는 25위를 기록한 호주의 몫이었다. 아시아 5위는 사우디아라비아(57위)가 차지했다.
일본의 약진이 눈에 띈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지휘하는 일본 대표팀은 11월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 미얀마와 시리아를 모두 5-0으로 무찔렀다.
지난 6월 엘살바도르전 6-0 대승을 시작으로 어느덧 파죽의 8연승. 일본 대표팀 역사상 최다 연승 타이기록이다. 그 덕에 FIFA 랭킹도 17위까지 수직 상승하며 지난 1998년 세운 한국의 역대 최고 순위도 따라잡았다. 일본의 역대 최고 순위는 9위다.
그간 약팀만 상대했던 것도 아니다. 일본은 페루(4-1)와 독일(4-1), 튀르키예(4-2), 캐나다(4-1), 튀니지(2-0)를 모두 잡아냈다.
특히 지난 9월 독일 원정에서 거둔 대승이 압권이었다. 당시 일본은 독일 폴크스바겐 아레나에서 열린 친선 경기에서 4골을 몰아치며 독일을 무너뜨렸다. 이토 준야가 선제골을 터트렸고, 후반 들어 우에다 아야세와 아사노 다쿠마, 다나카 아오가 연속골을 터트렸다.
점유율은 독일이 높았지만, 실속은 일본이 챙겼다. 일본은 독일의 공격을 잘 막아내며 순간적인 강력한 전방 압박과 조직적인 패스 플레이, 빠른 역습으로 상대 실수를 유도했다. 결과뿐만 아니라 경기력에서도 일본이 압도한 경기였다.
마치 2022 카타르 월드컵의 데자뷔 같았다. 일본은 지난해 열린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에서도 독일을 2-1로 잡아내며 '도하의 기적'을 일궈냈다.
그 결과 일본은 스페인까지 잡아내며 조 1위로 16강에 올라갔다. 반면 독일은 한국에 덜미를 잡혔던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이어 2대회 연속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독일은 일본전 패배 후 감독까지 교체했지만, 여전히 헤매고 있다. 한지 플릭 감독 대신 부임한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도 최근 들어 튀르키예(2-3)와 오스트리아(0-2)에 연달아 패하며 고개를 떨궜다. 미국전 3-1 승리와 멕시코전 2-2 무승부로 올라갔던 기대감은 다시 사그라들었다.
이제는 일본이 독일을 추월할 가능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일본 '울트라 사커'는 "일본의 FIFA 랭킹은 17위로 16위인 독일에 육박한다! 일본 대표팀은 8연승을 달리며 3개월 연속 순위를 끌어올렸다"라고 강조했다.
독일과 FIFA 랭킹 포인트 차이는 단 11점이다. 1620.19점을 기록한 일본은 1631.22점인 독일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꾸준히 10위권 이내를 지켰던 독일로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웠던 일이다.
독일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 개최국이기에 더 비상이다. 아무리 FIFA 랭킹은 하나의 지표일 뿐이라지만, 이대로라면 36년 만에 홈에서 열리는 유로 대회에서도 굴욕을 맛볼 가능성이 크다. 유로 2024는 내년 6월 막을 올려 한 달간 치러진다.
반대로 일본의 파죽지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도 관심을 모은다. 일본은 지난 2005년부터 2050년 월드컵 자국 개최와 우승을 약속하며 장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물론 일본의 월드컵 우승은 여전히 실현하기 쉽지 않은 '꿈'에 가깝다. 하지만 일본 축구가 탄탄한 계획을 바탕으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부정할 수 없어 보인다.
■ FIFA 랭킹 상위 25팀(11월 30일 발표 기준)
1위: 아르헨티나 / 2위: 프랑스 / 3위: 잉글랜드 / 4위: 벨기에 / 5위: 브라질
6위: 네덜란드 / 7위: 포르투갈 / 8위: 스페인 / 9위: 이탈리아 / 10위: 크로아티아
11위: 우루과이 / 12위: 미국 / 13위: 모로코 / 14위: 멕시코 / 15위: 콜롬비아
16위: 독일 / 17위: 일본 / 18위: 스위스 / 19위: 덴마크 / 20위: 세네갈
21위: 이란 / 22위: 우크라이나 / 23위: 한국 / 24위: 오스트리아 / 25위: 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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