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59)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감독에게 숙제가 주어졌다. 황의조(31, 노리치)의 국가대표 선발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2023 AFC 아시안컵 카타르에 나설 다른 선수를 찾아야 한다.
대한축구협회(KFA)는 28일 윤리위원회와 공정위원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으로 논의기구를 꾸려 논의한 결과 "불법 촬영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황의조 선수에 대해 사실관계에 대한 수사기관의 결론이 나올 때까지 국가대표로 선발하지 않는다"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국가 대표팀 공격수 황의조는 성관계를 나눈 당사자의 사전 동의 없이 영상 촬영을 한 혐의로 지난 18일 경찰에 출석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피해자는 황의조가 합의 없이 불법촬영을 했다며 그를 고소했다.
황의조는 지난 6월 그리스에서 활약할 당시 핸드폰을 분실해 영상이 유포됐으며, 성관계와 촬영 역시 피해자와 합의에 의한 것이었다고 혐의를 일체 부인하고 있다.
소속팀 노리치 시티에서는 황의조 사건을 인지하고 있지만 당장 경기 출전에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황의조가 영국에서 영국 여성을 대상으로 사건을 일으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프로팀 출전과 사생활은 별개라는 논리다.
다비트 바그너 노리치 감독은 "내가 판단하고 통제할 수 있는 건 경기장에서 본 그의 모습뿐"이라며 황의조의 경기력만 보고 출전여부를 판단하겠다고 공언했다.
실제로 황의조는 26일 잉글랜드 노포크 홈구장 캐로우 로드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챔피언십 17라운드에서 퀸스 파크 레인저스(QPR)전에 선발로 출전했다. 황의조는 전반 21분 리그 2호 골을 터트려 팀의 1-0 승리에 기여했다. 황의조가 감독의 믿음에 보답한 셈이다.
황의조는 29일 열린 2023-2024시즌 잉글리시 챔피언십 18라운드 노리치 시티와 왓퍼드의 원정 경기에서 선발로 출전, 노리치가 1-0으로 앞서고 있던 전반 12분 추가골을 터뜨리기도 했다.
소속팀에서는 문제가 없더라도 국가대표팀 경력에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황의조였다. 황의조는 싱가포르전 직후 휴일 경찰 조사를 마치고 대표팀과 KFA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속팀에서는 문제가 없더라도 국가대표팀 경력에는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중국전 황의조의 교체 투입을 두고 팬들의 갑론을박이 펼쳐지기도 했다.
황의조는 '클린스만호'의 핵심 공격수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부임 후 치른 A매치 경기에서 선발로는 1차례 출전했지만, 8경기에서 교체로 출전하면서 후반전 한국의 공격력을 책임졌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22일 귀국 당시 공항 인터뷰에서 "황의조는 우리 선수다.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 40년 동안 축구 인생을 살며 많은 일들을 겪었다. 그때마다 많은 사건들이 있었고 추측성도 있었다. 혐의가 명확히 나올 때까지는 우리 선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라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황의조는) 너무나 좋은 선수고 너무나 많은 것을 갖춘 선수다. 아시안컵을 준비해야 하는데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득점을 올리면서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며 대표팀에서도 큰 활약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라며 아시안컵에서 황의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결과는 클린스만 감독의 희망과는 정반대로 나왔다. KFA는 28일 윤리위원회와 공정위원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으로 논의기구를 통해 황의조의 처벌을 논의했고 그 결과 KFA는 결론이 나올 때까지 국가 대표팀 선발 자체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회의를 주재한 이윤남 윤리위원장은 "아직 범죄 사실 여부에 대한 다툼이 지속되고 있고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협회가 예단하고 결론 내릴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국가대표는 고도의 도덕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로서 자기관리를 해야 하는 위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선수가 수사 중인 사건의 피의자로 조사를 받고 있는 점, 이에 따라 정상적인 국가대표 활동이 어렵다는 점, 국가대표팀을 바라보는 축구팬들의 기대 수준이 높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황의조 선수를 국가대표로 선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라고 결정을 내린 배경을 밝혔다.
KFA는 오늘 논의에 앞서 클린스만 대표팀 감독에게 선수와 관련된 제반 상황을 설명하였으며, 관련된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는 사실을 전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클린스만 감독은 "현재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며 대한축구협회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라는 뜻을 밝혀왔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클린스만 감독이다. 아시안컵을 앞두고 더 이상 남은 공식적인 A매치는 없다. 이달 싱가포르, 중국과 치른 2026 FIFA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이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두 경기에서 황의조는 모두 교체로 투입돼 후반전 그라운드를 누볐다. 매 경기 교체로 기용한 황의조의 대체자를 빠르게 알아봐야 하는 클린스만 감독이다.
더군다나 클린스만 감독은 국내 K리그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을 살피기보다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해리 케인, 인터 마이애미로 이적한 리오넬 메시에 관해 외신과 인터뷰하는 등 해외 업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2023시즌 K리그도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울산현대가 조기에 우승을 확정 지으며 막바지로 향하는 K리그는 12월 2일 세 경기, 12월 3일 세 경기 총 6경기, 38라운드 최종 라운드만 남겨두고 있다. 승강 플레이오프 일정이 남아있긴 하지만, 황의조를 대체할 공격수를 살피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물론 황의조의 빈자리를 반드시 공격수가 메워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황의조 대신 다른 포지션 선수를 발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부임 직후부터 꾸준히 아시안컵 우승이 목표라고 밝혀왔던 클린스만 감독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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