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무려 6관왕을 차지하며 중등부 남자농구를 천하통일한 농구부가 있다. 바로 삼선중학교다.
삼선중은 지난달 해남에서 개최된 '제53회 추계 전국남녀 중고농구연맹전 해남대회' 남중부 결승전에서 휘문중을 76-59로 크게 이기고 우승을 차지했다. 삼선중이 올해 출전한 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며 6관왕의 대업을 달성한 순간이었다.
삼선중이 1년 내내 당한 패배는 대회 3일차 경기서 명지중에게 당한 49-69 패배가 유일했다. 그나마 에이스 윤지훈이 청소년대표팀에 차출돼 2학년 위주로 경기한 결과였다. 고비를 극복한 삼선중은 결국 우승컵을 손에 쥐었다.
삼선중을 방문하자 정문 앞에 이미 6개의 농구부 우승배너가 보였다. 열 마디 말보다 강력한 포스였다. 삼선중이 왜 우리나라 최강의 남중부 농구부인지 보여주는 결과였다.
동문들의 면면만 봐도 화려하다. 전희철 SK 감독, 우지원, 양동근, 함지훈, 이재도, 장재석, 전준범 등 국가대표출신 선수들만 추려도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비교적 최근에 졸업한 이원석(삼성), 양재민(센다이), 신승민(한국가스공사), 이준희(DB), 정호영(상무), 선상혁(SK) 등은 명문대를 거쳐 프로선수로 잘 성장했다. 특히 2021년 KBL 드래프트에서 이원석(1순위), 선상혁(6순위), 정호영(7순위), 신승민(8순위) 등 삼선중 출신 동기들이 상위지명을 독식했다.
삼선중 농구부 건물 벽면에 이들이 중학생 때 썼던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볼 수 있었다. 꿈 많던 소년들이 성장해 이제 한국농구를 책임지는 세대가 됐다.
삼선중이 국내최강의 자리를 오랫동안 지키는 비결은 무엇일까. 서울명문팀이라 재능 있는 선수들이 많이 모이는 것이 첫째다. 둘째는 2005년 부임한 한규현 코치의 한결 같은 지도 덕분이다. 벌써 19년째 삼선중에서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는 한 코치는 기본기를 가장 강조하고 있다.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삼선중 선수들은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진학해서도 레벨업이 잘 되고 있다. 최고레벨인 프로까지 가는 선수들이 많은 이유다.
한규현 코치는 “당장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이 상급학교로 진학했을 때 더 좋은 선수가 되도록 지도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다. 프로까지 간 선수들은 중학생때부터 성실하고, 운동하는 의욕이 남달랐다”고 평했다.
프로에 간 선배들은 모교를 찾아 후배들을 보면서 농구공을 잡았던 초심을 다잡는다. 지난해 스승의 날에도 이재도, 이원석, 양재민 등 많은 제자들이 모교를 찾아 후배들을 격려했다.
한규현 코치는 “양재민 등 제자들이 중학생시절 벽에 썼던 이름이 아직도 남아있다. 후배들도 선배들 이름을 보면서 ‘나도 저 형처럼 되고 싶다’고 느낀다. 벽에 이름을 쓰는 것이 전통으로 내려져 오고 있다. 제자들이 프로에 가서 학교에 찾아올 때 보람을 느낀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선배들이 일궈낸 역사와 전통이 이제 후배들의 꿈으로 그대로 계승되고 있다. 삼선중이 당장의 6관왕 우승트로피보다 더 자랑할만한 업적이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