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는 골만 넣어주면 된다? 노리치 시티 감독은 황의조(31, 노리치 시티)의 사생활 문제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황의조의 소속팀 노리치 시티는 26일 잉글랜드 노포크 홈구장 캐로우 로드에서 개최되는 ‘2023-24시즌 챔피언십 17라운드’에서 퀸스파크레인저스(QPR)를 상대로 전반 21분 황의조의 선제골이 터져 1-0 승리를 거뒀다.
경기를 앞두고 다비트 바그너 노리치 감독은 황의조의 범죄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를 계속 출전시키겠다고 공언했다. 바그너는 "솔직히 말하자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두 파악하기엔 내 정보가 부족하다. 결국엔 벤 내퍼 단장이 황의조, 그의 대리인들과 함께 상황에 대처할 것이다. 내가 판단하고 통제할 수 있는 건 경기장에서 본 그의 모습뿐"이라고 밝혔다.
감독의 말처럼 선발로 출격한 황의조는 전반 21분 가브리엘 사라의 패스를 받아 선제골을 넣었다. 황의조의 리그 2호골이다. 황의조는 지난 10월 28일 선덜랜드를 상대로 영국무대 데뷔골을 넣었다. 황의조가 감독의 믿음에 보답한 셈이다.
황의조는 골을 넣은 뒤 ‘쉿 세리머니’를 펼쳐 논란을 스스로 키웠다. 자신을 둘러싼 사생활 논란에 대해 더 이상 지적하지 말라는 무언의 제스처로 풀이된다.
황의조는 성관계를 나눈 당사자의 사전 동의없이 영상촬영을 한 혐의로 지난 18일 경찰에 출석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피해자는 황의조가 합의 없이 불법촬영을 했다며 그를 고소했다. 황의조는 지난 6월 그리스에서 활약할 당시 핸드폰을 분실해 영상이 유포됐으며, 성관계와 촬영 역시 피해자와 합의에 의한 것이었다고 혐의를 일체 부인하고 있다.
바그너 감독은 황의조의 2호골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황의조가 득점을 해서 기쁘다. 그는 기술도 뛰어나고 훈련도 열심히 하고 경기이해도도 높은 좋은 축구선수다. 그가 한국대표팀에서 50경기 이상 뛴 이유”라며 황의조를 칭찬했다.
황의조는 선발출전한 경기서 2호골을 넣어 노리치 시티 주전 공격수로 자리를 굳혔다. 사생활 논란이 거센 가운데 A매치를 다녀와서 넣은 골이다. 바그너 감독은 “황의조가 잘 적응했다.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 더 경기를 잘 이해하고 있다. A매치를 다녀와서 시차 적응도 힘들고 기후도 달라졌다. 그래서 그를 60분 뛰도록 하고 교체한 이유”라며 황의조를 배려했다.
황의조가 사생활 논란으로 한국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조사를 받은 사실도 인지하고 있었다. 바그너 감독은 “황의조가 사생활문제로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우리와 함께 축구에 전념했다. 어떤 일이 생기는지 지켜볼 것이다. 그는 자신을 지지해주는 변호사들과 함께 잘 대처하고 있다.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황의조를 계속 기용할 뜻을 내비쳤다.
황의조의 사생활 논란은 영국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 해당 사건이 영국인이 관련돼 영국에서 발생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또한 선수 사생활과 프로팀에서 뛰는 것은 별개라는 것이다.
다만 황의조가 국가대표로 뛰는 한국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성관계 영상을 핸드폰에 저장하고 다닌 황의조를 모범적인 선수로는 볼 수 없다. 국가대표로서 품위를 손상시킨 황의조의 국가대표 자격을 정지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현재 시민단체는 물론 정치권까지 나서 황의조의 국가대표 자격을 정지하고 그를 징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SNS에 “대한축구협회는 황의조 선수에 대해 출전 금지 등 엄중한 징계조치를 취할 것을 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의원으로서 촉구한다. 황 선수는 사회적 공인으로서 도덕적 물의를 넘어서, 동의받지 않은 불법 촬영물이 유포되도록 했다면 명백한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황의조의 1월 아시안컵 최종명단 선발은 확정적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대표팀 감독은 “황의조는 범죄자가 아니다”라며 그를 감쌌다.
다만 추후 황의조 수사에서 만에 하나 그의 혐의가 유죄로 드러날 경우 엔트리 교체 가능성은 남아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