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황의조(노리치시티)가 동갑내기 친구 손흥민(토트넘)과 같은 세리머니를 펼쳤다. 하지만 황의조는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황의조는 26일(이하 한국시간) 잉글랜드 노포크 홈구장 캐로우 로드에서 열린 2023-2024 챔피언십(2부리그) 17라운드 퀸스파크 레인저스(OPR)와 17라운드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었다. 팀은 1-0으로 승리를 거뒀다.
황의조의 골은 전반 21분 터졌다. 롱패스를 이어받은 뒤 골키퍼가 나온 것을 보고 침착하게 슈팅을 날려 득점에 성공했다.
지난 9월 노리치시티 유니폼을 입은 황의조는 12경기 만에 리그 2호 골맛(1도움)을 봤다.
황의조는 지난 18일 성관계 대상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돼 조사를 받았다.
황의조 측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대환은 "황의조는 상대 여성이 촬영 사실을 인지 후 관계를 가졌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 여성 측은 성관계 촬영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반박한 상황이다.
이번 득점은 노리치 입성 후 2번째 득점이다. 황의조는 지난 선덜랜드전에서 골맛을 본 바 있다. 공격포인트로 치면 버밍엄시티전에 올린 도움까지 더해 3개(2골 1도움)다.
위기의 노리치 시티와 자신의 감독 지위를 살린 바그너는 황의조를 칭찬하기 바빴다. 26일 플래닛 풋볼은 "바그너 감독은 그동안 고국에서 사생활 의혹의 대상이 되었던 황의조에 대해 칭찬을 듬뿍 보냈다"고 했다.
바그너 감독은 "그에겐 쉽지 않았지만 그의 머리는 우리와 함께 했다. 자신이 얼마나 훌륭한 축구 선수인가를 증명했다"며 "황의조는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으며 프로페셔널이다. 아울러 경기를 잘 이해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골을 정말 잘 받아들였고 우리에게 70분 정도 활약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A매치를 마치고 돌아온 뒤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이었다"며 기뻐했다.
바그너 감독은 이날 경기 전만 해도 황의조가 경찰 조사받은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경기엔 내보내겠다는 뜻을 전했다. 다만 구단 수뇌부의 판단을 한 번 믿어보겠다는 뜻은 전했다.
당시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대표팀 감독은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 40년 동안 축구 인생을 살며 많은 일들을 겪었다. 그때마다 많은 사건들이 있었고 추측성도 있었다. 혐의가 명확히 나올 때까지는 그는 우리 선수"라고 말했다.
다비트 바그너 노리치 시티 감독도 OPR 경기 전 “내가 판단하고 통제할 수 있는 건 경기장에서 본 그의 모습뿐”이라고 말했다. 황의조는 일단 논란 속에서도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이날 황의조는 골을 넣고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는 ‘쉿 세리머니’를 펼치는 것을 골을 자축했다.
다만 표정은 완전히 달랐다. 손흥민은 중국을 상대로 골을 넣은 뒤 '쉿 세리머니'를 펼쳤고 환하게 웃었다. 하지만 황의조는 눈을 감고 조용히 하라는 모습이었다. 최근 논란에 대한 반응처럼 보였다.
황의조는 전 연인과 성관계 영상을 불법적으로 촬영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 18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21일에는 피해자가 '합의된 영상'이라는 황의조 측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파장이 커졌다.
황의조 측은 피해자 측과 영상 촬영 합의 여부를 두고 연일 진실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황의조는 혐의를 부인하며 피해자 신상을 일부 공개해 사태가 '2차 가해' 논란으로도 확산했다.
해외 분위기와 반대로 국내에선 황의조의 '국가대표 자격 논란'이 일고 있다.
분명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있다. 이미 그는 중국에서 A매치를 마친 뒤 곧바로 영국으로 출국했다. 추가 조사 우려가 있어 해외파들이 서로 각출해 준비했던 전세기도 탑승하지 않았고 선전 현지에서는 영국 직행이 없어 광저우로 이동했다. 어쨌든 능력은 발휘한 황의조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KFA 축구국가대표팀 운영 규정에 나온 징계·결격 사유 제17조를 살펴보면 고의로 대표팀 명예를 훼손하거나 운영 규정·훈련 규범을 명시적으로 위반한 경우에 징계를 받는다. 이외 사법 판결이나 공정위원회를 통해 징계가 확정된 각종 사례를 결격 사유로 설정했다. 황의조처럼 혐의를 부인하는 선수에게 적용할 만한 규정은 없다.
다만 제6조엔 대표선수의 '성실의무 및 품위유지'가 명시돼 있다. '각급 대표팀은 국가를 대표하는 신분으로서 스스로의 품위를 떨어트리는 행위를 삼가며, 사회적 책임감과 도덕성을 유지하여야 한다'라는 것이다. '피의자'로 소환 조사까지 받은 황의조가 해당 규정을 지켰다고 보기 어렵다.
[사진] 노리치 시티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