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27, 바이에른 뮌헨)가 15경기 연속 풀타임 경기를 마쳤을 때, 뮌헨의 토마스 투헬 감독은 오히려 체력을 비축한 선수들에게 사과했다.
뮌헨은 25일(한국시간) 독일 쾰른의 라인에네르기 슈타디온에서 열린 쾰른과의 2023-2024 독일 분데스리가 12라운드 맞대결에서 1-0으로 이겼다.
‘원정팀’ 뮌헨은 최전방에 해리 케인을 배치해다. 그 뒤에 킹슬리 코망, 에릭 막심 추포모팅, 리로이 자네를 위치 시켰고, 레온 고레츠카와 요주아 키미히로 중원 조합을 짰다. 포백은 누사이르 마즈라위, 김민재, 다요 우파메카노, 콘라트 라이머로 구성했고, 골키퍼는 마누엘 노이어.
놀랍게도 김민재 포함 선발 자원 전원이 풀타임을 소화했다. 반면 쾰른은 교체카드 5장 모두 사용했다. 뮌헨은 지난 2010년 12월 상파울리에 3-0으로 이긴 경기 이후 13년 만에 교체 카드를 단 한 개도 쓰지 않았다.
뮌헨은 초반부터 거세게 몰아쳤다. 전반 5분 라이머가 측면을 무섭게 돌파, 컷백으로 추포모팅에게 공을 내줬다. 그는 수비 사이에서 터닝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과 연이 닿지 않았다. 공은 골문 밖으로 향했다.
공격은 계속됐다. 전반 7분 좋은 위치 선정에 이어 자네가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맞았다. 그러나 이번엔 선방에 울었다. 쾰른이 전반 중반까지 비교적 뮌헨의 공격을 잘 막았다.
김민재가 전반 14분 갑자기 쓰러졌다. 공중볼 싸움을 하던 중 균형을 잃어 위험한 자세로 땅에 떨어진 것. 그는 고통을 호소했다. 그라운드에 누워 크게 힘들어했지만 다행히 다시 일어나 뛰었다.
선제골이 나왔다. 뮌헨 ‘골잡이’ 케인이 주인공. 전반 20분 쾰른의 스루패스가 라이머에게 차단당했다. 공은 코망을 거쳐 추포모팅에게 이어졌고, 마무리 슈팅이 나왔다. 이는 선방에 막혔지만 케인이 세컨드 볼을 따내 골망을 갈랐다. 이는 그대로 결승골이 됐다.
아찔한 상황이 나왔지만 김민재는 제 몫을 다했다.
그는 쾰른전 포함, 이번 시즌 뮌헨이 치른 19번의 공식전 중 18경기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 중 라이프치히와의 슈퍼컵을 제외한 17경기 선발로 출격했다. 최근 15번의 경기는 전부 풀타임으로 임했다. 이날 리그 최하위 팀을 상대로 체력 안배는 없었다.
전반 초반 ‘혹사’ 김민재를 향한 우려는 그가 쓰러지면서 현실이 되는 듯했다. 다시 경기장 안으로 들어와 경기를 뛰었지만 걱정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김민재는 부상은 먼 과거가 됐다는 듯 쾰른을 상대로 결정적인 수비를 펼치며 팀을 실점 위기에서 구해냈다. 특히 후반 10분 뮌헨 수비 숫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김민재는 오른쪽에서 올라오는 크로스를 ‘칼차단’했다. 압권이었다. 이 패스가 뚫렸다면 뮌헨은 큰 위기와 마주할 가능성이 상당했다.
통계 업체 ‘풋몹’에 따르면 이날 김민재는 패스 정확도 95%(117/123), 터치 135회, 공격 지역 패스 4회, 긴 패스 정확도 50%(4/8), 볼 차단 1회, 걷어내기 2회, 가로채기 3회, 공중 볼 경합 성공 67%(2/3), 반칙 1회를 기록했다.
김민재는 11월 A매치 2026 FIFA(국제축구연맹)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1,2차전에 출격해 단 1분도 쉬지 않았다. 그리고 곧바로 소속팀으로 복귀해 풀타임 출전했다.
‘체력 부담’이 상당한 김민재의 상황을 투헬 감독이 누구보다 잘 알테지만 그는 엉뚱한 곳에 사과했다.
투헬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교체되지 않고 90분 내내 벤치만 달군 선수들에게 “(경기하고 있는) 선수들의 출전 리듬을 깨고 싶지 않았다. 교체를 안 하는 건 일반적이지 않다. 벤치에 앉은 후보 선수들에게 미안하다"라고 사과하며 "다음 경기 투입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했다. 정작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도록 그라운드에서 열심히 뛰며 무실점을 기록한 수비들의 언급은 없었다.
투헬 감독은 쾰른 원정을 떠나기 전 인터뷰에서 “김민재는 아마도 내일 자고 일어나면 자신이 어디서 깨어났는지 정확히 알지 못할 것”이라며 11월 A매치 기간 독일, 한국, 중국을 오가며 체력을 소진한 김민재를 걱정했지만 경기 후엔 정작 체력을 비축한 선수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jinju21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