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27, 바이에른 뮌헨)가 가슴 철렁한 충돌을 이겨내고 다시 뛰었다. 이번에도 풀타임 활약을 펼치며 팀의 무실점 승리를 이끌었다.
뮌헨은 25일(이하 한국시간) 독일 쾰른의 라인에네르기 슈타디온에서 열린 2023-2024 독일 분데스리가 12라운드 맞대결에서 쾰른을 1-0으로 꺾었다.
6연승을 달린 뮌헨은 10승 2무, 승점 32로 선두로 올라섰다. 다만 2위 레버쿠젠(승점 31)이 아직 한 경기 덜 치렀기에 레버쿠젠의 경기 결과에 따라 다시 2위로 내려갈 수 있다. 쾰른은 1승 3무 8패, 승점 6으로 '강등권' 18위에 머물렀다.
쾰른 원정에 나선 뮌헨은 4-2-3-1 포메이션을 택했다. 해리 케인, 킹슬링 코망-에릭 막심 추포모팅-리로이 자네, 레온 고레츠카-요주아 키미히, 누사이르 마즈라위-김민재-다요 우파메카노-콘라트 라이머, 마누엘 노이어가 선발 출격했다.
쾰른은 3-4-1-2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데이비 젤케-얀 틸만, 데얀 류비치치, 린톤 마이나-플로리안 카인츠-에릭 마르텔-라스무스 카르스텐센, 율리안 샤보트-루카 킬리안-티모 휘버스, 마르빈 슈베베가 선발 명단을 꾸렸다.
아무리 뛰는 게 낫다지만...'지구 반 바퀴' 비행한 김민재, 어김없이 선발 출전
김민재는 이날도 선발 출전했다. 그리고 또 90분을 모두 소화했다. 벌써 뮌헨에서만 15경기 연속 풀타임 출전이다. 대한민국 대표팀 일정까지 생각하면 사실상 혹사 수준. 그는 싱가포르전을 마친 뒤 "못 뛰는 것보단 뛰는 게 낫다"라며 괜찮다고 말했지만, 피로가 누적되고 있음은 명백한 사실이다.
뮌헨의 센터백 부족이 발목을 잡고 있다. 뮌헨은 올 시즌을 앞두고 뤼카 에르난데스와 뱅자맹 파바르를 내보냈고, 요시프 스타니시치도 레버쿠젠으로 임대 보냈다.
중앙 수비수는 김민재와 우파메카노, 마티아스 더 리흐트밖에 없는 상황. 여기서 우파메카노와 더 리흐트가 번갈아 다치면서 김민재는 계속해서 뮌헨 후방을 지켜야 했다. 더 리흐트는 지금도 무릎 부상으로 쓰러져 있다.
김민재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부름을 받아 한국 대표팀 일정도 소화 중이다. 그는 지난 16일 서울에서 싱가포르전을 치른 뒤 중국으로 넘어가 21일 중국전까지 뛰었다. 당연히 두 경기 모두 선발 풀타임이었다. 그리고 김민재는 쉴 틈도 없이 쾰른으로 이동해 바로 경기를 치렀다.
11월 A매치 기간에만 지구 반 바퀴를 돈 셈. 독일 'TZ'는 "김민재는 다시 세계의 절반을 여행한다. 말 그대로다"라며 "그는 비행기로 20000km 넘게 이동한다. 전 세계를 완전히 여행하려면 40000km가 필요하다. 괴물이라 불리는 김민재에겐 대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엄청난 피로가 쌓여가고 있다. 그리고 흔적이 남고 있다"라고 걱정했다.
그럼에도 쾰른전에 뛸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지적했다. 매체는 "괴물 김민재는 올 시즌 많이 출전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부족한 휴식 시간이 눈에 띈다. 뮌헨은 A매치 휴식기가 끝나면 피곤한 눈으로 도착한 김민재와 함께 쾰른에서 경기해야 한다"라며 "생지옥 같은 일정이다. 뮌헨은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라며 우려했다.
토마스 투헬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은 정신적으로, 감정적으로, 육체적으로 피곤하다. 김민재는 중국에서 돌아왔고, 알폰소 데이비스는 캐나다에서 왔다. 이들이 겪어야 하는 시차를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김민재를 콕 집어 언급했다. 투헬 감독은 "김민재는 내일 낮잠을 자고 일어날 예정인데, 자신이 깨어난 장소가 어딘지도 정확히 알지 못할 것"이라며 이 상황을 비꼬았다. 하지만 김민재는 다시 한번 선발 출격했고, 단 1분도 쉬지 못했다.
'전반에만 슈팅 12개' 맹공 퍼부은 뮌헨, 해결사는 역시나 케인
뮌헨이 초반부터 거세게 몰아쳤다. 전반 5분 라이머가 측면을 무섭게 돌파, 컷백으로 추포모팅에게 공을 내줬다. 그는 수비 사이에서 터닝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과 연이 닿지 않았다. 공은 골문 밖으로 향했다.
뮌헨이 또 한 번 아쉬움을 삼켰다. 전반 7분 자네가 좋은 위치 선정을 바탕으로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맞았다. 하지만 슈팅은 골키퍼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가슴 철렁한 장면이 나왔다. 김민재가 전반 14분 갑자기 쓰러진 것. 그는 상대 공격수 젤케와 공중볼 싸움을 하던 중 균형을 잃어 위험한 자세로 땅에 떨어졌고, 얼굴을 찡그린 채 고통을 호소했다. 김민재는 경기장 위에 누워 크게 힘들어했지만, 다행히도 의료진 치료를 받은 뒤 다시 일어나 뛰었다.
이번에도 케인이 해결사로 등장했다. 전반 20분 라이머가 쾰른의 스루패스를 끊어내며 역습을 시작했다. 공은 코망을 거쳐 추포모팅에게 이어졌고, 마무리 슈팅이 나왔다. 이는 선방에 막혔지만 케인이 세컨드 볼을 따내 골망을 갈랐다.
분위기를 탄 뮌헨은 바로 추가골을 노렸다. 전반 22분 자네가 슬쩍 내준 공을 추포모팅이 수비 견제를 받지 않은 상황에서 슈팅 마무리까지 가져갔다. 그러나 또 슈퍼세이브에 무릎을 꿇었다. 28분 자네의 슈팅도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뮌헨은 전반을 2-0으로 마치고자 매섭게 공격을 펼쳤다. 하지만 전반 42분 코망의 하프 발리슈팅도 골키퍼를 넘지 못했다. 전반 43분 우파메카노가 상대 선수 머리에 얼굴을 부딪히는 장면도 있었지만, 이내 복귀했다. 전반은 뮌헨이 1-0으로 앞선 채 끝났다.
결국 추가골은 없었다...'결정력 부족' 뮌헨, 후반엔 침묵하며 1-0 진땀승
쾰른도 동점을 위해 반격 기회를 엿봤지만, 여의치 않았다. 김민재가 이끄는 뮌헨 수비진은 쉽게 기회를 내주지 않았다. 쾰른은 위협적인 기회는커녕 슈팅을 시도하기조차 어려웠다.
뮌헨의 공격도 전반만큼 날카롭지 못했다. 후반 10분 코너킥 기회에서 나온 고레츠카의 슈팅은 골대 옆으로 벗어났다. 후반 12분엔 쾰른이 휘버스의 헤더로 후반전 첫 슈팅을 기록했지만, 이 역시 골대 위로 뜨고 말았다.
답답함을 느낀 쾰른이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른은 후반 20분 류비치치와 젤케를 빼고 파리데 알리두, 슈테픈 티그레스를 투입하며 먼저 변화를 가져갔다.
좀처럼 골이 나오지 않았다. 후반 30분 케인이 왼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헤더로 연결했다. 그러나 공은 수비에 맞고 굴절되며 골대를 빗나갔다. 2분 뒤엔 자네가 코망이 올려준 크로스를 발리슛으로 연결했으나 이 역시 수비를 뚫지 못했다.
뮌헨이 달아나지 못했다. 후반 33분 코너킥 공격에서 고레츠카가 머리로 공을 살짝 돌려놨고, 코망이 다이빙 헤더로 연결했다. 하지만 공은 크로스바를 때리고 나왔다,
1점 차의 불안한 리드. 투헬 감독은 쾰른의 막판 압박이 거세지자 교체 카드를 한 장도 사용하지 않는 결단을 내렸다. 선발 출전한 11명 모두 종료 휘슬이 불릴 때까지 뛰었다. 그 결과 뮌헨은 실점 없이 경기를 마무리하며 1-0 승리를 따냈다.
'매우 괜찮은 활약' 김민재, 독일 현지 매체 평점 2점 호평...빌트는 또 '3점'
김민재는 괴물답게 다시 한번 단단한 활약을 펼쳤다. 그는 이번 경기를 포함, 올 시즌 뮌헨이 치른 19번의 공식전 중 18경기(17경기 선발)에서 피치를 밟았다. 최근 15경기는 모두 풀타임이다. 이날 상대한 쾰른은 리그 최하위 팀이지만, 김민재는 쉬지 못했다.
전반 초반, 아찔한 장면도 있었다. 김민재는 상대 공격수와 공중볼을 다투다가 균형을 잃고 골반 부위로 떨어졌다. 고통스러워하던 그는 경기장 밖으로 잠시 나가 치료를 받은 뒤 다시 투입됐다.
그럼에도 김민재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패스 정확도 95%(117/123), 터치 135회, 공격 지역 패스 4회, 긴 패스 정확도 50%(4/8), 볼 차단 1회, 걷어내기 2회, 가로채기 3회, 공중볼 경합 성공 67%(2/3) 등을 기록했다.
특히 김민재는 후반 10분 우측에서 올라오는 크로스를 정확히 차단하며 큰 위기를 막아냈다. 뮌헨 수비 숫자가 부족했기에 뚫렸다면 결정적인 실점 위기로 직결될 수 있는 장면이었지만, 김민재는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아벤트자이퉁은 김민재에게 평점 2점을 줬다. 독일식 평점은 최고점이 1점, 최하점이 5점이기에 2점이면 높은 점수다. 실제로 이날 뮌헨 선수 중 1점을 받은 선수는 한 명도 없다.
매체는 "김민재는 A매치 기간 동안 스트레스가 극도로 높았다. 그는 셀 수 없이 많은 비행기 마일리지를 모았다. 전반 14분 데이비 젤케와 공중볼 경합 후 엉덩이를 다쳐 고통스러워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는 매우 괜찮은 활약을 펼쳤다"라고 칭찬했다.
축구 통계 매체 '후스코어드닷컴'과 '풋몹'도 김민재에게 각각 평점 7.3점과 7.5점을 주며 활약을 인정했다. 다만 김민재에게 짠 평점을 주기로 유명한 독일 '빌트'는 어김없이 평점 3점을 부여하며 박한 평가를 내렸다.
투헬 감독은 경기 후 "전반전은 매우 좋았다. 훌륭한 득점 기회를 많이 만들어 냈다. 보통은 기회를 잘 이용하지만, 오늘은 1-0에 그쳤기 때문에 집중력을 유지해야 했다. 실수할 여유가 없었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우린 후반전에도 아주 잘했고, 승리할 자격이 충분했다"라고 밝혔다.
뮌헨이 교체 카드를 한 장도 사용하지 않고 경기를 마친 건 무려 13년 만이다. 지난 2010년 루이 반 할 감독 시절 치렀던 장크트 파울리전 이후 처음이다. 물론 당시에는 교체 카드가 3장이었고, 지금은 5장이라는 점에서 차이는 있다.
투헬 감독은 이에 대해 "약간 불운했다"라며 "오늘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벤치 선수들을 믿지 않아서가 아니다. 우리가 경기를 너무 잘해서, 경기를 완전히 통제했다. 토마스 뮐러 대신 출전한 추포모팅도 케인과 조화를 이루면서 헤더를 잘 따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어떻게 하면 뮐러를 투입할 수 있을지 계속 생각했고, 마티스 텔이나 라파엘 게헤이루에게 몇 분 시간을 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경기가 너무 타이트했고, 잔디가 비눗물처럼 미끄러웠다"라며 "이미 선수들에게 얘기했다. 이런 일은 보통 일어나지 않는다. 선수들은 오늘 보여준 정신력을 유지해야 한다. 나에게 화내지 않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론 김민재에게 다시 한번 가혹한 경기가 됐다. 다만 그는 다가오는 30일 코펜하겐과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5차전에선 휴식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뮌헨은 이미 조 1위가 확정된 만큼, 투헬 감독으로서도 김민재에게 휴식을 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finekosh@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