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여성 측이 "촬영에 동의한 적 없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성관계 영상 '불법 촬영' 혐의를 받고 있는 황의조(31, 노리치 시티)에게 국가대표로서의 품위를 잃었단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피해자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는 23일 언론브리핑을 통해 피해자와 황의조가 지난 6월 27일 오후 나눈 카카오톡 대화와 두 차례 통화한 내용 일부를 공개, 피해자는 황의조의 성관계 촬영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18일 서울경찰청은 성관계 대상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황의조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조사를 마쳤다.
양 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국가대표 품위를 실추시킨 황의조에 대한 대한축구협회(KFA)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게 됐다.
이은의 변호사는 이날 “피해자는 가해자가 영상을 찍을 것이라 늘 예의주시하고 (가해자가) 휴대전화를 어딘가에 두면 촬영 중인지 알아야 하느냐”며 전날(22일) ‘휴대전화를 잘 보이는 곳에 놓고 촬영했고 상대 여성도 이를 인지하고 관계에 응했다’는 황의조 측의 입장에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는 피해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셀프 유죄 인증’을 한 것이다. 황의조 측 입장문을 유죄 증거로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 나아가 이은의 변호사는 축구 국가대표로서 품위가 훼손됐다며 대한축구협회에 황의조를 징계해 달라고 촉구했다.
지난 6월 25일 한 네티즌은 소셜미디어계정(SNS)에 "황의조가 다수의 여성과 관계를 맺고 피해를 주고 있다"라고 폭로, 촬영물을 유포했다.
당시 황의조는 휴대폰을 도난당했고, 사진 유포 협박을 받았다며 즉각 경찰에 해당 네티즌을 고소했다.
그리고 지난 22일 황의조 측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대환은 "과거 연인들과의 성관계 장면을 불법 촬영한 혐의를 받는 황의조는 상대 여성이 촬영 사실을 인지 후 관계를 가졌다"라고 주장했다.
황의조 측은 “해당 촬영물은 연인 사이였던 여성과 같이 봤다. 교제 중간 합의 하에 영상을 모두 삭제했지만 이후 1년 이상 더 교제를 이어가며 추가로 촬영했다”며 “해당 여성 측은 명시적 합의가 없어 불법이라고 주장하지만 장기 교제를 이어오며 당사자 상호 인식 하에 촬영과 삭제를 반복한 것이 소위 말하는 ‘몰카’로 볼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상대 여성은 방송 활동을 하는 공인이고 결혼까지 한 신분이라 최대한 여성의 신원이 노출되는 것을 막으려 공식적으로 대응을 자제했고, 수사기관의 엄정한 수사로 진실을 밝히려 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범죄를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보도가 유포되고 이 여성의 일방적 입장이 진실인 것처럼 호도돼 방어적 차원에서 소명에 나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해당 여성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고 고소를 제안한 점을 언급, 이는 불법 촬영이 아닌 증거라고 말했다. 황의조 측은 “황의조가 불법촬영을 한 것이라면 굳이 피해 여성에게 연락해 피해 사실을 알리고 고소를 종용했을지 상식적 선에서 판단해 달라. 악의적 의혹이 제기된 것에 대해 상대 여성과 같이 출석해 대질조사도 고려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피해자 측은 “6월 말경 황의조 선수가 피해자에게 연락을 해왔다. 유포자를 빨리 잡으려면 ‘유포자를 고소해 달라'는 것이었다. 피해자로서 당혹스럽기 그지없었지만, 유포자를 잡지 못하면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깊은 고심 끝에 피해자는 경찰에 유포자의 불법유포, 그리고 황의조 선수의 불법촬영 모두 정식으로 고소했다”라고 설명했다.
'황의조 논란'이 더욱 가중된 이유는 사생활을 유포한 인물(위에 언급된 6월 25일 한 네티즌)이 황의조의 형수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는 황의조의 친형과 함께 해외출장에도 동행하는 등 사실상 황의조 매니저 역할을 하던 사람이다.
황의조의 형수는 경찰 조사에서 “휴대전화를 해킹당했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황의조의 법률대리인은 "황의조와 가족들은 형수의 결백을 믿고 있는다. 형과 형수는 황의조 안위를 최우선으로 해 여전히 헌신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형과 형수는 지난 5년간 외국 숙소에서 동거하며 식사 및 기타 일상 행위 등 모든 부분을 뒷바라지해 줬다. 황의조의 수입은 모두 부모님이 관리하고 있어서 일각에서 제기된 형제간 금전 다툼 및 형수와의 불륜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황의조의 영상 유포에 대해 고소를 추진한 것이 형과 형수라는 점에서 판결 선고 전까지 무리한 억측은 삼가주시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점입가경이다. 반박에 재반박, 꼬리에 꼬리는 무는 입장문이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황의조는 국가대표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
'불법촬영 논란'에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황의조를 21일 2026북중미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중국 원정에 출전시켰다.
클린스만 감독은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 40년 동안 축구 인생을 살며 많은 일들을 겪었다. 그때마다 많은 사건들이 있었고 추측성도 있었다. 혐의가 명확히 나올 때까지는 그는 우리 선수"라고 말했다.
KFA 축구국가대표팀 운영 규정에 나온 징계·결격 사유 제17조를 살펴보면 고의로 대표팀 명예를 훼손하거나 운영 규정·훈련 규범을 명시적으로 위반한 경우에 징계를 받는다. 이외 사법 판결이나 공정위원회를 통해 징계가 확정된 각종 사례를 결격 사유로 설정했다. 황의조처럼 혐의를 부인하는 선수에게 적용할 만한 규정은 없다.
다만 제6조엔 대표선수의 '성실의무 및 품위유지'가 명시돼 있다. '각급 대표팀은 국가를 대표하는 신분으로서 스스로의 품위를 떨어트리는 행위를 삼가며, 사회적 책임감과 도덕성을 유지하여야 한다'라는 것이다. '피의자'로 소환 조사까지 받은 황의조가 해당 규정을 지켰다고 보기 어렵다.
대표팀 감독의 몫은 팀이 호성적을 낼 수 있도록 좋은 팀을 꾸리는 것이다. 그러나 KFA는 전방위적으로 한국 축구를 살피고 바라봐야 한다.
이번 논란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점쳐진다. 국가대표로서 '품위유지'를 하지 못한 황의조에 대한 KFA의 결정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방관할 경우 비난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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