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혈사태'를 낳은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경기에서 선수들도 격한 신경전을 펼쳤다. 아르헨티나 '간판' 리오넬 메시(36)가 상대 선수에게 "입 조심해"라는 말까지 할 정도였다.
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은 지난 22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의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남미 예선 6차전에서 1-0으로 이겼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우루과이전 패배의 아픔을 털어내며 승점 15(5승 1패)로 예선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반면 '충격의 3연패'를 기록한 브라질은 승점 7(2승 1무 3패)로 6위에 그쳤다.
남미 예선은 10개 나라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경기를 치른다. 6위까지 월드컵 본선 진출권이 돌아간다. 7위는 대륙 간 플레이오프에서 다른 대륙 국가를 꺾어야 본선에 오를 수 있다. 6위 브라질은 자칫 잘못하면 월드컵 본선행이 좌절될 수 있는 위기에 놓였다.
양 팀의 경기는 ‘라이벌전’으로 유명하다. 이날 경기 전 도 넘는 ‘유혈 사태’가 벌어진 이유다. 이에 양 팀 선수들도 신경전을 펼쳤다.
킥오프 전 관중석에서 브라질 팬들과 아르헨티나 팬들이 싸움을 벌였다. 홈팬들이 앉는 관중석과 원정석이 따로 분리되어있지 않은 탓인지 양 팀 팬들이 충돌하기 시작했다. 아르헨티나 관중이 경찰들을 향해 무언가 던지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경찰들도 대거 투입돼 진압봉을 휘둘렀다.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되는 아르헨티나 팬과 진압봉에 맞아 피를 흘리는 팬도 나왔다.
몇몇 팬들은 놀란 가슴을 진정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당황한 양 팀 선수들이 관중석으로 다가가 말릴 정도였다. 하지만 사태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아르헨티나의 마르티네스는 펄쩍 뛰어올라 진압봉을 휘두르려는 브라질 경찰을 저지하기도 했다. 놀란 동료들과 다른 경찰들이 다가와 그를 말렸다. 그럼에도 마르티네스는 손가락으로 경찰을 가리키며 계속해서 항의했다.
메시를 비롯한 아르헨티나 선수단은 아예 다 같이 라커룸으로 들어가기도. 메시는 "우리는 떠나겠다. 이런 상황에서 뛸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결국 경기는 30분가량 지연 킥오프 됐다.
아르헨티나는 후반 18분 오타멘디의 헤더 선제골로 승부를 갈랐다. 전반에만 브라질 선수 3명이 경고를 받고, 후반 36분 브라질 조엘린통이 퇴장당하는 등 전체적으로 거칠고 어수선한 경기였다.
아르헨티나 언론 'TYC 스포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의 메시와 브라질의 호드리구가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메시는 36세, 호드리구는 22세로, 나이 차이가 상당하지만 그라운드 위에선 나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상황은 이러했다.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라커룸에서 나올 때 호드리구가 아르헨티나 미드필더 로드리고 데 폴과 격앙된 채 신경전을 펼쳤다. 이를 본 메시가 중재에 나섰다. 그러나 호드리구는 타깃을 바꿔 메시에게 “겁쟁이. 겁먹어서 경기 안 하려고 했지?”라며 시비를 걸었다.
메시도 화를 참지 않았다. 그는 호드리구의 목덜미를 잡았다. 그러면서 “우린 세계 챔피언인데? 입 조심해”라고 받아쳤다. 이후엔 ‘무시’로 일관했다. 호드리구는 계속 도발성 발언을 이어갔다. 오죽했으면 데 폴과 크리스티안 로메로 등이 말릴 정도였다.
메시는 경기 후 "오늘 밤 우리는 역사를 썼다. 하지만 다시 한번 아르헨티나인에 대한 브라질의 탄압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하는 게 중요하다. 받아들일 수 없다. 광기였고, 즉시 멈춰야 했다"라고 거세게 항의했다. /jinju21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