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주장에서 다시 토트넘 홋스퍼 캡틴으로. 2023년 대표팀 일정을 마친 손흥민(31)이 토트넘 복귀길에 올랐다.
손흥민은 23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영국 런던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는 출국에 앞서 공항에 모인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직접 사인을 해주는 등 팬서비스도 잊지 않으며 슈퍼스타의 품격을 보여줬다. 평일 오전이었음에도 인천공항은 손흥민을 배웅하려는 팬들로 가득했다.
손흥민은 지난 11월 A매치 기간 동안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C조 조별리그 두 경기에 출전해 맹활약을 펼쳤다. 그는 싱가포르를 상대로 1골을 기록했고, 중국 원정에서는 2골 1도움을 올리며 다시 한번 '공한증'을 심어줬다.
두 경기에서 3골 1도움을 기록하며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활짝 웃게 한 손흥민. 그는 이제 기분 좋게 토트넘으로 돌아가 다시 프리미어리그 일정을 시작할 예정이다.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 뛰었다...'손흥민 존'에서 터진 환상적인 감아차기 득점
손흥민은 지난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싱가포르전에 선발 출전해 90분 풀타임 활약을 펼쳤다. 그는 4-2-3-1 포메이션에서 프리롤 역할을 맡아 경기장 이곳저곳을 누비며 한국의 5-0 승리에 힘을 보탰다.
자유를 부여받은 손흥민은 중앙과 양 측면을 자유롭게 오가며 공격을 이끌었다. 때로는 조규성과 함께 투톱처럼 뛰었고, 때로는 한 칸 내려와 연결고리 역할을 하기도 했다. 후반엔 공격형 미드필더처럼 뛰면서 황의조-오현규 투톱을 보좌했다.
골 맛까지 봤다. 손흥민은 후반 17분 우측 공간에서 공을 잡은 뒤 수비를 따돌리고 환상적인 왼발 감아차기로 골문 구석을 꿰뚫었다. 그는 공간이 열리자마자 슈팅을 날려 A매치 두 경기 연속골을 뽑아냈다. 이른바 '손흥민 존'에서 나온, 손흥민다운 골이었다.
다만 가슴 철렁한 장면도 있었다. 경기 내내 상대 수비의 집중 견제를 받던 손흥민은 4-0으로 이기고 있던 후반 막판 샤흐 샤히란의 거친 반칙에 쓰러졌다. 무릎을 세게 걷어차인 그는 한동안 경기장 위에 누워 고통을 호소했다.
안 그래도 손흥민은 종아리 부위를 만지작거리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기에 팬들의 걱정은 더욱 컸다. 심지어 그는 토트넘에서도 강행군을 소화하며 자잘한 부상을 달고 뛰는 중이었다. 손흥민은 대표팀에서나 토트넘에서나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쉽게 휴식을 줄 수도 없는 상황.
의료진까지 들어와 손흥민의 부상을 체크했다. 클린스만 감독도 이례적일 정도로 크게 항의했다. 다행히 손흥민은 잠시 후 일어나 다시 씩씩하게 피치를 누볐고, 큰 문제 없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에도 관중석을 향해 인사를 건네며 팬들을 안심시켰다.
손흥민은 경기 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지금은 괜찮다. 사실 경기장에서 오래 누워있는 걸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살짝 발에 감각이 없었다"라고 몸 상태를 설명했다.
또한 그는 "나만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선수들 모두 언제나 작은 부상을 갖고 경기에 뛴다. 모두가 그렇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부름을 받아서 뛰는 건 어릴 때부터 꿈꾸던 무대다. 나 하나 아프다고 경기를 포기할 순 없다. 뛸 수 있는 한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하며 팬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숨도 못 쉬게 해주자" 각오 지켰다...도발에도 흔들리지 않고 2골 1도움 폭발
손흥민은 21일 중국 선전의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중국전에서도 풀타임을 소화했다. 클린스만호는 2골 1도움을 터트린 그를 앞세워 3-0 완승을 거두고 승점 6점(2승)으로 C조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지난 9월 사우디아라비아전(1-0)을 시작으로 어느덧 5연승을 질주했다.
승리의 1등 공신은 단연 손흥민이었다. 그는 경기장에 모인 39000여 명의 중국 관중들의 야유와 레이저 테러를 이겨내고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중국을 무너뜨렸다. 또한 멀티골로 A매치 3경기 연속골이자 통산 41골을 달성하며 황선홍 감독(50골)과 격차를 줄였다.
손흥민은 전반 11분 황희찬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강하게 차 넣으며 선제골을 터트렸다. 골망을 가른 손흥민은 골대 뒤에 있던 중국 팬들을 바라보며 검지 손가락으로 입을 막았다. 조용히 하라는 '쉿' 제스처였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손흥민은 전반 45분 이강인이 올려준 코너킥을 머리로 절묘하게 돌려놓으며 추가골을 터트렸고, 후반 42분엔 날카로운 프리킥으로 정승현의 쐐기골을 도왔다.
경기 전날 예고한 모습 그대로였다. 손흥민은 중국전을 앞두고 훈련 도중 동료들을 불러 모은 뒤 "내일 관중도 꽉 찬다는데 우리가 어떤 축구를 하고자 하는지, 플레이를 잘 보여줘서 아예 숨도 못 쉬게 만들어 주자"라며 의지를 불태웠다. 그리고 손흥민의 말은 현실이 됐다.
경기 후 손흥민은 "(중국에서) 날 막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동안 모든 선수들을 존경했지만, 그런 발언은 이해하기 힘들다. 대표팀 주장으로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생각에 최선을 다했다. 동료들과 함께 이겨냈고, 즐겼다"라며 승자의 여유를 만끽했다.
중국전은 클린스만호의 2023년 마지막 경기이기도 했다. 이제 대표팀은 내년 1월 카타르에서 다시 뭉쳐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한다.
2023년 대표팀 일정을 끝마친 손흥민은 "11월 대표팀 소집은 그 어느 때보다 추웠지만, 여러분들의 사랑 덕분에 따뜻하고 행복하게 보냈습니다. 축구라는 스포츠가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합니다"라며 "2023 대표팀 생활, 너무 행복하게 했습니다. 감사드리고 2024년 저희 다 같이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행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합니다 대한민국"이라고 2023년 마지막 인사를 마쳤다.
캡틴 손흥민, 흔들리는 토트넘을 구하라..."그 어느 때보다 손흥민이 필요하다"
이제 런던으로 돌아가는 손흥민은 한동안 다시 토트넘에만 전념할 예정이다. 그는 이번 시즌부터 토트넘에서도 주장 완장을 차고 팀을 이끌고 있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도 에이스이자 해결사다. 앤지 포스테코글루 감독 밑에서 최전방 원톱으로 변신한 그는 벌써 리그 8골을 터트리며 득점 순위 3위를 달리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홈페이지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손흥민 중앙 공격수 배치는 올 시즌 최고의 전술적 결정"이라고 극찬했다.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난 해리 케인마저 잊게 만든 손흥민. 그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 리그 10경기 무패를 달리던 토트넘은 최근 들어 첼시전(1-4)과 울버햄튼전(1-2)에서 연달아 패하며 흔들리고 있기 때문.
무엇보다 선수들의 부상 공백이 뼈아프다. 제임스 매디슨과 미키 반 더 벤이 부상으로 쓰러져 올해 안에 복귀가 어렵다. 이반 페리시치, 마노르 솔로몬, 히샬리송도 마찬가지. 게다가 크리스티안 로메로 역시 퇴장 징계로 출전 정지 상태다.
상대도 만만한 팀이 아니다. 토트넘은 오는 26일 아스톤 빌라를 홈으로 불러들여 프리미어리그 13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현재 토트넘은 승점 26으로 4위, 빌라는 승점 25로 5위에 올라 있다. 승점 6점짜리 맞대결인 셈.
결국 기댈 구석은 손흥민뿐이다. 토트넘 소식을 다루는 '투 더 레인 앤 백'은 "슈퍼스타 손흥민은 최전방에 나서서 골을 넣어야 하는 부담을 직접 떠안고 있다. 그는 지난 10년간 케인이 했던 일을 하고 있다. 이제는 오케스트라 지휘자"라며 "손흥민은 다시 토트넘으로 돌아와 팀을 이끌 것이다. 매디슨이 빠졌기에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손흥민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매체는 "손흥민은 포스테코글루 감독 밑에서 여전히 배우고 있다고 했다. 그가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무섭다. 그의 체력은 엘리트 수준이고, 최고의 축구를 하고 있다. 손흥민은 빌라전에서 다시 한번 팀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덧붙였다.
'풋볼 런던' 역시 "토트넘과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그 어느 때보다 손흥민을 필요로 한다. 토트넘은 매우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라며 손흥민에게 기대를 걸었다. 토트넘이 빌라를 상대로 가장 최근 맞대결 패배(1-2)를 되갚아 주기 위해선, 손흥민의 발끝이 이번에도 불을 뿜어야 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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