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먼저 다가와 끌어안아줬다."
안방에서 패배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중국 언론이 손흥민(31, 토트넘 홋스퍼)의 포옹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1일 오후 9시 중국 선전의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아시아지역 2차예선 조별리그 C조 2차전에서 중국을 3-0으로 대파했다.
싱가포르전 5-0 대승의 상승세를 이어간 한국은 승점 6점(2승 0패), 조 선두로 올라섰다. 지난 9월 사우디아라비아전 1-0 승리를 시작으로 어느덧 5연승이다. 반면 중국(1승 1패)은 싱가포르를 3-1로 꺾은 태국에 밀려 3위로 내려앉았다.
편안한 승리였다. 한국은 전반 11분 손흥민의 페널티킥으로 기선을 제압한 뒤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다. 슈팅 17개 중 절반이나 되는 8개를 유효 슈팅으로 연결하며 3골이나 터트렸다. 반대로 중국에는 유효 슈팅을 단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주장 손흥민이 원맨쇼를 펼쳤다. 그는 경기장에 모인 39000여 명의 중국 관중들의 야유와 레이저 테러를 이겨내고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중국을 무너뜨렸다. 또한 A매치 41골을 달성하며 황선홍 감독(50골)과 격차를 줄였다.
손흥민은 전반 11분 황희찬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강하게 차 넣으며 선제골을 터트렸다. 골망을 가른 손흥민은 골대 뒤에 있던 중국 팬들을 바라보며 검지 손가락으로 입을 막았다. 조용히 하라는 '쉿' 제스처였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손흥민은 전반 45분 이강인이 올려준 코너킥을 머리로 절묘하게 돌려놓으며 추가골을 터트렸고, 후반 42분엔 날카로운 프리킥으로 정승현의 쐐기골을 도왔다.
경기 전날 예고한 모습 그대로였다. 손흥민은 중국전을 앞두고 훈련 도중 동료들을 불러 모은 뒤 "내일 관중도 꽉 찬다는데 우리가 어떤 축구를 하고자 하는지, 플레이를 잘 보여줘서 아예 숨도 못 쉬게 만들어 주자"라며 의지를 불태웠다. 그리고 손흥민은 실제로 한국이 터트린 3골에 모두 직접 관여하며 약속을 지켰다.
손흥민은 경기가 끝나자 중국 선수들에게 다가가 한 명씩 안아줬다. 중국 선수들도 경기 중에는 손흥민을 막기 위해 거칠게 부딪쳤지만, 종료 휘슬이 불린 뒤에는 웃는 표정으로 아시아 최고 선수를 맞이했다.
중국 '소후닷컴'은 손흥민의 포옹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매체는 "0-3의 스코어는 팬들을 매우 실망케 했지만, 모든 선수가 못했다고 할 수는 없다. 특히 일부 수비수들의 활약은 그래도 괜찮았다. 몇몇은 아시아 역사상 유일하게 발롱도르 10위권을 기록한 손흥민의 인정을 받았다"라고 주목했다.
이어 "손흥민은 경기 후 중국 선수 2명을 먼저 찾아가 포옹하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이는 이번 경기에서 잘 뛰었다는 칭찬으로 보인다. 한 명은 왼쪽 중앙 수비수로 나선 젊은 수비수 장성룽, 다른 한 명은 골키퍼 옌쥔링이었다"라고 강조했다.
소후닷컴은 장성룽과 옌쥔링이 손흥민을 나름 잘 막았다고 평가했다. 매체는 "장성룽은 사실 손흥민과 많이 부딪치는 포지션이 아니었지만, 장린펑이 여러 번 당하면서 자주 대결하게 됐다. 장성룽은 세 번이나 손흥민을 잘 블로킹했고, 일대일 싸움에서 이기기도 했다. 그의 예측력과 수비 기술을 인정한 손흥민은 가장 먼저 장성룽을 찾아가 안아주며 잘했다고 칭찬했다"라고 전했다.
수문장 옌쥔링도 3골을 내줬지만, 칭찬받았다. 필드골을 내주지 않은 것만으로도 잘했다는 것. 소후닷컴은 "옌쥔링이 3번이나 결정적 선방을 기록한 덕분에 한국은 필드골을 넣지 못했다. 3개 중 2개가 손흥민의 슈팅을 막은 것이었다"라며 "이런 모습 역시 손흥민의 인정을 받았다. 손흥민은 장성룽을 안아준 뒤 곧바로 옌쥔링을 껴안았다"라고 흡족해했다.
한국과 격차가 워낙 큰 만큼, 패배에 분해하기보다는 손흥민의 포옹만으로도 기뻐하는 모습이다. 소후닷컴은 "중국 대표팀은 홈에서도 무력했다. 결국 안방에서 0-3으로 패하며 두 팀의 엄청난 전력 격차를 보여줬다"라며 "어쩔 수 없다. 이게 바로 한국과 중국의 엄청난 힘의 격차다. 이렇게 큰 실력 차이 앞에서는 0-3이라는 점수도 이해할 만하다"라고 패배를 받아들였다.
/fineko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