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공을 멈추고, 잠시 생각해야 할 순간."
리오넬 스칼로니(45) 아르헨티나 대표팀 감독이 폭탄 발언을 터트렸다.
아르헨티나는 22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의 이스타지우 두 마라카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남미예선 6차전에서 브라질을 1-0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아르헨티나는 지난 우루과이전 패배를 딛고 승점 15점(5승 1패)을 기록, 남미 예선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이번 경기 역시 쉽지 않은 승부였지만, 후반 18분 니콜라스 오타멘디의 헤더 선제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반면 브라질은 충격의 3연패에 빠지며 승점 7(2승 1무 3패)로 6위에 머물렀다. 브라질이 남미 예선 도중 홈에서 패한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동안 브라질은 월드컵 예선 홈 경기에서 51승 13무를 기록하며 단 한 번도 패한 적 없었지만, 이번 패배로 64경기 연속 홈 무패 기록을 마감했다.
하지만 경기 후 아르헨티나 역시 충격에 휩싸였다. 수장 스칼로니 감독이 돌연 사퇴 의사를 밝혔기 때문. 적지에서 브라질을 무너뜨린 직후였기 때문에 더욱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스페인 '문도 데포르티보'에 따르면 스칼로니 감독은 "중요한 이야기 하나를 말하고 싶다. 이제 공을 멈추고, 잠시 생각을 시작해 보려 한다. 생각할 것이 많은 순간이다. 이 선수들은 나와 코칭스태프 모두에게 전부를 바쳤는데, 생각해 봐야겠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작별 인사는 아니다. 하지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에 대한 기준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기는 쉽지 않고, 계속해서 이기기도 쉽지 않다. 축구협회 회장에게도, 선수들에게도 이야기할 것이다. 대표팀에는 온전히 이 팀에 모든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한 뒤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문도 데포르티보는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충격에 빠졌다. 또 다른 역사적인 마라카냥에서 승리 후 스칼로니 감독은 자신이 세계 챔피언 감독직을 그만둘 수 있다고 말하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라고 전했다.
또한 매체는 "늘 겸손하고 성장하는 감독, 감각적인 감독, 마라카낭에서 승리한 뒤 주인공이 된 감독은 스칼로니다. 그러나 그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는 모양이다. 무언가가 세계 챔피언 아르헨티나를 흔들고 있다. 아무도 몰랐던 사실이다. 스칼로니의 경기 후 기자회견은 세계 축구계를 뒤흔들었다"라고 덧붙였다.
스칼로니 감독은 이미 어느 정도 마음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그는 기자회견을 끝낸 후 코칭스태프들에게 마지막으로 함께 사진을 찍자고 요청했고, 다 같이 어깨동무한 채 웃으며 사진을 남겼다.
아르헨티나 '올레'에 따르면 스칼로니 감독은 클라우디오 타피아 아르헨티나 축구협회(AFA) 회장과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는 협회의 지원 부족 등 경제적 요인으로 분석된다.
스칼로니 감독은 지난해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일궈내며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는 2018년 아르헨티나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리오넬 메시와 함께 고국을 36년 만에 세계 정상으로 올려뒀다. 하지만 약 1년 만에 사퇴 의사를 시사하는 폭탄 발언으로 아르헨티나 축구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선수들과 불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에서 뛰고 있는 크리스티안 로메로는 "스칼로니 감독이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며 그러리라 믿는다. 이제 그가 생각할 시간이 있는지 보자. 그는 라커룸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를 설득하려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안드로 파레데스 역시 "스칼로니 감독과 얘기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가 우리 팀 수장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가 계속해서 남아있길 바란다. 그가 마음을 바꿔 우리 곁에 머물기를 바란다"라며 스칼로니 감독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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