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입었으니 너 다음 큰 대회도 안 뛰게 해줄게".
루이스 데 라 푸엔테 감독이 이끄는 스페인은 지난 10월 16일 노르웨이 오슬로의 울레볼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로 2024 예선 A조 8라운드 원정경기에서 노르웨이를 1-0으로 꺾으면서 유로 2024 티켓을 이미 확보한 상태였다.
스페인은 당시 승리로 승점 15(5승 1패)를 기록, 승점 동률인 스코틀랜드와 함께 남은 경기에 상관 없이 유로 2024 본선 진출을 확정, 여유가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스페인 최고 유망주로 불리는 파블로 가비는 11월 A매치 명단에 다시 이름을 올렸고 지난 16일 3-1로 승리한 키프로스와 예선경기에도 풀타임을 소화했다.
가비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사비 에르난데스 감독이 이끄는 바르셀로나에서 주전 미드필더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19일 3-1로 승리한 조지아와 홈경기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전반 26분 만에 교체 아웃됐다.
가비는 전반 중반 가슴으로 볼을 컨트롤하는 과정에서 불안하게 착지, 고통을 호소한 후 의료진의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짧은 치료 이후 라 푸엔테 감독의 판단에 따라 재투입됐으나 결국 교체됐다.
바르셀로나는 20일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가비가 이날 오전 실시한 검사에서 오른쪽 전방 십자인대 파열 진단을 받았고 외측 반월판이 손상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며칠 내로 수술을 받을 예정"이라고 알렸다.
2024 파리 올림픽과 유로 모두 출전까지 힘들 수 있는 가비는 이번 시즌 바르셀로나에서 거의 모든 경기를 소화하고 있다. 바르셀로나에서 2경기 소화하지 못한 적 있지만 이는 징계 때문에 나서지 못한 것이다. 데 라 푸엔테 감독은 경기 후 "가비는 재투입 직후에 불운한 부상으로 쓰러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스페인 내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정형외과 및 외상학 분야에서 스페인 내 권위를 얻고 있는 의사 루이스 리폴은 스페인 대표팀의 데 라 푸엔테 감독이 '치료를 받고 나서 다시 투입된 상황서 부상을 입은 것'이라는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해 큰 논란을 야기했다.
리폴은 "가비는 치료 직전 첫 장면에서 이미 십자인대가 파열됐다. 너무나도 명백한 십자인대 파열이었다. 발을 잘못 딛고 무릎이 급격하게 돌아갔다"라면서 "전형적인 십자인대 전방 파열의 모습이 나타난 것이다"라고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가비 부상으로 논란이 커지자 스페인 축구협회는 나름의 보상책을 마련했다. 물론 내용은 다소 뜬금 없는 상황이었다. 바로 부상 회복 이후에도 당분간 스페인 국가 대표팀에 가비를 차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가비는 최소 9개월 이상의 회복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복귀 시점이 2024년 8월인 만큼 7월에 열리는 유로 참가는 불가능하다.
스페인 '디아리오 아스'는 "스페인 축구 협회는 가비가 복귀한다고 해도 당분간 국가 대표팀에 차출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라면서 "그들은 최고 2025년 3월까지는 가비를 차출하지 않을 것이다. 네이션스컵에서 가비는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이 매체는 "바르사는 가비의 부상 이후 라 푸엔테 감독과 스페인 축구 협회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결국 이번 결정은 분노한 클럽을 진정시키기 위한 노력이다"라면서 "이유가 어찌됐든지 가비는 앞으로 최소 16개월 이상 스페인 유니폼을 입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mcado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