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와 브라질 간 경기를 앞두고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아르헨티나 주장 리오넬 메시(36, 인터 마이애미)도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은 22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 이스타지우 두 마라카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남미예선 6차전에서 맞붙었다.
남미 축구를 대표하는 두 팀의 맞대결인 만큼, 경기장엔 많은 팬들이 몰렸다. 특히 남미 예선 2연패에 빠져 있는 브라질 팬들은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관중석을 노란 물결로 가득 채웠다.
홈팀 브라질은 4-2-3-1 포메이션을 선택했다. 가브리엘 제주스, 가브리엘 마르티넬리-호드리구-하피냐, 브루누 기마랑이스-안드레, 카를로스 아우구스투-가브리엘 마갈량이스-마르퀴뇨스-에메르송 로얄, 알리송 베케르가 선발로 나섰다.
원정팀 아르헨티나는 4-4-2 포메이션으로 시작했다. 훌리안 알바레스-리오넬 메시, 알렉시스 맥 알리스터-로드리고 데 폴-엔소 페르난데스-지오바니 로 셀소, 마르쿠스 아쿠냐-니콜라스 오타멘디-크리스티안 로메로-나우엘 몰리나,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가 선발 명단을 꾸렸다.
하지만 경기 시작 전부터 사고가 터졌다. 관중석에서 브라질 팬들과 아르헨티나 팬들이 싸움을 벌인 것. 홈팬들이 앉는 관중석과 원정석이 따로 분리되어있지 않은 탓인지 양 팀 팬들이 충돌하기 시작했다.
흥분한 양 팀 팬들은 좀처럼 진정하지 못했고, 아르헨티나 관중이 경찰들을 향해 무언가 던지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경찰들도 대거 투입돼 진압봉을 휘둘렀다.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되는 아르헨티나 팬과 진압봉에 맞아 피를 흘리는 팬도 나왔다.
몇몇 팬들은 놀란 가슴을 진정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당황한 양 팀 선수들이 관중석으로 다가가 말려봤지만, 사태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마르티네스는 펄쩍 뛰어올라 진압봉을 휘두르려는 브라질 경찰을 저지하기도 했다. 놀란 동료들과 다른 경찰들이 다가와 그를 말렸다. 그럼에도 마르티네스는 손가락으로 경찰을 가리키며 계속해서 항의했다.
메시를 비롯한 아르헨티나 선수단은 아예 다 같이 라커룸으로 들어가버렸다. 브라질 선수들만 경기장 위에 남아 한숨을 내쉬었다.메시는 "우리는 떠나겠다. 이런 상황에서 뛸 수는 없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도 브라질 경찰의 진압은 큰 논란이 됐다. 유명 언론인 파브리지오 로마노도 피를 흘리며 실려 나가는 아르헨티나 팬과 울먹이는 관중, 충격받은 표정의 메시를 비롯해 진압 과정을 담은 영상을 공개하며 "믿을 수 없는 장면"이라고 덧붙였다.
취소될 뻔했던 경기는 약 30분이 지난 뒤 가까스로 시작됐다. 현장 경기 감독관 및 대표팀 책임자가 이야기를 나눈 끝에 선수들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는 한국 시간으로 오전 9시 30분 열릴 예정이었으나 10시가 돼서야 킥오프 휘슬을 불 수 있었다.
경기는 아르헨티나의 1-0 승리로 끝났다. 후반 18분 오타멘디의 헤더 선제골이 승부를 갈랐다. 전반에만 브라질 선수 3명이 경고를 받고, 후반 36분 브라질 조엘린통이 퇴장당하는 등 전체적으로 거칠고 어수선한 경기였다.
충격의 3연패에 빠진 브라질은 승점 7(2승 1무 3패)로 6위에 머물렀다. 브라질이 남미 예선 도중 홈에서 패한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반면 아르헨티나는 지난 우루과이전 패배의 아픔을 털어내며 승점 15(5승 1패)로 예선 1위 자리를 탈환했다.
남미 예선은 10개 나라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경기를 치른 뒤 6위까지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얻는다. 7위는 대륙 간 플레이오프에서 다른 대륙 국가를 꺾어야 본선에 오를 수 있다. 6위인 브라질로서는 자칫 잘못하면 월드컵 본선행이 좌절될 수 있는 위기.
한편 경기 후에도 경찰의 과잉 진압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메시는 "오늘 밤 우리는 역사를 썼다. 하지만 다시 한번 아르헨티나인에 대한 브라질의 탄압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하는 게 중요하다. 받아들일 수 없다. 광기였고, 즉시 멈춰야 했다"라고 거세게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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