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좋게 시즌을 출발했지만 숙적 젠지에 밀리며 결국 웃지 못했던 스프링 시즌, 여름에는 갑작스러웠던 간판 선수의 부상과 감독의 자진 사퇴로 벼랑 끝까지 밀렸다. 기적 같은 반등으로 정상에 도전했지만 결과는 또 한 번의 아픔이었다.
'위기 뒤에 기회'라는 말처럼 역경이 계속됐던 1년 간 이어진 대장정은 다행히도 LOL e스포츠사에 한 획을 긋는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됐다.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 4강까지만 해도 라이벌 중국 세 팀과 대치해야 하는 LCK 최후의 희망이었던 T1은 지난 19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LPL 4번 시드 웨이보를 3-0으로 완파하고, 한편의 감동드라마를 멋지게 완성시키면서 롤드컵 사상 첫 4회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완성시켰다.
이로써 T1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롤드컵 역사상 가장 많은 우승을 차지한 팀의 역사를 갈아치웠다. 2013년 첫 우승, 2015년과 2016년 2회 연속 우승으로 3회 우승을 달성했던 T1은 2017년과 2022년 준우승의 아픔을 잊는 대망의 4회 우승을 달성했다. 아울러 SK텔레콤 T1 시절인 2013년부터 팀의 간판 선수였던 '페이커' 이상혁은 롤드컵 우승컵인 소환사의 컵을 네 번이나 들어올린 유일한 이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됐다.
하지만 우승의 기쁨은 잠시인 상황이 됐다. 아시안게임으로 인해 롤드컵 일정이 밀린 탓에 2024시즌을 대비하기에 불과 30시간이 조금 남는 상황이 됐다. 20일 자정을 기준으로 2024시즌 T1에 남는 것이 확정된 선수는 계약이 남아있는 '페이커' 이상혁과 '오너' 문현준, 두 명이다.
이로인해 불가피하게 계약이 만료되는 '제우스' 최우제, '구마유시' 이민형, '케리아' 류민석의 거취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9일 우승 직후 T1 안웅기 COO는 OSEN의 2024시즌 관련 질문에 "최우선적으로 선수들과 재계약을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샐러리캡을 넘더라도 선수들의 대우하고 싶다"면서 적극적인 재계약 진행으로 '엑소더스'를 막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팀의 의지를 전해들은 선수들의 반응은 '구마유시' 이민형을 제외하면 시장의 반응을 살펴보겠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롤드컵 시작 이전 우승공약으로 '재계약'을 언급했던 바 있던 이민형은 "팀에서 좋은 의견을 준다면, 나는 T1을 너무 사랑하고, 멤버들도 좋아해서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지만, '제우스' 최우제는 "막 롤드컵 우승을 해서 천천히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솔직히 그런 건 중요하지 않고, 우승했다는 게 기분 좋다"며 화제를 돌렸다. '케리아' 류민석 또한 "2일 뒤에 계약 종료다. 계속 이야기를 해보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실제로 지난 20일 T1은 선수들과 합의점을 도출하지는 못했다. 스토브리그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들은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고, 여기에 롤드컵 우승으로 인해 '제우스' 최우제의 가치가 폭등했다. 샐러리캡 여부와 상관없이 '윈 나우'를 노리는 팀들에서는 영입 대상 0순위 후보"라고 입을 모았다.
'구마유시' 이민형과 재계약은 21일 오전 9시 이후에 진행해도 큰 문제가 없지만, '제우스' 최우제는 풀릴 경우 롤드컵 우승에 목마른 팀들이 아낌없는 배팅을 할 공산이 큰 것이 업계의 중론이 됐다. 마찬가지로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은 '케리아' 류민석의 경우는 차분하게 시장의 평가를 받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T1이 21일 오전 1시 20분을 기점으로 남은 7시간 40분을 어떻게 보낼지, 후속 협상은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LCK 리그내에서 가장 팬덤이 강한 T1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