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디알엑스와 같은 4번 시드의 기적은 없었다. 역대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서 LPL을 상대로 펼친 5전제 승부 불패의 명성은 역시 살아있었다. ‘페이커’ 이상혁과 T1이 LPL 상대 5전제 전승 신화를 이어가면서 롤드컵 사상 첫 4회 우승의 금자탑을 완성시켰다.
T1은 19일 오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벌어진 ‘2023 롤드컵’ 결승전 LPL 4번 시드 웨이보와 경기에서 ‘제우스’ 최우제의 특급 탑 캐리와 ‘오너’ 문현준의 영리한 기지, ‘페이커’ 이상혁의 환상 조율이 고르게 어우러지면서 3-0 완승을 거뒀다. 시리즈 내내 압도적인 탑 차이를 이끌어낸 ‘제우스’ 최우제가 결승 MVP에 선정됐다.
이로써 T1은 팀의 전신인 SK텔레콤 시절을 포함해 2013년, 2015년, 2016년에 이어 7년만에 대망의 롤드컵 4회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2017년과 2022년 준우승의 아픔을 털어내면서 이룬 쾌거로 이미 가장 많은 우승 횟수를 자랑하는 LOL e스포츠의 역사를 자신들의 손으로 갈아치웠다.
LPL 마지막 팀으로 소환사의 컵을 노렸던 웨이보는 T1의 압도적인 벽을 넘지 못하고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1세트 출발부터 상체가 활약한 T1이 먼저 웃었다. ‘페이커’ 이상혁이 초반부인 3분대 갱킹을 허용하면서 퍼스트블러드를 내줬고, 연달아 ‘제우스’의 요네가 쓰러지면서 웨이보가 우위를 먼저 점했지만, ‘오너’ 문현준과 ‘페이커’ 이상혁의 리신과 아리의 기동성을 바탕으로 오브젝트 주도권 싸움에서 점차 자신들의 지분을 늘려갔다. 전령과 용을 챙겨간 T1은 상대 미드 1차 포탑을 밀었고, 흐름을 이어나가 후속 드래곤 한타에서 대승을 거두면서 주도권을 차지했다.
바론을 둘러싼 대치 구도에서 압승을 거둔 T1은 글로벌골드 격차를 7000 이상 벌리면서 승기를 굳혔다. 드래곤의 영혼을 완성한 T1은 두 번째 바론 접수 이후 그대로 1세트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T1의 흐름은 2세트에서 여전히 매서웠다. 탑에서는 ‘제우스’ 최우제가 ‘더샤이’ 강승록의 아트록스를 초반부터 압도하면서 세트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웨이보가 협곡의 전령과 드래곤 오브젝트를 사냥하면서 역전의 기회를 엿봤지만, T1은 웨이보에게 회생의 시간을 주지 않았다. 드래곤 오브젝트를 둘러싼 한타에서 연달아 대승을 거두면서 웨이보의 반격 의지에 찬물을 제대로 끼얹었다.
27분 내셔남작의 바론 버프를 두른 T1은 한타를 열어 웨이보의 진영을 뒤로 미루게 했다. 미드 1차 포탑 철거를 시작으로 T1의 파괴적인 몰아치기가 이어졌다. 탑 2차, 탑 내각 포탑에 억제기까지 정리했다. ‘샤오후’의 아리가 홀로 T1의 진군을 바라보면서 넥서스가 정리됐다.
1, 2세트를 완승으로 압도하며 기세가 오를대로 오른 T1은 주저없이 3세트에서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후반 고밸류 조합을 꾸린 T1은 초반 불안함을 교전으로 극복하면서 20분 이후에는 승기를 잡았다. 드래곤의 영혼도 필요없었다. 강력한 압박을 통해 23분 에이스를 띄운 T1은 중앙 억제기까지 깨면서 우승을 향한 8부 능선을 넘었다.
전열을 재정비한 웨이보가 다시 싸움을 걸었지만 대승을 거둔 T1은 그대로 경기를 매조지었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