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이 '자동문' 에릭 다이어(29)를 버리는 카드를 여기는 듯하다가도 아쉬운 입장이 되면 잔류시킬 수 있단 가능성이 나왔다. 일단 다이어는 놀랍게도 '독일 명문' 바이에른 뮌헨 영입 리스트에 일단 올라와 있다.
외신 ‘풋볼인사이더’는 17일(한국시간) “다이어는 토트넘을 떠나 뮌헨에 합류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며 “뮌헨의 토마스 투헬은 수비형 미드필더와 센터백 모두를 소화할 수 있는 그의 다재다능함 때문에 영입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토트넘이 다이어를 밀어내고 주전으로 올라온 반 더 벤의 백업을 찾지 못하면 다이어가 잔류할 수 있단 뉘앙스를 풍겼다.
다이어는 2023-2024시즌이 끝나면 토트넘과 계약이 종료된다. 토트넘은 다가오는 1월 이적 시장에서 다이어를 팔고 새로운 센터백을 영입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첼시 수비수 트레보 찰로바를 영입 1순위로 염두에 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다이어의 행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9세의 다이어는 2014년 토트넘에 입단해 362경기에 나서 13골 12도움을 기록했다. 그러나 숱한 비난에 시달렸다. 수비력이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다이어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시절부터 지난 시즌까지도 주전 센터백으로 뛰었다. 그는 스리백에서 스위퍼 역할을 맡아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잉글랜드 대표팀에 승선했다. 한때는 주제 무리뉴 감독이 이끌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적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하지만 다이어는 탈장과 바이러스 감염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더니 갈수록 부족한 모습만 보여줬다. 그는 느린 발과 잦은 실수, 부족한 판단력, 불안한 빌드업으로 수비진의 폭탄이 돼버렸다. 팬들도 등을 돌린 지 오래다.
올 시즌을 앞두고 앤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다이어를 과감히 내쳤다. 그는 새로 데려온 미키 반 더 벤과 크리스티안 로메로를 주전으로 기용했고, 다이어는 벤치에만 앉혀뒀다. 그 결과 토트넘은 2023-2024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개막 후 10경기(8승 2무)에서 단 9실점만 내주며 무패 행진을 달렸다.
다이어에게 예상 밖 기회가 오긴 했다. 반 더 벤의 햄스트링 부상으로 최근 리그 2경기에 연달에 출전했다.
하지만 역시나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지난 11일 울버햄튼과 리그경기(1-2 패)에 나선 다이어는 패배 원흉으로 지목됐다.
해당 경기에서 토트넘의 출발은 좋았다. 경기 시작 3분 만에 브레넌 존슨의 데뷔골로 기선을 제압했다. 페드로 포로가 올려준 크로스를 정확하게 마무리하는 깔끔한 득점이었다.
토트넘은 이후로 울버햄튼의 공세에 밀리긴 했지만, 어떻게든 버텼다. 하지만 후반 막판 연속골을 내주며 와르르 무너졌다. 후반 45분 파블로 사라비아에게 동점골을 허용했고, 후반 추가시간 7분엔 마리오 르미나에게 극장 역전골을 얻어맞으며 무릎 꿇고 말았다.
부상과 징계로 빠진 선수들의 공백이 너무나 뼈아팠다. 제임스 매디슨이 빠진 미드필더에선 날카로운 패스를 뿌려줄 선수가 없었고, 주전 4명 중 3명이 바뀐 포백은 단단하지 못했다. 미키 반 더 벤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데스티니 우도지는 퇴장 징계로 나서지 못했다.
앤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어쩔 수 없이 에메르송 로얄-벤 데이비스-다이어-페드로 포로로 수비진을 꾸렸다. 전문 센터백이 아닌 데이비스와 오른쪽 수비수가 제 포지션인 에메르송, 주전 경쟁에서 밀린 지 오래인 다이어까지 불안 요소투성이었다.
결국 토트넘은 뒷심 부족으로 무너졌고,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불만을 터트렸다. 그는 경기 후 "실망스럽다. 막판에 골을 허용한 것이 부끄럽다"라면서 "마지막에 페이스가 떨어져서 울버햄튼에 찬스를 계속 내줬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토트넘 선배 제이미 오하라는 다이어를 호되게 비판했다. 그는 영국 '토크 스포츠'를 통해 "다이어는 두 번이나 실수를 저질렀고, 두 골 모두 제대로 위치를 잡지 못했다. 난 그가 어디로 가려하는 건지 모르겠다"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오하라는 "우리는 지난여름에 그를 내보냈어야 한다. 하지만 아무도 그를 원하지 않았고, 결국 팀으로 돌아왔다. 이게 문제다. 당신이 없애려 했던 선수들이 결국 다시 경기에 나서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토트넘에서 ‘자동문’으로 통할 만큼 기대 이하의 수비력을 보여주고 있는 그가 갈 곳이 궁금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그런 다이어가 뮌헨과 연결되고 있다.
‘풋볼 인사이더’는 “다이어는 뮌헨의 1월 영입 후보에 포함돼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데려올 수 있다. 토트넘은 다가오는 이적 시장이 그를 팔 마지막 기회라고 여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토트넘은 반 더 벤의 빈자리를 채울 선수를 데려온다면 다이어를 바로 팔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대로 반 더 벤 백업 선수를 영입하지 못한다면 다이어의 잔류 가능성도 생기는 셈이다.
현재 뮌헨에 센터백 영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중앙 수비수의 경우 김민재, 다요 우파메카노, 마티아스 더 리흐트 3명으로 올 시즌을 버티고 있는데, 김민재를 제외한 2명은 부상 이탈한 상태다.
결국 '계속된 출전' 김민재에게 과부하가 걸리기 시작했다.
독일 매체 ‘스포르트1’은 지난 14일 "김민재는 중앙 수비수가 3명만으로 구성된 얇은 스쿼드를 가진 뮌헨에서 꾸준히 출전하는 유일한 선수”라면서 “11월 A매치 기간 동안 실질적 회복 시간을 그가 가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엄청난 체력 소비)이 얼마나 지속될까?”라며 체력 부담이 상당한 김민재의 상황을 꿰뚫었다.
또 매체는 “(올여름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뮌헨으로 이적한) 김민재는 현재 분데스리가에서 990분 중 959분을 뛰었다. 챔피언스리그 4경기 전부 풀타임 출전했다”며 “(뮌헨으로 올 때) 김민재는 ‘안녕하세요. 민재입니다’라고 소개했지만 지금은 ‘안녕하세요. 저는 괜찮아요’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김민재는 이번 시즌 뮌헨이 치른 18번의 공식전 중 17경기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 중 라이프치히와의 슈퍼컵을 제외한 16경기에 전부 선발로 출격했다. 최근 14번의 경기는 전부 풀타임 소화했다.
체력적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김민재는 최근 실수를 연발하고 있다. 지난 11일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뮌헨과 FC 하이덴하임의 2023-2024 독일 분데스리가 11라운드 맞대결에서 실점 빌미를 2차례나 제공했다.
하이덴하임과 경기에서 김민재는 집중력을 잃은 듯 보였다. 케인의 멀티골로 뮌헨이 2-0 앞서던 후반 22분,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하이덴하임의 에렌 딘키가 크로스를 올렸다. 이때 공은 김민재의 발 맞고 굴절, 박스 안쪽으로 흘러들어 갔다. 최종적으로 왼쪽으로 쇄도하던 팀 클라인디엔스트에게 연결돼 뮌헨은 추격골을 내줬다.
뮌헨의 두 번째 실점도 김민재의 실수가 빌미였다. 후반 25분 김민재는 수비 진영에서 판단 미스로 패스 실수를 저질렀다. 바로 앞에 있던 동료에게 빌드업 패스를 했는데 이를 상대팀 얀 니클라스 베스테가 가로챈 뒤 왼발 슈팅으로 뮌헨의 골망을 가른 것.
다행히 뮌헨은 이후 나온 하파엘 게레이로의 결승골과 에릭 막심 추포모팅의 쐐기골로 4-2로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김민재 플레이만 놓고 보면 아쉬움이 상당한 경기였다. 나폴리 시절 '철기둥' 면모는 없었다.
앞서 이달 초 3부리그 소속 자르브뤼켄에 패해 뮌헨이 포칼컵에서 탈락했던 경기에서도 김민재는 패스 미스로 실점 빌미를 제공했다.
센터백 운용 폭을 넓히기 위해선 뮌헨이 다가오는 겨울 이적시장 때 최소 해당 포지션 선수 1명은 영입해야 한다. 그러나 타깃이 '자동문' 다이어란 것에 팬들은 깜짝 놀라고 있다. 김민재의 체력 과부하를 해결해주기보단 오히려 스트레스만 안겨줄 수 있는 영입이 될 수 있다. /jinju21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