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손흥민(31, 토트넘 홋스퍼)이 다쳐 쓰러지는데 위르겐 클린스만은 손놓고 있었다. 감독자격이 있나 싶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6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1차전’에서 싱가포르를 5-0으로 크게 이겼다.
승점 3점을 얻은 한국은 2차 예선 C조 1위에 올랐다. 한국은 중국 선전으로 이동해 21일 중국과 2차전을 치른다.
경기내용은 무난한 대승이었다. 전반 44분 이강인의 도움과 조규성의 첫 골을 시작으로 후반 4분 황희찬, 후반 18분 손흥민의 추가골이 줄줄이 터졌다. 교체로 들어간 황의조도 손흥민이 양보해 준 페널티킥으로 득점포를 가동했다. 후반 40분 마무리골까지 넣은 이강인은 1골, 1도움으로 빛났다.
유일한 오점은 클린스만의 선수단 관리와 운영이었다. 후반 18분 손흥민의 세 번째 골이 터지면서 한국이 3-0으로 달아나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쯤되면 핵심전력이자 소속팀에서 매 경기 풀타임을 뛰는 손흥민과 김민재는 앞으로 경기를 위해 휴식을 주는게 타당하다.
그러나 클린스만의 생각은 달랐다. 후반 20분 이기제, 조규성, 이재성을 빼고 김진수, 황의조, 정우영을 투입했다. 5분 뒤에는 황희찬과 황인범을 빼고 오현규와 이순민을 넣었다. 공격수와 미드필드진을 바꿔서 더 많은 골을 노리겠다는 공격적인 교체였다.
이미 교체카드 5장을 모두 소진한터라 손흥민과 김민재는 무조건 풀타임을 뛰어야 하는 상황이 왔다. 3실점에 독이 바짝 오른 싱가포르 선수들은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싱가포르 선수가 손흥민을 뒤에서 걸어 넘어뜨렸고, 손흥민이 고통을 호소했다. 손흥민은 종아리를 만지며 얼굴을 찡그렸다. 이미 손흥민의 컨디션이 불편한 징조가 있었지만 클린스만은 교체타이밍을 놓쳤다.
결국 사달이 났다. 손흥민은 4-0으로 이기고 있던 후반 막판 샤흐 샤히란의 거친 반칙에 쓰러졌다. 무릎을 세게 걷어차인 그는 한동안 경기장 위에 누워 고통을 호소했다. 손흥민이 크게 넘어졌고 신음소리를 냈다. 자칫 중상이 아닌지 의심스러운 상황이었다. ‘국보’ 손흥민이 쓰러지면 5-0 승리도 아무 의미가 없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배를 가른 뒤에 후회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의료진까지 들어와 손흥민의 부상을 체크했다. 그제야 심각성을 깨달은 클린스만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클린스만이 주심에게 항의해봤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다행히 손흥민은 잠시 후 일어나 무사히 풀타임을 뛰고 경기를 마쳤다. 승부욕과 책임감이 강한 손흥민이기에 부상과 고통에도 주장의 임무를 100% 수행했다. 클린스만이 뒤늦게 손흥민을 빼주고 싶어도 남은 교체카드가 없는 상황이었다. 명백한 클린스만의 운영 실패다.
만에 하나라도 손흥민이 크게 다쳤다면 가해자 싱가포르 선수의 직접 잘못도 크지만 이런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대처하지 못한 클린스만 책임도 100%다. 약체 싱가포르에게 이미 승점 3점을 확보한 상황에서 몇 골 더 넣으려다 ‘국보’ 손흥민이 크게 다칠 수 있었다. 클린스만은 대체 뭐가 더 이득인지 전혀 모르는 것일까? 왜 손흥민을 관리해주지 않는 것일까? 선수단을 제대로 관리 못한다면 감독의 역할은 과연 무엇인가?
경기 후 클린스만은 뒤늦게 손흥민을 다치게 한 싱가포르 선수를 탓했다. 그는 “4-0 상황에서 반칙하는 걸 보고 화가 났다. 부적절하고 하지 않아도 되는 반칙이었다. 꼭 그런 반칙을 했어야 하나? 순간적으로 화가 많이 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축구팬들은 애초에 손흥민을 그런 상황에 놓이도록 손놓고 방관한 클린스만 감독 때문에 더 화가 난다.
클린스만의 그 다음 멘트가 더 화를 돋운다. 그는 “축구에선 접촉이 있을 수밖에 없다. 100% 상태로 뛸 수 없단 뜻이다. 예를 들어 반칙당하면 5분간 아플 수 있는데, 그 통증을 참고 경기하는 게 선수 몫이다. 이강인도 오늘 절뚝거리기도 했는지만, 참고 후반에 좋은 활약을 했다. 얼마나 많은 선수들이 팀을 위해 헌신하는지 볼 수 있었다”며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 본인이 애초에 손흥민에게 이른 교체를 해줬다면 불상사를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는 자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클린스만이 이런 식으로 안일하게 선수단을 운영한다면 김민재도 이강인도 언제든 다칠 수 있다. 더구나 다음 상대는 ‘비매너’로 유명한 중국이다. 황선홍호 역시 지난 중국과 평가전에서 중국선수의 상식 밖의 위험한 플레이에 엄원상이 발목을 심하게 다쳤다. 클린스만이 중국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이 또 다시 핵심선수들을 관리 안할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그와중에 손흥민은 “지금은 괜찮다. 사실 경기장에서 오래 누워있는 걸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살짝 발에 감각이 없었다. 나 하나 아프다고 경기를 포기할 순 없다. 정말 못 뛰는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뛸 수 있는 한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팬들을 안심시켰다.
안방에서 한국의 대승은 물론 기쁜 일이다. 하지만 고통을 참고 뛰었다는 손흥민의 의지가 오히려 불안하게 들리는 이유는 왜일까? 클린스만이 알아서 선수들을 아껴쓰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손흥민이 당했지만 다음에는 김민재나 이강인이 희생양이 될 수 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