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잡이 같은 활약을 선보였단 말에 이강인(22, 파리 생제르맹)이 “그랬으면 오늘 3골은 넣어야 했다"라고 답했다. 자신은 주득점원이 아니며 팀을 위해 좋은 기량을 선보이는 건 선수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란 뜻을 내비친 것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싱가포르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1차전을 치러 5-0으로 승리했다.
첫 단추를 잘 꿴 한국은 21일 중국 선전으로 자리를 옮겨 중국과 원정 2차전을 치른다.
이강인은 풀타임을 소화하며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억울하게 1골을 잃기도 했다.
FIFA 랭킹 155위인 약체 싱가포르를 상대로 한국(24위)은 비교적 이른 시간 골망을 흔들었다. 이강인이 기점 역할을 했다.
그는 전반 22분 싱가포르 오른쪽 박스 모서리 근처에서 상대 선수를 개인기로 요리한 뒤 반대편에 있던 조규성을 보고 크로스를 올렸다. 이후 이재성이 조규성의 짧은 헤더 패스를 건네받아 오른발 슈팅으로 싱가포르 골망을 흔들었다. 관중들은 함성을 쏟아냈다.
그러나 이는 득점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오프사이드 깃발이 올라갔다. 이강인이 조규성에게 공을 올려줄 때 조규성의 위치가 오프사이드였단 것.
하지만 다시보기를 통해 해당 장면을 살펴본 결과 조규성의 몸은 싱가포르 선수 뒤에 있었다. 오프사이드가 아닌 것. 그러나 이날 경기엔 비디오판독(VAR)이 없다. 한국은 귀중한 한 골을 도둑맞았다.
그러나 이강인은 흔들리지 않았다. 조규성과 기어코 골을 만들어냈다. 전반 44분 득점을 합작했다. 골을 도둑맞을 때 시도했던 찬스 루트 그대로 다시 득점을 노려 싱가포르 골망을 갈랐다. 이번엔 이재성은 관여하지 않았다. 이강인이 싱가포르 오른쪽 박스 모서리 근처에서 멀리 왼쪽에 있던 조규성에게 공을 띄워줬다. 그대로 조규성의 헤더골이 나왔다.
이강인은 직접 골맛도 봤다. 팀이 4-0으로 앞서고 있던 후반 40분 그는 박스 밖 왼쪽에 홀로 위치하고 있었다. 공이 자신에게 흐르자 주저 없이 바로 왼발 대포알 슈팅으로 싱가포르의 골망을 갈랐다.
이외 이강인은 손흥민이 후반 18분 팀의 3번째 골을 터트릴 때 오른쪽 측면을 흔들어 놓기도 했다.
최근 대표팀에서 조력자와 골잡이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는 이강인이다. 그의 이날 골은 A매치 3경기 연속 득점이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마무리 역할을 하기보단 기회 창출에 적합했던 그는 이제 적잖게 골맛도 보고 있다. 그만큼 성장했단 뜻이다.
경기 후 클린스만 감독은 “수비적인 팀을 상대로는 창의적인 선수들이 필요하다. 박스 침투 능력이 있고, 1대1을 이겨낼 수 있는 공격적인 선수들 역시 필요하다. 이강인이 오늘 그런 역할을 했다. 그는 뒷공간을 보고 공을 찔러주고, 마무리도 가능한 선수”라고 칭찬했다.
이어 “지난 8개월 동안 이강인의 성장을 보면서 상당히 행복했다. 점점 책임감을 가지고 축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성숙해지고 있다. 본인의 것만 하고 있지 않다”며 시간이 갈수록 그가 더욱 나아지고 있다면서 “월드컵 예선과 같은 긴 여정에선 우리 스스로가 기대치를 높여야 한다. 이강인은 자신의 퍼포먼스를 통해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그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게 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A매치 3경기 연속골을 터트린 소감에 대해 이강인은 “당연히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면 기쁘다”면서 “하지만 그보다 팀 승리가 우선적이다. 그 부분에 항상 초점을 두고 플레이한다”라고 전했다.
이강인은 골잡이 같은 활약을 선보였단 말엔 “그랬다면 오늘 3골을 넣어야 했지 않았을까"라며 자신은 주득점원이 아님을 어필하면서 "골, 어시스트보다는 승리가 중요하다”라고 자세를 낮췄다.
또 “다음 소집이 아시안컵인데 차출된다면 보탬이 될 것”라고 답했다.
일단 이강인의 시선은 중국 원정으로 향한다. 그는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 좋은 경기력과 결과를 보여줄 수 있도록 응원 부탁드린다"라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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