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 없는 흥민존' 손흥민, 본인도 알았다..."궤적 보면서 들어갈 줄 알았어요"[서울톡톡]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3.11.16 23: 34

걸리는 순간 골이었다. 손흥민(31, 토트넘 홋스퍼)도 자신의 득점을 직감하고 있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6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1차전에서 싱가포르를 5-0으로 대파했다.
이로써 한국은 2차 예선 C조 1위에 오르며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한 여정을 기분 좋게 시작했다. 이제 한국은 중국 선전으로 이동해 21일 중국과 2차전을 치른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과 싱가포르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1차전이 16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후반 손흥민이 대한민국이 3-0으로 앞서가는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2023.11.16 /cej@osen.co.kr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과 싱가포르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1차전이 16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후반 손흥민이 대한민국이 3-0으로 앞서가는 골을 넣은 뒤 대표팀과 기뻐하고 있다. 2023.11.16 /cej@osen.co.kr

FIFA 랭킹 24위 한국은 지난 1990년 7-0 승리 이후 33년 만에 만난 싱가포르(155위)를 어렵지 않게 잡아냈다. 동시에 맞대결 15경기 무패(14승 1무)를 달렸다. 오심으로 인한 골 취소와 골대 불운도 있었지만, 전반 막판 나온 조규성의 선제골과 후반전 나온 황희찬-손흥민-황의조-이강인의 소나기 골을 앞세워 대승을 거뒀다.
주장 손흥민도 골을 보탰다. 그는 후반 17분 우측 공간에서 공을 잡은 뒤 수비를 따돌리고 환상적인 왼발 감아차기로 골문 구석을 꿰뚫었다. 이른바 '손흥민 존'에서 나온 멋진 득점이었다. 이번 골로 그는 A매치 39골을 기록하며 득점 순위 2위 황선홍(50)과 격차를 줄였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과 싱가포르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1차전이 16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후반 손흥민이 대한민국이 3-0으로 앞서가는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2023.11.16 /cej@osen.co.kr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과 싱가포르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1차전이 16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후반 이강인이 대한민국이 5-0으로 앞서가는 골을 넣은 뒤 손흥민과 기뻐하고 있다. 2023.11.16 /cej@osen.co.kr
경기 후 손흥민은 "경기 결과를 떠나서 쉽지 않은 경기였다. 선수들이 노력한 덕분에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앞으로 이런 경기가 더 많아질 것 같다. 오늘 경기도 분명 좋은 훈련이 됐을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공격 찬스를 더 많이 만들 수 있다는 숙제를 풀어내는 것 같다. 첫 단추가 가장 중요한데 잘 뀄다. 다 잊어버리고 다음 경기 준비하겠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막내' 이강인이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A매치 3경기 연속골을 쐈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반년 동안 그의 성장을 보면서 행복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손흥민 역시 "재밌다. 축구 선수로서 사람들에게 흥미를 주고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건 정말 좋은 현상이다. 상당히 책임감을 느끼고, 너무 감사드린다. 경기장에서 매 순간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축구를 하는 사람으로서 되게 즐겁다. 분명히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말도 안 될 정도의 재능이다. 지금처럼 즐겁게 플레이하고 재능 있는 선수가 지나친 부담감을 갖지 않도록 옆에서 많이 도와주겠다. 잘 받아들여서 더 성장하길 바란다. 한 팬으로서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득점 장면에 대해선 "그 위치에서는 정말 많이 연습했다. 매번 거기에서 슛을 할 때마다 자신감이 항상 많다. 어떻게 보면 습관일지도 모른다. 훈련량이 워낙 많다 보니까 매번 자신감이 있다. 슈팅 후에 궤적을 봤을 때, 파워와 속도를 모두 봤을 때 느낌이 너무 좋았다. 골이 들어갈 거라고 생각했다. 운 좋게 좋은 코스로 들어가서 승리에 보탬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과 싱가포르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1차전이 16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후반 손흥민이 싱가포르 수비수의 반칙에 넘어져 있다.  2023.11.16 / soul1014@osen.co.kr
손흥민은 경기 막판 상대 수비의 거친 반칙에 쓰러져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은 괜찮다. 사실 경기장에서 오래 누워있는 걸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살짝 발에 감각이 없었다"라며 웃어 보였다.
이어 손흥민은 "나만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선수들 모두 언제나 작은 부상을 갖고 경기에 뛴다. 모두가 그렇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부름을 받아서 뛰는 건 어릴 때부터 꿈꾸던 무대다. 우리 팀이 만들어 나가야 한다. 나 하나 아프다고 경기를 포기할 수 없다. 정말 못 뛰는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뛸 수 있는 한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붉은 악마와 수능시험을 치르고 온 수험생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손흥민은 "첫 번째로 수험생분들 정말 많이 고생하셨다. 결과를 떠나서 앞으로 꿈을 열심히 좇아가시면 좋겠다. 어찌 보면 성인으로 가는 큰 발을 내딛지만, 사람이 실수도 하면서 배우는 거다. 항상 용기 있게 나아가길 바란다. 정말 고생했고, 앞으로의 꿈을 응원하고 싶다. 정말 많은 팬분들이 오셨는데 이렇게 많이 오실 줄 몰랐다. 날씨도 춥고, 비도 많이 왔는데 너무 감사하다. 이렇게 좋은 경기장에서 팬들 앞에서 뛰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팬분들 덕분에 축구 선수가 존재한다. 기대와 응원에 보답하는 선수가 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손흥민은 중국과 2차전을 앞둔 각오를 전했다. 그는 "축구를 하다 보면 매 순간 거친 경기가 될 거라 생각한다. 사실 우리도 강팀하고 경기를 할 텐데 거칠게 하자라고 말을 나누곤 한다. 아시아에서 우리와 경기할 때는 우리를 화나고 답답하게 하려고 하는게 어찌 보면 전술이 될 수도 있다. 할 수 있는 플레이다. 많이 휘말리지 않고 우리 플레이를 한다면 할 수 있다. 중국이라고 두려워할 것 없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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