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성장세 상당히 뿌듯하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흐뭇해 하며 말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싱가포르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1차전을 치러 5-0으로 승리했다.
첫 단추를 잘 꿴 한국은 21일 중국 선전으로 자리를 옮겨 중국과 원정 2차전을 치른다.
전반 44분에 선제골이 나왔다. 이강인과 조규성이 득점을 합작했다. 이강인이 싱가포르 오른쪽 박스 모서리 근처에서 멀리 왼쪽에 있던 조규성에게 공을 띄워줬다. 그대로 조규성의 헤더골이 나왔다.
이후 황희찬의 발끝도 터졌다. 후반 4분 우측에서 이강인이 수비 두 명 사이로 공을 빼냈고, 조규성이 골문 앞으로 크로스를 보냈다. 이를 황희찬이 머리에 맞추며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18분 손흥민과 23분 황의조의 페널티킥 골, 40분 이강인의 골을 더해 한국은 5골 차 승리로 경기를 끝냈다.
클린스만 감독과 일문일답
▲경기 소감
선수들을 칭찬해주고 싶다. 쉽지 않은 경기였다. 프로답게 선수들이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오늘은 침착성이 필요했다. 싱가포르처럼 10명이 내려서는 전술로 나서는 상대론 선제골이 나오기 전까진 선수들이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가야 한다. 골이 나온 뒤 선수들은 자신들의 기량을 펼쳤다. 즐겁게 경기하는 선수들을 보고 기분 좋았다.
▲초반부터 날카로운 활약을 한 이강인에 대해
수비적인 팀을 상대로는 창의적인 선수들이 필요하다. 박스 침투 능력이 있고, 1대1을 이겨낼 수 있는 공격적인 선수들도 필요하다. 이강인이 오늘 그런 역할을 했다. 그는 뒷공간을 보고 공을 찔러주고, 마무리도 가능한 선수다. 손흥민, 황희찬도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
▲지난 베트남전 6-0 대승과 오늘 승리를 비교하자면
수비적으로 맞서는 팀을 상대론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0-0 균형이 깨기 전까진 어떻게 경기가 흐를지 모른다. 베트남전과 마찬가지로 오늘 득점 허용 가능한 상황이 있었다. 실수를 줄이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선제골과 두 번째 득점을 하면 경기를 수월하게 가져갈 수 있다. 두 경기 모두 경기력이 좋았다고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많은 노력과 침착성이 필요했고, 또 있었다고 말하고 싶다.
▲잔디 환경 등 다른데, 아시아 원정을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미국 대표팀 감독으로 있을 때 온두라스 등과 같은 국가들을 만나면 어려웠던 기억들이 있다. 이젠 아시아에서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는 방식을) 배워가야 한다. 우리가 앞으로 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어떤 상대 만날지 모르겠지만 어려운 환경에 놓일 수 있다. 감독으로서 환경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게 우선이다. 팀원들과 함께 준비하는 게 감독의 역할이다. 환경이 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도 중요한 건 항상 쉬운 상대는 없다는 것이다. 어떤 상대든 진지하게 준비할 것이다. 존중하면서 경기할 것이다. 싱가포르 홈이라면 오늘과 같은 결과가 나왔을까? 자국민의 함성이 터지고, 공을 걷어낼 때마다 함성이 나온다면 싱가포르는 좋은 에너지로 경기했을 것이다. 어떤 경기든 쉽지 않을 것이다. 항상 존중하면서 경기하겠다.
▲이강인이 골을 넣었다. 마무리 능력까지 갖춰가고 있다.
지난 6개월~8개월 동안의 이강인 성장을 보면 상당히 행복하다. 팬들도 같은 느낌일 것이다. 흐뭇할 것이다. 한국 축구에도 좋은 일이다. 이런 선수와 한국대표팀에서 함께해 영광이다. 점점 책임감을 가지고 축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성숙해지고 있다. 본인의 것만 하고 있지 않다. 드리블, 그리고 어시스트를 하고 있다. 수비적으로 더욱 더 에너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말하고 있다. 아마도 소속팀에서 루이스 엔리케도 같은 주문을 할 것이다. 이강인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은 흐뭇하다.
오늘 선수들에게 한 말이 있다. 월드컵 예선과 같은 긴 여정에 앞서선 우리 스스로가 우리의 기대치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 한계 뛰어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더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한다. 이강인 같은 경우 자신의 퍼포먼스로 인해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이강인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게 나의 역할이다.
▲손흥민이 파울로 자주 넘어졌는데?
4-0 상황에서 파울을 가하는 것을 보고 화가 났다. 하지 않아도 되는 파울이었다. 꼭 그런 파울 했어야 하나? 순간적으로 화가 많이 났다.
하지만 긍정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축구는 피지컬적인 경기로, 접촉이 있을 수밖에 없다. 100%의 상대로 플레이할 수 없단 뜻이다. 예를 들어 파울 당하면 이후 5분 간 아플 수 있는데 그 통증을 참고 경기하는 게 선수 몫이기도 하다. 이강인도 오늘 파울 당하면서 절뚝거리기도 했는데 참고 후반에 좋은 활약을 했다. 얼마나 많은 선수들이 팀을 위해 헌신하는지 볼 수 있었다. 앞으로 어려운 경기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팀을 위해 헌신하고 참고, 플레이하는 모습이 나올 때 때론 힘을 받기도 한다. 팀으로선 그런 모습이 긍정적이다.
▲베트남전 6-0 대승, 그리고 오늘도 싱가포르를 상대로 5-0으로 이겼다.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팀들과 격차가 느껴지나
전혀 그렇지 않다. 5-0, 6-0 상당히 좋은 결과인 것은 맞다. 하지만 결과만 놓고 (만족하기엔) 섣부르다. 베트남전을 상대 홈에서 치른다면 같은 결과가 나올까? 쉽게 예측하지 못한다. 다음에 싱가포르 원정에서도 오늘 같은 경기를 할 수 있단 장담은 하지 못한다.
손흥민은 전반전 때 거의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이강인도 45분 이후 몸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경기 후 상대 감독을 만나 전반전을 너무 잘 준비했다고 말했다. 전반전 때 싱가포르 선수들은 1대1에서 밀리는 모습이 없었다. 오늘만 봐도 쉬운 상대는 없단 것을 알수 있다.
우린 어떤 팀을 만나든 존중할 것이다. /jinju21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