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한 오심으로 인한 골 취소에 골대 불운까지. 한국이 여러 불운을 이겨내고 선제골을 뽑아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6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1차전에서 싱가포르와 맞붙고 있다. 전반이 끝난 현재 한국이 1-0으로 앞서고 있다.
싱가포르는 FIFA 랭킹 155위로 비교적 약체다. 한국과는 100계단이 넘게 차이 난다.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전하는 한국으로서는 반드시 넘어야 하는 상대.
한 수 아래 팀을 만났지만, 클린스만 감독과 주장 손흥민은 방심하지 않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팀을 위해서도 중요한 경기다. 월드컵 예선은 긴 여정이다. 잘 시작해야 한다"라며 "(싱가포르를) 절대 약체라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손흥민 역시 "프리시즌에 싱가포르 팀(라이언 시티)과 만난 적 있었다. 내가 전반전만 뛰긴 했지만, 1-1로 비기는 상황이었다"라며 "조심해야 한다. 경기를 뛰면서도 위협적인 선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감독님 말대로 더 신경 쓰게 된다. 진중하고, 성실하게 임해야 한다. 감독님이 가장 강조하시는 기본을 실행해야 하는 경기"라고 다짐했다.
한국은 4-2-3-1 포메이션으로 시작했다. 조규성이 최전방을 책임졌고, 황희찬-손흥민-이강인이 공격 2선을 구성했다. 황인범-이재성이 뒤를 받쳤고, 이기제-김민재-정승현-설영우가 수비진을 꾸렸다. 골문은 김승규가 지켰다.
초반부터 한국이 싱가포르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전반 6분 황희찬이 왼쪽 측면에서 과감한 돌파로 반칙을 얻어냈다. 박스 바로 바깥에서 프리킥이 주어졌다. 그러나 손흥민이 골문 쪽으로 강하게 찬 오른발 프리킥은 싱가포르 수비 머리에 맞고 나갔다.
황인범이 첫 슈팅을 기록했다. 그는 전반 10분 먼 거리였음에도 공간이 열리자, 과감하게 왼발 중거리 슈팅을 날렸다. 날카로운 슈팅이었지만, 공은 골대 오른쪽으로 살짝 빗나갔다.
한국이 오심으로 선제골을 도둑맞았다. 전반 22분 우측에서 공을 잡은 이강인이 멋진 개인 드리블로 수비를 떨쳐내고 박스 안으로 크로스를 올렸다. 조규성이 이를 머리로 떨궈놨고, 이재성이 골문 앞으로 달려들며 마무리했다.
완벽한 득점 장면이었다. 문제는 부심이 깃발을 들어 올리면서도 주심도 오프사이드를 선언한 것. 하지만 느린 장면을 보면 조규성보다 싱가포르 수비수의 뒷발이 확연히 뒤에 있었기에 오프사이드가 아니었지만, 비디오 판독(VAR)이 없기에 그대로 진행됐다. 한국으로선 이른 시간 앞서 나갈 기회를 억울하게 빼앗긴 셈.
한국이 또 한 번 결정적인 기회를 놓쳤다. 전반 29분 이강인이 우측에서 날카로운 오른발 크로스를 올렸다. 이를 반대편에서 쇄도하던 이재성이 몸을 날려 머리에 맞췄다. 골이나 다름없는 슈팅이었지만, 이번엔 하산 서니 골키퍼의 슈퍼세이브에 막히고 말았다.
골대 불운까지 이어졌다. 전반 34분 조규성이 박스 안에서 손흥민과 싱가포르 수비 맞고 떨어진 공을 대포알 발리슛으로 연결했다. 하지만 기세 좋게 날아간 공은 크로스바를 강타하고 튕겨 나왔다.
좀처럼 선제골이 나오지 않았다. 한국은 황희찬과 이강인을 중심으로 측면에서 여러 차례 세트 피스 기회를 얻어냈지만, 모두 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전반 36분엔 손흥민이 박스 안 돌파 과정에서 넘어졌지만, 반칙이 선언되지 않았다.
공격수까지 모두 내려앉은 싱가포르의 두 줄 수비는 생각보다 견고했다. 공격수와 미드필더의 구분이 없는 사실상 5-5 포메이션이었다. 한국도 필드 플레이어 10명 전부 중앙선 위로 올라가 공격을 펼쳤다.
전반 막판 드디어 결실이 나왔다. 전반 44분 이강인이 수비 라인 뒤로 절묘한 왼발 롱패스를 찔러넣었다. 이를 침투한 조규성이 정확한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기다리던 선제골을 터트렸다.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골을 합작했던 이강인-조규성 듀오의 찰떡 호흡이었다.
그 덕분에 한국은 1-0으로 앞선 채 전반을 마무리했다. 생각보다는 늦게 나온 선제골이었지만, 남은 후반 45분을 훨씬 편안하게 만드는 귀중한 득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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