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58) 감독의 이름이 불리자 6만 관중이 조용해졌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6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1차전에서 싱가포르와 맞붙고 있다.
싱가포르는 FIFA 랭킹 155위로 비교적 약체다. 한국과는 100계단이 넘게 차이 난다.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전하는 한국으로서는 반드시 넘어야 하는 상대.
상대 전적도 압도적이다. 한국은 싱가포르와 역대 A매치 전적에서 21승 3무 2패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지난 1968년 8월 패배(3-4) 이후로 14경기 무패(13승 1무)를 기록 중이다.
다만 마지막 맞대결이 1990년 9월 23일이다. 당시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싱가포르를 7-0으로 대파했다. 서정원, 고정운, 김주성이 2골씩 넣고 홍명보가 1골을 터트렸다. 한국은 지난 1968년 8월 패배(3-4) 이후로 14경기 무패(13승 1무)를 기록 중이다.
한 수 아래 팀을 만났지만, 클린스만 감독과 주장 손흥민은 방심하지 않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 전날 "대표팀을 위해서도 중요한 경기다. 월드컵 예선은 긴 여정이다. 잘 시작해야 한다"라며 "(싱가포르를) 절대 약체라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당연히 이기겠다'라는 생각보다는 진중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 상대도 세트피스나 역습에서 분명히 득점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 코칭스태프들도 상대 분석이나 숙제는 마쳤다. 싱가포르 선수들을 환영은 하지만, 진지하고 진중하게 준비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손흥민 역시 "프리시즌에 싱가포르 팀(라이언 시티)과 만난 적 있었다. 내가 전반전만 뛰긴 했지만, 1-1로 비기는 상황이었다"라며 "조심해야 한다. 경기를 뛰면서도 위협적인 선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감독님 말대로 더 신경 쓰게 된다. 진중하고, 성실하게 임해야 한다. 감독님이 가장 강조하시는 기본을 실행해야 하는 경기"라고 다짐했다.
경기를 앞두고 선발 라인업이 발표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공격적인 라인업을 꺼내 들었다. 조규성이 최전방을 책임지고, 황희찬-손흥민-이강인이 공격 2선을 구성한다. 황인범-이재성이 뒤를 받치고, 이기제-김민재-정승현-설영우가 수비진을 꾸린다. 골문은 김승규가 지킨다.
선수들 한 명 한 명이 소개될 때마다 관중석에선 우레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특히 김민재와 설영우, 황희찬, 조규성 등 인기 선수가 전광판에 등장할 때면 목소리가 한층 더 커졌다.
물론 주장 손흥민과 '막내 형' 이강인이 나오는 순간 가장 데시벨이 높았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와 추위에도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벤치에서 대기하는 선수들에게도 뜨거운 함성으로 힘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단 한 순간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조용해진 순간이 있었다. 바로 선수들 소개가 끝난 뒤 클린스만 감독의 이름이 나오자 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입을 다물었다. 선수들을 향해 보내던 큰 목소리와는 180° 다른 반응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을 향한 여론이 어떤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는 지난 9월 사우디아라비아를 1-0으로 잡아내며 부임 후 6경기 만에 첫 승을 신고했고, 국내에서 열린 10월 A매치 2연전에서 튀니지와 베트남을 각각 4-0, 6-0으로 격파하며 3연승을 달렸다. 그럼에도 싸늘히 식은 팬들의 마음을 돌리기엔 부족했던 모양이다.
물론 지난 10월에 비하면 침묵도 양반이다. 당시 튀니지전 시작을 앞두고 클린스만 감독의 이름이 호명되자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모인 6만 관중들은 일제히 "우~~~"하면서 야유를 퍼부었다. 그간 부진한 성적과 경기력, 외유 논란 등으로 여론이 나빠질 대로 나빠진 탓이었다.
3연승으로도 박수와 환호성을 받을 순 없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과연 언제쯤 팬들에게 뜨겁게 사랑받는 감독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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